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탈을 쓴 불행

입력 2012-05-22 08:00 수정 2012-05-25 11:29
  제4의 권력(the fourth power) 언론의 중심부에 있었던 그 막강한 인사가 이 세상 모든 근심을 다 짊어진 것 같은 표정으로 화면에 나타났다. "뭔가 많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면서 "큰 시련이라 생각하고 그 시련을 잘 극복해 나가겠다."는 말을 남겼다. 예로부터, 공사(公私)를 혼동하는 인사들이 많을수록 사회는 무엇인가 잘못되어가고 혼란스러워진다. 그리고 힘있다고 기고만장하면 언젠가 시련이 닥치는 것도 이 세상 정해진 이치다.



  하늘은 사람을 벌주려할 때, "됨됨이에 비하여 감당할 수 없는 큰 재물이나 권력"을 미리 줘 보는 것 같다. 사실이지, 벼락출세를 한다거나 일확천금을 거머쥐었을 때 흔들리지 않는 마음, 항심(恒心)을 가지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선비는 지위가 높아질수록 마음을 낮추려 애쓰지만, 소인배는 하늘 높은줄 모르고 함부로 날뛰다가 고꾸라진다. 소인배들이 힘을 얻으면, 사리사욕을 쫓다가 죄는 죄대로 짖고, 동시에 으스대고, 뒤흔들다가 인심은 인심대로 다 잃는다. 다시 생각해보면, 벌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 오만한 인간이 스스로 청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불행한 삶을 살면서 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을 4회나 수상한 유진 오닐(Eugene O'neill)은 자전적 희곡“밤으로의 긴 여로”에서 엉뚱한 행운을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피눈물 나는 노력 끝에 무지와 가난에서 벗어나 「섹스피어 전문배우」로 성공하였지만, "유령에 홀린 듯" 돈에 집착하다 인생을 통째로 망가트린, 주인공「테론」의 입을 빌려 이렇게 절규한다.
  "거저 얻다시피 한 그 넨장맞을 작품이 흥행에 큰 성공을 하는 바람에 내손으로 무덤을 파고 만 거야." "몇 년 동안 아무 노력없이 편안하게 한 역만 하다가 뛰어난 재능을 잃고 말았어." "그 작품을 하기 전에는 미국에서 서너 손가락 안에 드는 전도유망한 배우로 인정받았는데..." <중 략>
  "행운의 탈을 쓴 불행이 엄청난 돈벌이 기회를 가져다 준거야." "운명의 장난이 시작되었던 거야." "이제 와서 무슨 상관이야. 후회해도 때는 늦었는데..." 


  길고도 짧고, 짧고도 긴 인생살이에서, 어쩌면 작은 것인지도 모르는 것들을 지나치게 힘껏 움켜쥐다보면 정말 소중한 것은 놓치기 쉽다. 일시적 성공에 탐닉하거나 안주하다가 그대로 가라앉거나, 나아가 뜻하지 않은 불행의 굴레에 매이기 쉽다. 자칭, 타칭 수재들이 조금만 유명세를 타기만 하면 본업에 열중하기보다는 여기저기 나가 입담을 자랑하다가 한낱 약장수로 전락하게 된다. 자기 분야에 매진하면 상당한 업적을 남길지도 모르는 인재들이 잔재미에 빠져 결국에는 밥도 죽도 못 쑤는 경우다.
  “처음에 조심하여도, 끝을 생각하여야 마지막에도 어렵지 않게 될 것이며, 마지막을 생각하지 않다가는 끝에 가서 곤궁하게 될 것이다”(愼厥初 惟厥終 終以不困 不惟厥終 終以困窮 ; 書經 周書, 蔡仲之命 5)라고 하였다. 그 똑똑하다는 인물들이, 수 천 년 동안 이어져 온, 평범하다면 평범한 이 가르침을 외면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어이하여 많이 배웠다는 인사들이 "달이 차면 기운다."는 어김없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일까? 세상이 저 자신을 위하여 존재한다고 오해하는 까닭일까? 아니면 제 마음대로 세상을 주무를 수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일까?

   "사람은 저마다 자기 욕망에 사로잡혀 꼬임에 넘어가는 바람에 유혹을 받는 것입니다. 욕심이 잉태하여 죄를 낳고, 죄가 다 자라면 죽음을 낳습니다.(야고보서 1 ; 14~15)" 라고 하였다. 불교적 색채가 보이는 이 구절은 인종과 종교 그리고 시대를 넘어 사람들에게 변함없는 교훈을 준다. 그러나 나 자신만 보더라도, 어리석은 인간이 허황된 욕심을 버리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쉽게 욕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이 세상 모든 성인과 현자들이 반복하여 강조할 까닭이 없다. 불행으로 유인하는 헛된 욕심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려면 다짐하고 또 다짐하라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 관련 글은 http://easynomics.blog.me 를 클릭하면 정리되어 있습니다



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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