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두머리와 지도자

입력 2011-11-22 15:08 수정 2011-12-05 17:29


  우두머리는 자신과 패거리의 미시적 이해관계에 얽매이지만 지도자는 공동체의 거시적 동기를 생각한다. 그래서 우두머리(boss)는 자신의 조그만 편익을 위하여 조직이나 사회에 커다란 비용을 지불하도록 강요하는 일이 허다하다. 처음에는 누구나 지도자(leader)가 되겠다고 다짐하지만, 막상 힘을 얻으면서부터 맨처음의 마음가짐을 망각하기 시작한다.

   욕심 많은 우두머리는 속임수로 다스리고 공갈과 힘으로 복종시키려고 한다. 권위주의에 사로잡힌 왕초는 때로는 양같이 순한 모습을 하며 (악어의) 눈물을 흘리다가도 돌변하여 하이에나처럼 사정없이 물어뜯는다. 사탕발림으로 인기몰이를 하다가도 돌연 공포분위기를 조성한다. 사람들의 자발적 복종을 이끌어 내 알아서 기도록 하려는 수법이다. 멸사봉공을 입버릇처럼 되뇌지만 스스로는 사리사욕에 사로잡혀 있다. 예를 들어보자. 갱단 두목은 "같이 살고 같이 죽자"며 입버릇처럼 의리를 말하지만 그들 주변에는 언제나 음모와 배신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신의 이름을 쉬지 않고 부르는 사이비 종교 왕초의 진짜 모습이 들어나면 대부분 황금과 음욕의 늪에 빠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재스민 혁명에서 보듯 독재자는 "민족의 제단에 몸과 마음을 다 받쳤다"며 만천하에 소리 높여 애국을 외치지만 끝없는 욕심 때문에 결국 비극적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

  고대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저 유명한 명상록에서 지도자의 조건으로 판단력, 강인함, 절제력, 그리고 정의감을 꼽았다. 그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덕목은 선과 악, 옳고 그름을 가리는 정의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의감 없이 꾀만 넘치는 인사들은 조직과 사회를 팔아넘기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긴다. 또 우두머리가 강하기만 하고 정의감이 없으면 조직과 사회를 불안에 떨게 한다. 그런 인사가 큰 힘을 얻으면 나라 전체를 거대한 감옥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지도자도 사람인데 그가 탐욕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절제력의 바탕이 정의감이라는 것은 더 이상 말할 나위도 없다.

   힘을 가진 자가 정의롭지 못하면 그를 따르는 무리들도 함께 오염된다. 뺏거나 훔친 떡을 저들끼리 나누기 위하여 일부러 편 가르기를 유도하고 사람들을 쓸데없이 반목하고 질시하게 만든다. 정의감을 상실한 인사가 우두머리가 되면 신뢰의 바탕이 무너져 상하관계가 거래관계로 변질되기 쉽다. 과거 오랫동안 정당성 없는 정권에서 (고위)관료가 물러나면 엄청난 액수의 돈 봉투를 주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부패왕국으로 묘사되기도 한 인도네시아의 어느 독재자는 그 나라에서 가장 큰 이권인 삼림관할권을 쪼개 주어 수하 장군들의 배신을 막았다는 일화는 유명한 이야기다. 부하들에게 뿌리칠 수 없는 물질적 혜택을 베풀어 감복하게 하고 뒤돌아 침을 뱉지 못하도록 하려는 수작이다. 아부를 일삼는 어릿광대들이 뭉칫돈을 받다 보니 그 돈이, 그 우두머리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논밭을 판돈이 아니라, 강제로 거둬들인 검은 돈이라는 사실조차 외면하고 그저 황공해한다.

   현대사회는 다양한 가치관으로 엇갈리고 이해관계가 배치될 수 있어 복잡한 세상의 일들을 가르마 가르듯 구분짓기가 어렵다. 변덕스러우면서 쏠림현상을 나타내는 대중은 갈채의 대상을 쉽게 바꾸기에 대중의 염원과 시대가 추구하여야 할 가치가 다를 수 있다. 우두머리는 아랑곳없이 흥청거리며 기고만장하지만 진정한 지도자는 고독하기 마련이다. 진정한 지도자는 지지자(follower)들의 충고는 물론 적대자의 (이성적) 비판과 (감성적) 비난까지도 귀를 기울여야 하는 까닭이다. 그때 심술궂은 우두머리 곁에는 소리 높여 충성을 외치는 주구(running dog)들이 들끓어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그래서 크고 작은 우두머리를 뽑을 때는 그가 과거에 어떤 무리들과 어떻게 어울렸는가를 살피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선비는 선비대로, 소인배는 소인배대로 끼리끼리 모이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easynomic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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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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