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리스크 - 1

입력 2014-03-27 22:02 수정 2014-03-27 22:02
우리나라가 선진 경제권으로 진입하기 위하여 극복해야 할 `코리아 리스크` 중 하나는 남의 불행이나 고통을 애써 외면하는 일그러진 사회풍토다. 곳곳에서 공동선보다는 사익을 취하려는 기회주의와 함께, 할 일을 찾기보다는 책임부터 회피하려는 보신주의가 판치고 있다. 이 같은 사회병리현상은 말할 것도 없이 경제 성장과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공동체 의식의 실종에서 비롯되고 있다.

공동체 의식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더불어 사는 마음가짐"을 말한다. 자본주의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개인도 잘 살고 사회도 발전하는, 동기양립(動機兩立)의 기본 원리가 공동체 의식이다. 그 밑바탕에는 사회적 수용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개인이나 조직도 더불어 혜택을 본다는 외부효과(external effect) 논리가 깔려 있다. 좋은 상품도 구매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비로소 가치가 생긴다. 오늘날 불황 탈출은 생산능력 부족이 아니라 소비수요 부족에서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조금만 생각하면, 더불어 살자는 공동체 의식은 이웃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개개인 자신들을 위한 길임을 알 수 있다. 천하장사라도 사회의 보호막 내지 안전망 없이 생존이 불가능하고, 이 세상에는 영원한 승자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거대 유조선 침몰로 바다가 오염되어 어민들이 생활터전을 빼앗겼을 때, 바위에 들러붙은 기름 한 방울까지 닦아 내려는 자원봉사자들이 태안 앞바다로 구름같이 몰려들었던 자랑스러운 기억을 우리는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이와 같은 공동체 의식이 희미해지고 저 혼자만 살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단적인 예가 있다. 국민소득이 늘어나 세계 상위권으로 발돋움하여도 소외계층을 위한 기부금은 크게 줄고 있다고 한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중산층이 엷어지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전체 소득이 늘어나는데도 빈곤층이 더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를 생각해보자. 부자들이 더 많아지거나, 더 큰 부자들이 되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극빈계층에 대한 기부금이 끊기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부자들이 더 많이 가질수록 더 인색해진다는 의미가 된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우리 속담은 넉넉해져야 인심도 후해진다는 뜻인데 이제는 틀린 말이 되었나 보다.


탈무드에서도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일은 관용 내지 자비가 아니라 공동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납세의무나 국방의무처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 즉 정의라는 이야기다. 정의(justice)란 거창한 것이 아니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이는 "남의 자유가 보장되는 범위에서 비로소 나의 자유가 가치가 있다"는 자유주의 학파 논리의 근간이다.


우리나라에서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책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까닭은 그만큼 정의에 대한 내면의 욕구가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개개인이 열심히 일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사회에 기여하고 보상도 받게 되는 동기양립(incentive compatibility) 관행이 정착될 때 공동체의식이 배양된다. 불로소득이 넘치는 사회, 벌 받을 자가 상을 받고 상 받을 자가 벌 받는 사회,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고 공연히 파벌 감정을 조장하는 사회에서는 동기양립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될 수가 없다.

 

바른대로 말하자면, 부정부패로 돈을 번 자들은 아슬아슬했던 위험에 대한 보상심리 때문인지 더 야박해지고, 낙하산을 타고 공짜로 감투를 쓴 자들은 체면을 버리고 더 무자비하게 칼을 휘두르기 마련이다. 그리고 파벌을 부추긴 자들일수록 기회주의 습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순식간에 변절하는 모습들은 동서고금을 통하여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우리가 나라를 빼앗겼던 것도 따지고 보면 공동체 의식이 파괴되었기 때문이었다. 가렴주구에 시달린 백성들은 초근목피로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운데, 왕권을 확립한답시고 궁궐만 높이 세우려고 하니 공동체의식이 풍비박산 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먹물 먹은 자`들이 다투어 외세에 빌붙어 나라를 팔아먹는 비극적 상황이 전개되었던 것은 모두 공동체 의식이 결여됐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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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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