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개입의 부작용

입력 2011-10-31 14:49 수정 2011-11-24 18:17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면 일각에서 특단의 시장 안정대책을 기대하지만, 유형무형의 시장개입이 시장을 더 왜곡시키고 회복을 더디게 할 가능성도 있다. 규제자의 불완전한 경제지식과 정보의 제약으로 시장개입이 오히려 더 혼란을 초래하는 정부실패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 근시안적 할거주의가 불확실성을 더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서투른 규제는 시장개입에 따르는 비용만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한 후유증 때문에 시장경제 질서를 흐트러지게 할 우려가 있음을 경계하여야 한다.

   # 부분에 집착한 미시적 대책이 오히려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 경제지표는 한 가지가 변하면 다른 지표들도 상응하며 변하는 공동변화(共同變化) 현상을 나타내야 경제의 순환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 경제를 안정시키겠다고 어느 한 쪽을 억누르면 다른 한 쪽이 부풀어지는 풍선효과가 초래되어 다른 지표들을 왜곡시킨다. 예컨대, 수출을 증대시키겠다고 무리하게 고환율정책을 펼치면 미래 어느 시점에 환율하락을 예상한 외국인 투기자금 유입증대로 유동성이 팽창하여 자산시장의 거품이 발생하기 쉽다. 반대로 외국인 투기자금 유출 러시가 일어나면 환율이 상승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치다. 그런데도 환율을 안정시키겠다고 저환율을 고집하면 (많은 돈을 번)외국인 투기자금이 안전하게 나가도록 우산을 씌워주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된다. 이는 우리나라 외환부족 사태의 하나의 부분적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인식하여야 한다.

  # 시장의 자생적 경제 예측능력을 저하시킨다.
  시장에서는 매매상대방 간에 미래 예상가격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면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의하여 거래가 형성된다.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사고, 내릴 것이라고 예상하면 파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적정가격이 발견되며 미래의 경제상황을 예측하게 하는 순기능이 있다. 그런데 「힘 있는 사람」즉 "보이는 손(visible hand)"이 어떤 상품의 가격이 얼마라고 지정하면 시장참가자들의 기대가 한 방향으로 쏠리게 되어 거래량 없이 가격이 상승하거나 하락한다. 상황이 바뀌어 기댓값도 변하면 정반대로 가격이 폭등하거나 폭락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시장은 교란된다. 우리는 1997년의 외환시장, 2001년의 코스닥 시장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 시장이 정책의도와 반대의 모습을 보이며 경제질서를 교란할 가능성이 있다. 쉬운 예로 기업의 자금을 원활하게 공급하려는 의도에서 금리를 크게 인하하여도 기업자금조달은 더욱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다. 금리가 비정상적으로 낮으면 향후 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장기 투자를 외면하고 단기투자를 선호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애초 기대하였던 정책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유동성함정이 발생하여 시중에 대기성 자금만 늘어나며 투기거래가 성행하고 경제의 불확실성은 증폭된다. 서투른 시장개입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셈이다.

  이와 같은 정부실패가 종종 발생하는 까닭은 정책시행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일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치인, 관료는 기업가와 달리 자기 계산으로 경제적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97년 외환금융위기 당시 자신이 보유한 달러라고 가정한다면 무의미한 시장개입을 위하여 그리 쉽사리 달러를 뿌렸겠는가? 우리나라에서 정책 오판이나 실패의 대하여 책임소재를 물었던 경우는 지금까지는 없었다. 일시적으로 언론의 화살을 맞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렇듯 직간접 책임을 지는 일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여도 구차스런 변명만 늘어놓다가 개선할 기회조차 놓치게 된다. 공공부문과 달리 개인이나 기업의 경우에는 경제행위에 대한 손익이 바로 당사자의 이해와 직결되기 때문에 빠르게 대처하여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금융부문이 (미래의) 실물부문을 적정하게 반영하도록 하는 것은 경제안정의 전제조건이다. 금리 환율 주가 같은 가격지표를 끌어당기거나 밀어내려 시장을 정책목표에 맞추려들다보면 갖가지 부작용과 함께 경제 질서가 흐트러지게 된다. 정책목표를 시장에 맞도록 조율하여 금융가격지표의 움직임을 보고 기업이나 가계가 합리적 판단과 미래지향적 경제활동을 유도하는 일이 최선이다.
  세계화가 진행되고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시장을 견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것저것 한꺼번에 다 해결하려고 욕심을 내다보면 보면 자연히 앞뒤가 맞지 않게 되고, 정책일관성 문제도 초래되어 결국 모든 경제 주체에게 피로감을 주게 된다.


easynomic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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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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