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덫

입력 2011-10-21 11:15 수정 2011-10-31 15:27




   세계화는 인류의 평균적 삶의 질을 높이는데 이바지한 반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위험을 증폭시켜 경제교란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화(globalization)는 생산요소와 이동성을 높여 국제분업의 이점을 높이고 특히 제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토지, 노동과 기술, 자본의 활발한 이동을 통하여 재화와 서비스를 보다 싸게 공급하는데 기여하였다. 생산기지를 이전하면 토지를 이동시키는 것과 같아서 토지의 효용가치를 높인다. 노동의 이동은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임금격차를 점차 줄이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자본의 이동, 특히 저개발국에 대한 직접투자는 개발도상국의 자본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기술이전 기회를 제공하였다. 
  생각건대, 세계경제가 지구촌 단위 경제로 통합된다면 지구촌민들의 소득이 비슷한 수준으로 수렴하게 된다는 위대한 명제가 성립한다. 실제로 세계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한 '00년 당시 중국의 1인당 GDP는 미국의 1/37에서 '10년에는 1/11로 크게 늘어났다. 위안화의 저평가를 감안하여 실질 구매력 기준으로 계산하면 양국간에 격차는 훨씬 줄어든다.

  이러한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세계화는 글로벌 불균형 확대, 빈부격차 심화와 함께 특정 지역의 (금융)불안이 지구촌 전체로 삽시간에 확산되는 불확실성과 위험을 잉태하게 되었다.

  # 임금 같은 생산요소비용이 싼 나라에서 비용이 비싼 선진국으로 상품이동이 계속되면서 선진국의 경상적자가 누적되면서 글로벌 불균형 문제는 대두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경상수지 불균형은 적자국의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노동 이동으로 비숙련 일자리를 저개발국 노동자들이 차지하면서 (선진국에서도)허드레 일자리조차 구하기 어렵거나 임금이 크게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하여 경쟁에서 중도 탈락한 인력들이 막일거리조차 구하지 못하여, 경제적 완충지대가 없어지고 부자와 빈자의 격차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
  또한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면서 풍부한 자본, 고도의 기술, 막강한 정보를 가진 일부 대기업들이 자국시장만이 아닌 세계시장에서 승자독식의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대기업집단의 고용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에 빈부격차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투기자금의 유출입이 빈번해지고 금융부분이 실물부분을 교란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실물부분을 지원하여야 하는 금융부문이 오히려 실물부분의 안정을 해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공공성이 강한 금융부분은 전염성도 강하여 문제가 발생하면 그 파급효과가 전 시장에 실시간으로 퍼진다. 들쑥날쑥하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전문지식과 장기안목을 겸비하지 못한 채, 서투른 투자결정을 하다가는 순식간에 큰 손해를 볼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실물시장에서 땀 흘려 벌어들인 외화를 불확실성과 위험이 큰 금융시장에서 헛되이 잃어버릴 수가 있다. 특히 금융부분이 세계화의 덫에 걸리기 쉽다는 이야기다.

  한국경제는 '00년 이후 '11년 상반기까지 무려 2,000억 달러가 넘는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하였다. 그런데도 해외에서 금융불안 조짐이 있자 시장이 극도로 출렁거리고, 조건 없는 외자도입 논의가 벌어지기도 하고, 통화스왑 협정을 맺고 나서야 안심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실물부분에서 그렇게 많은 외화를 벌어들이고도 대외지급능력이 취약하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다. 국내 금융, 자산시장에서 외국인들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반면에, 내국인은 해외 파생상품 투자, 외환시장 개입 등 운용에서 많은 손해를 보았음을 의미하고 있다. 어쩌면 세계화의 덫에 걸린 대표적 국가가 한국인지도 모른다. 더 큰 문제는 누가 얼마를 벌어 나가고, 누가 얼마를 잃었는지를 일반인들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덫에 걸린 것도 깨닫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인가?

  운송수단, 정보통신기술의 혁신으로 세계화는 좋든 싫든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 되어가고 있다. 외자 유출입의 부작용 해소와 함께 글로벌 불균형, 빈부격차의 확대는 환경문제와 더불어 모든 나라가 온 힘을 기우려 풀어야 할 과제이다.
  금융부분의 공공성을 높이고 전염성을 줄이려는 노력도 중요하고 실물부분에서 벌어들인 그 많은 외화가 도대체 어디로 흘러 갔는가를 규명하는 일도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는 세계화의 덫에 걸리지 않기 위한 준비를 치밀하게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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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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