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보다 투자할 때

입력 2011-10-12 09:50 수정 2011-10-15 00:11


  시장의 변동성이 크면 클수록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기보다는, 대상자산의 본질가치를 중시하는 투자를 하여야 손실을 피할 수 있다. 문제는 투자와 투기의 경계가 확실하지 않은 까닭에 조심스런 투자를 하던 사람들도 어느 사이에 투기적 매매에 열중하다가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나의 판단으로는 투자(investment)는 기초경제여건(fundamental) 내지 대상자산의 본질가치(intrinsic value) 변동에 따른 차익을 예상하고 사거나 파는 일이다. 이와 달리 투기(speculation)는 본질가치와 관계없이 유동성 팽창 같은 시장 수급 요인에 따른 시장가격(market price) 변동으로 발생하는 차익을 기대하는 매매 행위다. 
                                                                               졸고 주식의 본질가치 참조


  현실세계에서 투자와 투기행위는 동시에 벌어지거나 연속하여 나타나기 쉽다. 예를 들어 경기저점에서 유동성을 완화하면 풍부한 유동성이 실물시장보다 먼저 주식시장으로 유입되어 「유동성장세」가 벌어진다. 그리하여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 차익을 노리는 대기성 부동자금이 몰려드는 쏠림현상이 나타나며 거품이 발생한다. 한편 시중에 풀린 자금은 시차를 두고 실물시장으로 유입되어 투자를 활성화시키고, 자산가치 상승효과가 소비수요을 부추겨 결과적으로 기업의 본질가치를 높이게 된다. 이 장면에서 투자와 투기의 경계를 구분하기는 곤란하다.
  도박(gamble)은 막연하게 초과수익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저 분위기에 휩쓸리는 뇌동매매는 투자도 아니고 투기도 아닌 일종의 도박이다. 도박장(house)에서는 도박장 개설자가 일정비율을 비용으로 떼기 때문에 누군가는 그만큼 손해를 보아야 한다. 한때 이름을 날리던 일류 도박사들도 인생 후반에는 거의 빈털터리가 되는 까닭이다. 예컨대, 카지노 룰렛 게임의 확률은 35/36에 불과하여 배팅 금액의 1/36은 하우스 사용료로 지불하는 셈이다. 악덕업자가 기계의 확률을 조작하면 파친코에서 돈을 잃을 확률은 아주 높아진다.

  여기서 투자는 플러스 섬(plus sum) 게임, 투기는 제로 섬(zero sum)게임, 도박은 마이너스 섬(minus sum) 게임에 가깝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투자와 투기의 경계를 구분하기 어렵듯이 투기와 도박의 차이를 확실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주식시장에서 손해를 보는 가장 큰 원인은 사람들이 본질가치를 중시하는 투자보자는 투기적 행위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이리저리 맹목적으로 휩쓸리는 도박과 같은 행태를 보이다가 애써 저축한 돈을 허공에 쏟아버리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주시시장 동향과 관련하여 생각해보자. 주가가 실물경제를 반영하여 움직인다고 가정하면, 경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장하기에, 개별 주가는 몰라도 종합주가지수는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추세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실제모습을 보면 경제여건의 변화와 상관없이 급등락을 반복하여  종합주가지수는 기형적 W자 형태를 보이고 있다. 시장이 본질가치 변화보다는 쏠림현상으로 인한 거품 형성과 소멸로 널뛰기 현상이 반복되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예컨대, 별다른 경제적 충격이 없는 상황에서도, ‘01. 9. 종합주가지수는 468에서 출발하여 불과 7개월만인‘02.4에는 937까지 100%이상 급상승하였다가, 11개월 후인 ‘03.3에는 515로 45%가량 폭락하였다. 자본시장 개방 이전에도 이러한 급등락 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주식시장 변동성이 높아졌다는 가설은 설명력이 약하다.

   지금과 같이 국제금융시장 환경이 불안하고 이에 따른 급등락이 빈번한 시장에서 정보의 수집· 분석 능력에서 뒤지는 개인이 무리한 투기거래를 하다가는 손실을 피하기 어렵다. 역으로, 누군가의 손실은 누군가의 이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급등락이 심한 시장에서야말로 초과수익을 올리기 또한 쉬운 일인지도 모른다. 이 세상 모든 쏠림현상이란 고정되는 것이 아니고 언젠가는 제자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훈련되고 인내심 있는 투자자만이 시장가격이 본질가치를 밑돌 때 사서, 거품이 팽창하였을 때 팔 수 있다.
   본질가치를 중시하더라도, 욕심이 지나치면 더 낮은 가격에 사려다가 매수기회를 놓치고, 더 높은 가격에 팔려다 또한 매도기회를 놓치기 쉽다는 점이다. 냉정한 판단과 과단성 있는 투자자만이 초과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easynomic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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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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