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위기는 민주주의 위기로 번진다?

입력 2012-11-21 08:00 수정 2012-11-21 10:17
  민주주의 규범은 1인 1표를, 자본주의 질서는 1주 1표를 표상한다.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구성원 모두에게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어야 하지만, 자본주의가 모든 사람들을 똑같이 잘 살게 할 수는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유명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거장과 그의 구두 뒤꿈치를 반짝거리게 닦아주는 이의 인격은 꼭 같이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만 원을 내고 십만 원 짜리 좌석에 앉겠다고 고집하면 질서는 흐트러지고 음악회는 존립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대체적으로 민주주의가 굴절되지 않고 발달한 사회에서 자본주의의 꽃도 활짝 피어오르고, 시장경제질서가 왜곡되지 않은 나라에서 민주주의의 향기가 피어오른다. 서로 보완관계에 있는 민주주의 규범과 자본주의 질서가 조화를 이루면서 많은 인구가 빈곤에서 벗어나 풍요를 누리게 되는 동시에 인간의 존엄성은 한층 고양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반대로 이 규범과 질서가 충돌되거나 어느 한쪽이 압도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사회는 불안하게 된다. 선동이나 부정선거를 획책하며 사람들의 주권을 유린하거나, 1주 가진 사람이 10,000주 가진 사람과 똑 같은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덤비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삐걱거리게 된다.

    어디서든 쏠림현상이 일어나면 규범과 질서가 손상되고 사회를 움직이는 틀(social frame) 이 깨지기 쉽다. 맹목적으로 환호하다가도 어느 순간 이유 없이 증오하는 변덕스러운 대중이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선동이나 선전에 이끌려 엉터리 거짓말쟁이에게 표를 몰아주다가 보면, 그 시대가 필요한 지도자가 아닌 사이비를 우두머리로 뽑을 가능성도 있다. 부화뇌동하던 사람들일수록 뒤늦게 후회하며 (투표를 잘못했으니)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며 푸념하는 장면은 항시 있는 일이다. 
  돈이 돈을 벌기 쉬운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의 편재 현상과 그 부작용은 자본주의 역사와 함께 반복되어 왔다. 경제력집중은 독과점을 초래하고 그에 따르는 담합, 부당공동행위 같은 여러 가지 자본주의 내지 시장경제 질서를 해치는 폐단을 초래하고 마련이다. 대부분 후진국의 경험에서 보듯 정경유착 등으로 쉽게 돈을 버는 사회일수록 부정부패 같은 불로소득은 물론 유전무죄, 정치흥정, 여론호도 같은 사회악이 번질 가능성이 커진다.

    자본주의 혜택을 가장 많이 향유하고 약 10조원 가까이를 조건 없이 기부한 소로스(G. Soros)는 자본주의 위기가 벌어지면 민주주의 위기로 내달을 수 있다고 하였다.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소득과 소유의 “불균형이 결국 사회갈등을 초래하여 선진국에서도 폭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고 이를 강경 진압하는 과정에서 억압적 정치체제가 재등장할 우려가 있다”는 겁나게 하는 이야기다.

  그리하여 만약, 새로운 독재체제가 등장하게 되면 급격하게 발달하는 IT기술을 이용하여 인간의 행동은 물론 의식구조까지도 속속들이 감시하겠다고 덤비는 망나니가 등장할지 알 수 없다. 예컨대, 모든 사람들의 사이버 검색 동향을 분석하여 개개인의 취향과 사고방식을 읽어내고 맘에 들지 않으면 “반역자의 기질이 있다”며 생사람 잡는 공포의 독심술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초능력 컴퓨터를 장악한 「빅 브라더」가 눈에 보이지 않는 지능 모기를 안방에 까지 침투시켜 "고분고분하지 않는 자"의 먹고 자는 행동과 귓속말까지 통제하는 숨 막히는 사회가 오지 않는다고 누가 단정할 수 있겠는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상승작용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나아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데 결정적으로 이바지하였다. 그러나 우리사회에 팽배한 맹목적 쏠림현상과 극한으로 치닫는 경제력, 그리고 사고의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지 못하면 자본주의, 민주주의의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자본주의의 위기로, 또 자본주의의 위기는 민주주의의 위기로 번질 수 있음을 경계하여야 한다.

* 관련 글은 http://easynomics.blog.me 를 클릭하면 정리되어 있습니다


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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