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에게 내리는 저주

입력 2012-02-01 08:00 수정 2012-02-04 10:51
   과정이나 도리를 외면하고 막무가내 승부에 집착하다보면 이기더라도 「영광의 상처」가 아니라 「상처뿐인 영광」을 안게 된다.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막장 경쟁을 하다보면 패자뿐만이 아니라 승자까지 휘청거리다가 끝내 무너지기 십상이다. 인수·합병 과정에서 욕심을 내어 본질가치보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기업을 인수하다가, 부채로 조달한 인수대금의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여 도산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기업소유주의 과다한 욕심 때문에 무리하게 M&A를 추진하면서 발생하는  승자에게 내리는 저주(winner's curse)는오너리스크(owner risk)가 된다. 전문경영자가 뒷돈을 받거나 오랫동안 자리를 차지하려고 욕심을 부릴 때 생기는 비용과 위험은 대리인비용(agency cost)이 된다. IMF 구제금융사태 이후 경제적 사대주의가 팽배한 가운데 정부가 엄포를 놓으며 배후에서 조종한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인수합병 게임은 승자에게는 치명적 저주를 내렸다. 패자에게도 깊고 붉은 상처를 입힌 대표적 정부실패(government failure)로 반면교사의 사례로 심층적으로 연구되어야 할 과제다.
                            졸고; 시장실패와 정부실패 참조


  승자에게 내리는 저주는 기업 인수합병에서 만이 아니고 세상살이 도처에서 간단없이 이어지고 있다. 교만한 인사가 예기치 않게 힘을 얻게 되면 조그만 승리에 도취하여 만사를 그르치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회복하기 불가능한 인간성까지도 말살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돈의 노예나 권력의 노예가 되어 극단적 사고, 비이성적 행동을 하다가 끝내는 조직과 사회를 망치고 자신도 나락에 떨어지게 된다.
  됨됨이에 어울리지 않게 큰 힘을 얻을 경우 승자의 저주가 내려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욕심 많고 무능할수록 힘을 얻으면 무리수를 두어 시행착오를 거듭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역에서도 “덕이 없는데 지위는 높고, 아는 것은 적은데 꾀하는 것은 크게 하며, 능력은 작은데 책임은 무겁게 하면 위태롭다.(德薄而位尊, 知小而謀大, 力所而任重, 鮮不及矣)”고 하지 않았는가?

  뜻밖의 돈을 움켜쥐거나 줄을 잡아 얻은 엉뚱한 승리가 불행의 씨앗이 되는 까닭은 무엇인가? 실패했을 때는 자신의 잘잘못을 뒤돌아보며 반성하기도 하지만, 분에 넘치게 성공했을 때는 자신의 허물을 되짚어보기는커녕 교만에 빠지고 안하무인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에게 주어진 것들이 한시적으로 위임 받은 것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끝까지 지닐 것처럼 착각하기 쉽다.
   힘이 다고 쓸데없이 남을 업신여기고, 공연한 트집을 잡아 시비를 걸다가는 끝내 패가망신하게 된다" 는 교훈은 사마천 사기 전편에 한결같이 흐르는 메시지다. 기고만장하다가 결국 재앙을 맞이하게 되는 것은 하늘이 내리는 징벌이 아니고 어쩌면 인간이 제 목에 스스로 올가미를 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명심보감에 “복이 있어도 다 누리지 말라. 복이 다하면 몸이 빈궁해진다. 권세가 있어도 함부로 부리지 말라 권세가 다하면 원수를 만나게 된다.(有福莫亨盡 福盡身貧窮, 有勢莫使盡 勢盡寃相逢)”고 경고하고 있다.

   누군가가 “사람을 못견디게 불행하게 하는 것은 한때 큰 성공을 거뒀다가도 어느 사이에, 세상도 잃고 인심도 잃고 정신적 외톨이가 되어서도 떠들썩했던 지난 날에 집착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더군다나 인생 막바지에 그리된다면 후회도 하지 못하고 쓰라림은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미래를 짊어진 젊은이들은 걱정할 필요 없다. 그저, 내가 깔봐도 될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간단한 이치를 터득하기만 하면 된다. 세상살이에서 "승자에게 내리는 저주"는 오만불손한 소인배들이 독점하기 때문이다.                               easynomics@naver.com  * 관련 글들은 http://easynomics.blog.me 를 클릭하면 정리되어 있습니다.



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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