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슬로우워킹을 즐기다

입력 2014-04-07 16:20 수정 2014-04-07 16:20



시내버스를 타고 여의도순복음교회 옆 도로를 지납니다.
벚꽃이 봄바람에 흩날립니다.
벚꽃축제 중이라 여의도 윤중로 일대는 꽃놀이 인파로 북적입니다.

마포대교를 건너 공덕로터리, 아현동을 스쳐 지납니다.
아현동 고가가 사라지고 굴레방다리가 속살을 드러냈네요.
뷰가 한결 좋아졌습니다.
 



하나 그간 고가도로가 가림막이 되어 주어 덕?을 톡톡히 봤던
속칭 방석집들의 모습이 훤히 드러나 버렸습니다.
고가 아래 옴팍하게 있을 때가 봄날이었던 모양입니다.
고가가 사라지는 바람에 찾는 발길이 뚝 끊어졌다고 합니다.

버스전용차로 덕분에 주말인데도 버스는 막힘이 없습니다.
강서구 염창동을 출발한지 25분 만에 광화문에 도착했습니다.
 


서울시의회 건물 앞에 '발기당' 전시안내 깃발이 펄럭입니다.
시의회 1층 로비에 있는 갤러리를 찾았습니다.
벽면 가득 기발한 발기? 사진들이 조명빨을 받고 있네요.
 
여기서 잠깐, 도대체 '발기당'이 뭐냐구요?
남성의 신체적 발기와는 전혀 무관합니다.
그럼, '발칙하고 기발하며 당찬 사람들의 모임'인가요?
잘도 둘러 대긴 하나 역시 답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혹시, '발견은 기쁨이당'? 
맞습니다.
 


뱀발을 달자면,
일상 속에서 발견한 다양한 표정, 사물들을 카메라에 담아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하며 기쁨을 나누는 별난 모임이지요.
2012년 12월에 창당, 현재 당원만도 1천 6백 명에 이릅니다.
온라인을 통해 발기를 즐기며
간혹 번개라도 치는 날이면 오프라인에서 만나 소통하기도 한답니다.
저 역시 발기 내공은 부족하나 당원으로 활동 중이지요.
 


갤러리를 나와 청계천을 걷습니다.
봄바람치곤 쌀쌀 맞습니다.
물길을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들의 움직임이 힘차 보입니다.
개울가 버들강아지도 잔뜩 물이 올랐습니다.
꺾어 버들피리 만들어 불던 때가 그립습니다.
조팝나무와 제비꽃, 개나리꽃도 활짝 피었습니다.
빌딩숲 속 개울에도, 깊은 산 속 계곡에도
봄의 소리나 봄의 향기는 똑같습니다.
 


조선시대 복장을 한 나이 지긋해 뵈는 분(문화해설사)이
광통교 아래에서 석축 문양에 대해 설명을 합니다.
발걸음을 멈추고 귀 기울여 봅니다
600년 조선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청계천 다리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냅니다.
 


마전교로 올라와 광장시장 내 원단상가를 둘러 봅니다.
원단을 직접 골라 옷을 맞춰 입어 보기로 했습니다.
결혼 때 말곤 양복을 맞춰 입은 기억이 없습니다.
그만큼 기성복의 사이즈가 다양하고 품질이 좋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인 평균치에 도달치 못하는
신체사이즈라 바지는 반드시 기장을 줄여야 하고
윗도리 역시나 목둘레에 맞추면 팔길이를,
팔길이에 맞추면 품을 늘려야 하고... 짜증 납니다.
더하여 터무니없이 비싼 브랜드 값에... 부담 큽니다.
 
그리하여 참으로 오랜만에 채촌하였습니다.
J모직 원단을 골라 바지 두벌을 맞췄습니다.
한벌에 6만원, 합이 12만원, 가격도 착한 편입니다.
일주일 뒤 찾으러 오라 하네요.
 
맞춤 물표를 받아쥐니 소싯적 교복 맞춰 놓고 찾을 날
손꼽아 기다리던 때가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시장 내 먹자골목에서 순대 한 접시로 순대를 채웠습니다.
 
다시 청계천 길로 내려와 물길 따라 걷습니다.
천변엔 중국 관광객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띕니다.
동대문패션타운을 찾았다가 망중한을 즐기나 봅니다.
 
동묘 인근 풍물시장을 둘러보기 위해 '맑은내다리'에서
잠시 청계천을 벗어납니다.
'맑은내'는 '청계천'의 순 우리말이지요
 



주말 풍물시장은 말그대로 인산인해입니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그런 곳입니다.
보물찾기 삼매경에 흠뻑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군요.
 
다시 천변 길로 내려섰습니다.
하늘빛이 우중충해지는가 싶더니 빗발이 날립니다.
천변길을 벗어나 을지로 5가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비를 피해 을지로 지하보도를 걷기 위함입니다.
 
"을지로 지하보도가 달라졌어요"
그렇습니다.
 단조롭던 지하보도가 확 달라졌습니다.
'트릭아트' 덕분입니다
트릭아트는 2차원 그림을 착시현상을 이용해 3차원으로
표현한 것으로 시각을 자극하는 눈속임 예술이지요.
시청에서 을지로 5가에 이르는 지하보도가 이색공간으로
탈바꿈한 겁니다.
 



지하보도 내 벽면과 바닥, 계단을 이용하여
남산과 케이블카, 세종대왕과 이순신 동상, 서울도서관,
63빌딩을 소재로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게끔 표현해 놓았습니다.
상가 입주자들은 방문객이 늘어 좋고, 방문객은 색다른
공간을 즐겁게 걸을 수 있으니...정말 굿아이디어란 생각입니다.
 


명동입구에 이르러 지하보도를 잠시 빠져나와 명성 자자한
칼국수집을 찾았습니다.
어쩌다 명동에 나오면 버릇처럼 들리게 되는 곳이지요.
점심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기다리는 줄은 여전히 길기만 합니다.
사방에서 중국 말이 부산스레 오가네요. 명동은 중국판?입니다.
이곳 역시 중국 관광객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나 봅니다.
 
다시 지하보도로 내려와 시청역까지 걸어서 서울시의회 방면 출구로 나와
광화문 버스정류장으로 원점회귀 했습니다.
때맞춰 타야 할 버스가 정류장에 막 들어오네요.

그렇게 4시간 남짓, 시내 이곳저곳을 분주히 쏘다녔습니다.
나름대로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주말 산에 푹 빠져 사는 트레킹 매니아로서 산행 관련 기록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山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 월간지(3종:월간 봉제기술/배관기술/플랜트기술)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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