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인가 위험인가? - 1

입력 2011-06-09 15:16 수정 2011-06-22 10:12




   지속적 기술혁신과 지구촌 경제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와 더불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위험도 커지고 있다. 미래 언젠가 발생할지 모를 “해로운 불투명성(hazards)”가운데서, 확률분포에 의하여 발생빈도나 그 크기를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위험(risk)이다. 그리고 막연하여 대응하기 어려운 불안이 불확실성(uncertainty)이다. 불확실성은 어떤 변수들 사이에 인과관계(因果關係)나 상관관계(相關關係)가 없어 그 발생 가능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90년대 후반 기업의 과잉투자와 경상적자가 지속되어 환율상승 압력이 고조되고 있었고 경제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환율을 대폭 인상하여야 했다. 그런데도 무슨 일인지 환율방어선을 자꾸 후퇴해가며 막무가내 환율을 억누르려는 무리수가 펼쳐졌다. 결국 가뜩이나 부족한 외환보유고는 바닥이 나고, 환율은 천정부지로 솟구치며 미증유의 구제금융 사태가 벌어졌다. 여기서 경상적자와 이에 따른 환율상승이나 물가불안은 누구나 조금만 생각하고 고민하면 예측할 수 있는 위험(危險)이었다. 그러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비이성적 환율방어는 가계나 기업이 도무지 예상할 수 없는 한국경제의 불확실성(不確實性)이었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위험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불확실성이라는 괴물로 키운 셈이다.



  통계자료를 토대로 어떤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을 측정할 수 있다면 그 위험에 대한 비용도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 않을지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에 대한 비용은 헤아리기 어렵다. 안전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채권에 투자할 경우에도 위험은 물론 불확실성도 잠재되어 있다.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가 발행한 채권은 채무불이행 위험 확률이 높고 이에 따른 보상으로 리스크 프리미엄(risk premium)이가산되어 높은 금리가 적용된다. 그런데 신용평가등급을 산정하는데 사용된 자료가 조작되었다면 1등급 채권이라도 지불불능에 처할 불확실성이 크다. 평가 자료의 허위나 평가기관의 불성실은 일반 투자자로서는 어떻게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이다.



  곡예사가 줄 위에 서 있는 상황도 불확실하고 위험하기는 하지만 그 시점으로는 균형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집중력을 잃는 동시에 균형을 상실하고 줄에서 떨어질 위험이 내포되어 있다. 그리고 적대적 관계에 있는 적지에서 줄을 탈 경우, 어떤 심술쟁이가 몰래 돌을 던지면 아무리 줄타기의 명인이라 하더라도 그대로 추락할 불확실성을 잉태하고 있다.
  본질가치를 벗어나 크게 오른 주가는 그 시점에서는 (매도· 매수) 균형을 달성한 상태이지만 언제든 하락할 위험이 상존한다. 본질가치와 시장가격의 괴리가 클수록 더 크게, 더 빨리 떨어질 위험은 커진다. 또 우리나라 증권에 투자한 상대국에 금융불안이나 천재지변이 같은 불확실성이 발생하면 외국인들이 급격히 투자자금을 회수하여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우리나라와 같이 외국인 투자에 제한이 없고 외국인 주식 소유비중이 높은 나라에서는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 유출입과 관련된 불확실성은 상존하고 있는 셈이다.



  대부분의 위험은 가계나 기업 스스로 관리가 가능하다. 시장은 위험수용(risk taking)행위와 위험회피(risk aversion)행위가 어울려 위험을 중립화(risk neutral)시키는 순기능이 있다. 즉 시장에서 위험을 선호한 대가로 더 높은 수익을 얻으려는 행태와 위험을 회피하는 대신 기대수익을 낮추는 행태가 합해져 위험이 분산되고 시장 전체적으로는 위험을 중립화 시키게 된다.
  불확실성은 각 경제 주체뿐만 아니라 사회전체 차원에서 관리되어야 한다. 예컨대, 백두산 화산이 폭발하여 한반도가 화산재로 뒤덮일지 모르는 불확실성은 개인보다는 거시적으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막대한 군비를 들여 나라의 간성(干城)을 육성하는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전쟁이라는 엄청난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입 과다로 인한 불확실성에 대한 관리도 가계나 기업을 넘어 시장전체 차원의 대응이 요구된다.

  불확실성과 위험은 본질이 다른데도 이를 혼동하다가는 가계나 기업이나 정부나 모든 경제주체들이 사태를 오판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처방을 하여 예기치 못한 큰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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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글은 네이버블로그에 체계적으로 정리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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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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