한 끗 차이

입력 2014-11-12 10:43 수정 2014-11-24 17:09


집 근처에 문구점이 없어 볼펜 하나라도 사려면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합니다. 좀 번거롭긴 하지만 문구점 행은 쏠쏠한 재미를 안겨 줍니다. 각양각색의 디자인과 기발한 기능을 가진 물건들이 제 발길을 잡아 둡니다. 그 작은 공간에 그렇게 다양하고 많은 물건을 진열 해 놓은 것에 감탄하고, 어떤 물건이든 한 번에 찾아 주는 문구점 사장님의 신비에 가까운 기술에 두 번 감탄합니다.


 어릴 적 학교 앞 문구점은 지금에 비하면 궁색하기 짝이 없지만, 아이들의 보물창고였습니다. 솔직히 문구류 보다는 소위 말하는 불량식품이, 많은 꼬맹이들의 사랑을 받았지요. 먹거리가 신통치 않은 세대라서 언제나 알록달록한 간식의 유혹 앞에 코 묻은 돈을 꺼낼 수 밖에요. 쥐구멍에 쥐 드나들 듯 하는 아이들로 비좁은 문구점을 용기 있게 들어가 보지 못했습니다. 불량식품을 사먹지 말라는 선생님의 종례 말씀에, 다른 친구들의 만찬(?)을 부러워하던 고지식한 아이가 저였습니다.


 그런 저와는 달리 저희 언니는 문구점의 단골고객이었죠. 제가 쓰지 못하고 모아 놓은 돈까지 수단 좋게 구슬려서 언니의 소비를 부추겼지요. 언니가 쏘는 한 턱으로 언니 주변에는 항상 친구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언니가 엄마한테 심하게 맞을 만한 일이 생겼습니다. 문구점에 외상을 했다는 명목으로.. 어떻게 어린애가 외상을 할 수가 있냐고 혼내시는 엄마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저는 지금도 외상은 절대 안합니다.(신용카드를 쓰니까 외상인가요?)


 지금은 넉살좋게 외상도 잘하고 친구도 많았던 언니가 저보다 더 인정받습니다. 친정에서 나오는 각종 농산물이 거의 모두 언니 손을 거쳐 판매됩니다. 그저 나 먹을 거나 얻어먹는 저와는 달리 언니의 인맥은 친정 창고를 가뿐히 비우고도 남습니다. 그럴 때면 흐뭇해하시는 부모님 앞에서 조금 멋쩍어 집니다. 일주일에 몇 번씩 친목모임을 만들어 내는 언니의 사회성이 부럽기도 합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 사람의 단점이 장점으로 바뀌거나 장점이 됩니다. 조용하고 수줍은 건 신중함일 수 있구요. 말이 많고 조금 독단적인 건 적극성 일 수 있겠죠. 융통성이 없다는 건 정직함이기도 하고, 일관성이 없는 건 사람이 좋아 그런 것일 수 있습니다. 참견이 많은 건 관심이 많은 거라고 보여지구요. 아무래도, 장점과 단점은 겨우 한 끗 차이인가 봅니다.


김윤숙의 행복테라피 <김윤숙 yskim6605@hanmail.net>



공감소통연구원 대표, 대전혜천대학 겸임교수로 활동중이며, '행복 인생 만들기'란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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