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소득, 무엇이 문제인가?

입력 2011-06-17 08:16 수정 2011-06-30 15:47


  불로소득이란 글자 그대로 땀도 흘리지 않고, 하등의 위험도 부담하지 않고 거저 챙기는 소득이다. 이 세상 모든 경제재는 토지, 노동, 자본 같은 생산요소를 투입하는 생산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누군가 아무런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재화를 차지하면, 다른 누군가는 적어도 그 이상을 잃어버려야 한다. 불로소득(unearned income)이 문제가 되는 것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을 그냥 줍는 것이 아니고 긍극적으로는 다른 사람의 몫을 빼앗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 아는 예를 들어보자. 과거 어떤 실세는 개발계획이 확정되기도 전에 미리 정보를 빼돌려 (당시로서는 특혜인) 융자까지 받아 넓은 땅을 헐값에 사서 수십 배의 차익을 남겼다. 멋모르고 땅을 판 원주민은 울화병을 이기지 못했다. 그 인사가 차지한 불로소득은 원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하여 수 많은 소비자에게 전가되기 마련이다.



  남모르는 내부정보를 이용하여 남다르게 초과이익을 차지하고, 이리저리 줄을 대야 자리를 앉을 수 있는 풍토에서는 불로소득이 생성되기 쉽다. 사람들이 본원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노력보다 쉽게 돈을 버는 연금술에 열중하려 든다. 물밑경쟁을 통하여 특별한 금융, 조세, 인·허가 등을 따내는 이권경쟁과 내부거래를 이용하여 특혜를 받고 일확천금을 거머쥐려고 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남이야 어떻게 되던 나만 배부르면 된다는 천민자본주의가 극성을 부려 기업가 정신, 장인정신(artisan spirit)이 위축되고 인적자원을 소홀히 하는 환경이 조성된다. 예컨대 기술혁신에 힘쓰지 않고 교섭능력(bargaining power) 확장에만 힘을 기울이는 기업이 어떻게 되겠나? 세상은 노동집약에서 자본축적으로 다시 기술·정보 융합 산업으로 부가가치 창출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는데, 인적자원을 우습게 생각하는 사회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불을 보듯 빤한 일이다.



  어떤 사회에서도 불로소득을 완전히 근절할 수는 없겠지만 그 발생소지를 극소화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불로소득을 예방하려면 먼저 투명성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정보가 독점되고 남용되는 것을 막으면 남다른 초과이익이 발생할 소지가 줄어든다. 투명성은 어떤 일의 결과는 물론 과정의 모든 것을 누구에게나 남김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정보의 공유는 내부자거래, 부패, 거품으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제거하는 첫걸음이 된다.
  후진국 증상의 하나는 규제는 이리저리 뒤엉켜 있지만 이를 빠져나가는 방법 또한 여기저기 구멍이 나 있다는 점이다. 그물을 아무리 촘촘하게 엮어도 구멍이 여기 저기 뚫려 있으면 재수(?) 없는 고기만 잡힌다. 우리나라 경제 관련법규에 나열된 그 많은 예외와 단서 조항을 정리하여도 재량행위가 축소되어 불로소득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거품, 부패, 담합, 내부자거래로 발생하기 쉬운 불로소득이 커질수록 보통사람들의 행복의 원천이 되는 「땀의 가치」, 「삶의 보람」은 멀어져 간다. 우리나라가 괄목할 경제성장을 이룩하고도 행복지수가 세계 최하위 수준에 있고 자살률이 그리 높은 것은 아마도 불로소득이 그치지 않고 있다는 하나의 반증인지도 모른다.

  본원적 부가가치 창출보다는 이권경쟁에서 경제적 승패가 좌우되는 사회에서 갈등과 대립이 조장되기 쉽다. 그래서 다른 누군가의 희생을 대가로 하여 얻게 되는 불로소득이 창궐하게 되면 공동체의식이 파괴된다. 불로소득이 만연한 사회에서 경쟁에서 탈락하면 자신의 판단 착오나 게으름보다 사회의 부조리를 탓하기 쉽다. 그래서 불로소득 차단은 아마도 망국적 지역감정 그리고 소위 보수와 진보의 불필요한 대립까지도 누그러트릴 수 있는 묘약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불로소득은 화국병민(禍國病民) 즉 나라를 망치고 백성을 신음하게 하는 근본원인이다. 특권층이 아닌 일반시민, 선량한 시민들이 살기 좋은 나라는 불로소득이 없는 나라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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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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