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입력 2011-03-16 16:02 수정 2011-03-16 18:13


  최근 국제상품시장에서 옥수수나 소맥의 선물 매수 포지션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투기업자들이 이들 가격의 상승을 기대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평소 비싼 느낌이 있던 단골식당이 음식가격을 단번에 12% 이상 올렸는데, 여기저기 인플레이션 이야기가 나오자 덩달아 가격을 올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간 물가가 머지않아 안정될 것이라고 하는데도, 웬일인지, 많은 사람들이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함으로서 실제로 물가를 오르게 하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싹트고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기 어렵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어떤 경로를 통하여 번지는지 살펴보자.



  # 유동성이 팽창하면 시차를 두고 인플레이션이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발생하게 된다. 통화량이 확대되면 단기적으로는 경제성장과 더불어 물가상승에 영향을 주는데, 장기적으로는 성장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고 대부분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통화량이 풀려도 경기침체로 돈이 돌지 않으면 당장에는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로 잠복되어 있다가 경기가 회복되어 돈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곧바로 물가를 자극하기 마련이다.

  '08 세계금융위기 이후 유동성을 완화하면서, 한국은행은 물가안정 목표를 ‘09년 11월 종전 3%±0.5%에서 3%±1.0%로 확대하였다. 그 뜻을 헤아릴 수는 없으나 물가상승 폭을 보다 높이 허용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되어 시장에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싹트게 하였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선진국의 물가안정 목표가 대개 1% 안팎임을 생각하여 보자.





유동성과 물가상승률 추이















‘00



‘01



‘02



‘03



‘04



‘05



‘06



‘07



‘08



‘09



‘10





총통화



2.2



6.9



11.5



7.9



4.6



6.9



8.3



11.2



14.3



10.3



8.7





총유동성



5.6



9.6



12.9



8.8



6.1



7.0



7.9



10.2



11.9



7.9



8.2





물가상승



2.3



4.1



2.8



3.5



3.6



2.8



2.2



2.5



4.7



2.8



3.0





경제성장



8.8



4.0



7.2



2.8



4.6



4.0



5.2



5.1



2.3



0.2



6.1(단위: %, 전년대비)



  # 창구지도(jawbone)를 통하여 시장에 도매물가 또는 소비자물가를 올리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면 눈치를 보아야 하는 기업이 일시적으로 가격을 동결할 수 있다. 그러나 물가상승을 요인을 해소한 것이 아니고 물가인상 행위를 유보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기 때문에 미래 어느 시점에서는 그 이상으로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잠복될 수밖에 없다. 만약 물가를 억누르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더 커지게 된다. 기업은 어디까지나 이윤극대화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언젠가는 반드시 나타날 풍선효과가 오히려 인플레기대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



  # 신뢰받는 인사가 상품 수급에 문제가 없다든지 물가가 곧 안정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면 그 선언효과(announcement effect)로 인해 시장이 안정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확실한 근거자료도 없이 막연히 "물가가 곧 안정될 것이다"라는 선언효과를 즐겨 반복하다 보면 시장의 신뢰는 더 상실되어 물가를 불안하게 할 수 있다. 더구나 이사람 저사람 중구난방으로 물가가 어떻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쓸데없이 하다보면 시장심리를 악화시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불붙게 할 우려가 있다.



  과거의 경험에 의하면 유동성 팽창 같은 경제요건 악화에 의한 물가상승도 문제지만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더 급격한 물가불안을 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만연하게 되면 화폐가치 특히 미래의 화폐가치에 대한 신뢰가 상실되어 실물시장에 대한 가수요 내지 투기수요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물가오름세 기대심리가 번지는데도 기초경제여건에 변화가 없으면 끝내는 자산시장의 거품을 잉태하게 될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2000년대 중반의 부동산시장을 생각해보자.



  창구지도나 선언효과는 것은 물가상승을 일시적으로 지연시킬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 같은 임시변통의 미봉책은 천재지변이 발생하거나 시장이 이유 없이 크게 왜곡될 경우에 한하여 단번에 그쳐야 한다. 통화의 안정적 공급, 원자재 확보 같은 근원적 대책 없이 창구지도나 선언효과(宣言効果)를 남발하게 되면 경제주체들이 통화가치에 대한 신뢰, 시장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게 되어 인플레기대심리가 삽시간에 증폭될 수도 있다. 정말 조심하여야 한다.   easynomic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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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easynomics.blog.me


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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