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표절과 명예박사

입력 2012-05-03 14:00 수정 2012-06-18 10:17


  내닫고 날던 유명인사의 논문표절 문제가 불거지면서 우리 청소년들은 지향하던 영웅 한명을 잃어버린 셈이다. 약관의 나이에 이룩한 그 화려한 발자취를 생각할 때, 미래의 대통령 감으로 조금도 손색이 없었다. 노년무전(老年無錢)과 함께「소년급제(少年及第)」가 인생 3대 재앙이라는 허튼(?) 소리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학위가 출세했거나 출세하려는 인사들에게 하나의 장식물이 되는 사회에서 논문 베끼기나 대필의 유혹은 누구든지 받을 수 있다고 변호하는 친구도 있다. 수치심을 모르는 고위 인사들의 논문표절 행위가 끊임없이 반복되어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사회에서,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젊은이들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한편으로는 명예박사 주고받기를 좋아하는 사회풍토와 표절은 무엇인가 관련이 있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주변사람들에게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며 인색한 거부들이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대학에다 거금을 던지고 사오는 명예박사가 그 무슨 자랑거리가 된다는 말인가?
  걱정스러운 일은 그럭저럭 박사가 된 엉터리 인사가 논문지도교수가 되는 일이다. 학생들이 써온 논문을 이해할 수 없으니 자연히 쓸데없는 타박이나 하고 심술을 부리다가 곧고 바른 제자의 논문은 보이콧 시키고, 굽실대며 곁눈질하는 학생의 논문은 통과시킬 가능성이 다분하다. 지도교수가 양심불량이면 논문다운 논문은 퇴장 당하고, 얼기설기 짜깁기 논문이 통과되어 불량 박사를 배출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한다고 하지만 논문 지도교수는 오로지 양심에 따라서만 판정하기 때문이다.
  정말 걱정되는 일은 논문을 표절한 선생 다시 말해서 거짓말을 하는 스승으로부터 학생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하는 일이다. 거짓 성직자가 몽매한 신도들을 허위와 위선의 세계로 데려다가 결국 파탄에 이르게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대통령 출마를 앞둔 빌 클린턴의 주지사시절 스캔들 즉, 아칸소 화이트워터(white water) 사건이 집요하게 파헤쳐지자 (국론)분열과 낭비라는 일부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큰 인물이 되려는 야심을 가진 청소년들에게 부도덕한 행위를 자제하게 하여 사회를 건전하게 이끄는 효과가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면 비록 법의 제재를 받지 않더라도 대중의 손가락질을 받고 급기야는 공공의 무대에서 퇴장시켜야 밝은 사회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미국 수도 「워싱턴 타워」 전망대에는 조지 워싱턴이 미국독립전쟁의 영웅이자, 위대한 대통령이었다는 설명이 없다. 다만 "워싱턴은 가장 정직한, 가장 겸손한, 가장 친절한 젊은이였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식민지 사회를 살아가면서도 워싱턴은 남을 속이거나 권모술수를 쓰면서 거물이 되려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저 최선을 다하여 정직하게, 겸손하게, 친절하게 살다가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위대한 인물이 되었다는 뜻이다.



  그동안 한국경제는, 대부분의 후발개도국이 그렇듯이, 앞선 제품을 가져다 낱낱이 분해해서 다시 설계도를 만드는 분해공학(reverse engineering)이 성장 지렛대의 하나가 되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선진 기술 베끼기가 자랑이었던 시대적 배경에서 논문 대필이나 짜깁기 또한 횡행하였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선진기술을 자체 개발해야 지속적 성장이 가능한 상황 즉 선진국 문턱에 이르렀다. 이에 대응하려면, 가상 자료가 아닌 실제 데이터를 가지고 연구하여, 기존의 이론을 코딱지만큼이라도 진전시키는 논문만 가치를 인정하는 장치가 요구된다. 생각건대, 한국경제가 최우선적으로 극복하여야 할 과제인 부실교육 정상화는 논문대필이나 표절을 중대한 범죄로 다루는 데서 출발하는지도 모른다.



 * 관련 글은 http://easynomics.blog.me 를 클릭하면 정리되어 있습니다



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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