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없는 미래 없다

입력 2011-06-23 10:11 수정 2012-01-03 20:27


  우리나라 경제성장 원동력은 무어니 무어니 해도 한국인의 질긴 생존본능이었다. 일제수탈로 황폐해지고 6.25동란으로 잿더미가 되어, 인간의 존엄성은 차치하고 생명의 안전이 보장되지 못하는 나라에서 저 마다의 그치지 않는 “신분이동” 의지가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 너나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은 몰라도 적어도 자식에게만은 좀 더 나은 환경을 물려주고 싶은 심정에서 밤낮 없이 일하고, 먹을 것도 먹지 않고 모았다. 과거 우리나라가 낮은 소득수준에서 기록하였던 세계 최고의 저축률과 투자율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저축은 경제 성장과 발전의 핵심요소로 가계안정의 바탕이자, 경기안정의 발판이며 성장잠재력의 지렛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91년 19.3%에 달하던 가계저축률이 차츰 차츰 낮아지기 시작하여 '02년에는 3.1% 지경까지 추락하였다가 최근에도 5%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가처분소득에 대한 순저축의 비율인 순저축률은 0.4%까지 추락하기도 하였다. 높은 소득격차, 더 높은 소유의 격차를 감안하면 상당수 가계가 마이너스 저축에 시달리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저축률은 왜 낮아지고 있는가?



한국의 저축률과 투자율 추이











구 분



‘75



‘80



‘85



‘88



‘90



‘00



‘02



‘05



‘09



‘10





총저축률(%)



19.1



24.3



31.2



40.4



37.8



33.0



30.5



32.1



30.2



32.0





가 계(%)



8.1



7.7



12.9



18.7



17.5



8.6



3.1



6.9



5.3



5.0





기 업(%)



8.0



11.5



12.5



14.8



12.8



12.8



16.1



15.3



18.1



20.2





정 부(%)



2.9



5.1



5.8



7.0



7.5



11.6



11.4



9.8



6.8



6.8





순저축률(%)



7.2



8.2



14.6



24.7



22.2



8.6



0.4



6.5



4.1



3.9





총투자율(%)



28.7



33.0



31.3



32.4



38.0



30.7



29.3



29.8



26.2



29.2

주 : 순저축률은 가처분소득에 대한 순저축의 비율. 개인부문 저축성향을 반영



  # 거품과 부패로 불로소득이 만연해지면서 저축 동기가 시들해졌다. 근검절약의 열매가 부실하니 사람들의 저축열이 식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다 “국민연금이 미래를 보장한다.”는 슬로건에 취하고 OECD 가입으로 선진사회, 선진국 시민이 되었다는 자만심 때문인지는 몰라도 과소비 행태가 벌어졌다. 고소득 계층 그리고 쉽게 돈을 번 불로소득 계층의 과도소비 풍조에 이어 저소득 계층의 모방소비도 이어졌다. 근시안적 경기부양정책이 계속하여 이어지면서 카드사용 권장 등 차입소비까지 유도하기도 하였다. 중장기 효과를 외면하고 눈앞에 보이는 전시효과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 금리가 (경제여건에 비하여) 워낙 낮아져 저축을 해도 이자소득세와 물가상승률을 빼면 남는 것이 거의 없거나 오히려 모자라는 상황이 지나치게 오래 계속되었다. 현재 소비를 억제한 대가인 저축의 미래가치가 현재가치보다 낮아지는데, 저축의 유인이 사라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사람들이 합리적 기대(rational expectation)에 의한 경제활동을 한다는 가설이 옳다면 우리나라에서 저축은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다. 더욱이 부동산, 주식 등 자산의 투자수익률이 더 높아져 빚을 얻더라도 투기대열에 끼어야 경제적 승자가 될 수 있었는데 말이다. 경제현상을 무시한 장기간의 저금리 정책은 이 사회를 「빚 권하는 사회」로 만들어 가계부실을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빈부격차도 심화시켰다.



  생각해 보면, 저축률 하락은 한국경제 병리현상의 원인이며 동시에 결과이기도 하다. 거품경제, 과소비가 저축률을 하락시킨 원인으로 작용하였고, 저축률 하락이 가계부채 누적, 내수부족, 노후불안 같은 우울한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저축이 불가능한 사회는 한마디로 미래를 기약하기 어려운 사회다. 돌이켜 보면 지금보다 소득 수준은 낮더라도 저축률이 높을 때 한국경제는 보다 활력이 있었고 사람들 사이에 대립과 갈등도 덜 했었음을 생각할 수 있다. 100세 수명시대를 맞아 청장년기에 저축을 하지 못하는 그들에게 내일이 있는가? 저축률이 이렇게 낮아지는데, 이미 진입하기 시작한 고령사회에서「고려장」이 부활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인생 황혼기에 이르러 헐벗고 굶주린 무의탁 노인들을 방치하는 비극이 바로 고려장이지 다른 것이 아니다.

졸고 고령사회를 축복으로  참조



  물가는 오르고 있 는 상황에서, 최근 소비를 촉진하기 위하여 근로시간을 변경하려 한다는 뉴스가 맥빠지게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지금이라도 저소득 계층의 소액저축 그리고 노후안정을 위한 장기저축을 제고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 길이 늦게나마 불행을 극소화하는 길이다.

 * 관련 글들은 네이버블로그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http://easynomics.blog.me



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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