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민주지산'엔 두 계절이...

입력 2014-03-28 17:56 수정 2014-03-28 17:56



3월 2일에 다녀온 민주지산 그림을 스무엿새만에 펼쳐 놓습니다.
그사이 따스한 봄햇살에 겨울은 꼬리를 감춰버렸네요. 
 
버스가 엔진음을 가쁘게 토해 냅니다.
구불구불 도마령 고갯길이 힘겨운가 봅니다.
도마령은 충북 영동군 황간에서 전북 무주로 넘어가는 고개입니다. 
 



버스는 도마령 고갯마루에 멈춰서기 무섭게 산객들을 부려놓습니다. 
해발 800m라 그런지 찬기운이 엄습하네요. 군데군데 잔설도 보입니다.
간밤에 산아래는 비가 왔는데 이곳 도마령엔 눈발이 흩날린 모양입니다.
 
지금은 옅은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설핏 드러납니다.
능선에 올라 서면 시야가 좋을 것 같습니다. 
 


나무계단을 딛고 채 5분이나 올랐을까, 팔각정자가 눈에 들어 옵니다.
'상용정(上龍亭)'이란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난간이 떨어져 나가 흉물스레 방치되어 있습니다.
 



도마령에서 각호산에 이르는 구간은 오르막이 제법 까칠했습니다.
해빙기인데다 간밤에 눈까지 흩날려 길은 엄청 질척거립니다.
등로 주변은 노송과 굴참나무, 산죽이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도마령에서 쉬엄쉬엄 1시간, 각호산(角虎山 1,176m)에 닿았습니다.
산 이름은 뿔 달린 호랑이가 살았다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답니다.
정상은 두 개의 암봉으로 되어 있습니다. 
 


각호산 정상에서 민주지산 방향으로 내려서는 길이 무척 가파릅니다.
얼기설기 이어놓은 밧줄에 의지해야 합니다.
그렇게 암벽구간 만나 버벅대가며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질척한 능선길을 애오라지 나아갑니다. 
 



민주지산 정상을 400m 앞둔 안부에 작은 쉼터(대피소)가 보입니다. 
대피소를 보니 문득 생각이 납니다.
 
벌써 16년이란 세월이 흘렀네요.
1998년 4월 2일, 천리행군 중 민주지산을 넘던 특전사 대원들이 갑자기
몰아닥친 폭설과 추위에 탈진하여 6명이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해발 1천미터가 넘는 산 위에선 갑작스런 온도변화에 대비해야 합니다.
초봄에 일어난 이 사고는 날씨가 많이 풀린 상태라 방한장비 없이
곧바로 고지에 올라 행군을 하다가 갑자기 떨어진 기온과 불어닥친 눈보라에
미처 적응을 못했던 겁니다. 그때 저런 대피소만 있었더라면... 
 
뒤늦게 이들 젊은 청춘들을 기려 이곳에 무인 대피소를 지었다고 합니다.
잠시 걸음을 멈춰 묵념으로 넋을 위로하였습니다.
 


민주지산(岷周之山) 정상(1,241m)에 섰습니다.
사방이 탁 트여 三道(충북·전북·경북)를 두루 조망하기 그만입니다.
그래서 산이름에 두루 '周'자가 박혀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북으로는 각호산, 동으로는 석기봉과 삼도봉을 거느린 민주지산은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에 그 이름을 올려놓고 있습니다.
 


두 팔 벌려 첩첩산군을 양껏 품었다가 내려놓습니다.
청량한 공기도 욕심껏 들이켰다가 뿜어내길 거듭해 봅니다.
산에 들면 이처럼 산아래에서의 복잡다단함을 잊고
단순해질 수 있어 좋습니다.
 
문득 어디선가 찜해뒀던 글귀가 뇌리를 노크하네요.
 
"얻었다 한들 원래 있던 것이요, 잃었다 한들 원래 없던 것인데..."
 
그렇습니다. 세상사 격하게 아등바등 할 것 없습니다.
오로지 채우기 위해 전전긍긍 할 것도 없습니다.
세상의 일원으로 한 주 열심히 일하고, 주말엔 산을 찾아
마음의 곳간을 채우는 일, 푹 빠져 볼만 합니다.
 


앙상한 나뭇가지들 사이로 봄을 부르는 한 줌 바람이 지납니다.
 
능선을 따라 곧장 진행하면 석기봉과 삼도봉입니다.
미끄러운 바위벼랑을 지나면서 지체되었고 체력 또한 많이 소진된 탓에
여기서 곧장 하산키로 했습니다. 
 


응달진 산자락엔 눈이 수북합니다.
아이젠을 채우지 않고는 한발짝도 내딛지 못할만큼 급사면입니다.
조심 또 조심, 집중하며 내려 딛습니다.
 
이렇듯 3월의 산엔 언제나 두계절이 공존합니다.
 


3월초에 다녀온 산, 3월 말에 어설피 올렸습니다.
꽃소식이 넘쳐나는데 철지난 그림 올려 죄송하구요^^ 
 


도마령->각호산->민주지산->쪽새골->물한계곡주차장


주말 산에 푹 빠져 사는 트레킹 매니아로서 산행 관련 기록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山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 월간지(3종:월간 봉제기술/배관기술/플랜트기술)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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