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왜 오르는가?

입력 2011-03-10 14:52 수정 2011-06-29 13:43
  인플레이션은 상품을 비싸게 팔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동시에 비싸도 어쩔 수없이 사야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일어나면 필요 없는 물건도 사두었다가 초과이익을 얻으려는 사재기 심리가 발동하여 악순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 최근 물가상승 압력은 신흥공업국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회복이 궤도에 오르지 않고 식료품비용이 전체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신흥공업국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근본 원인을 들여다보자.



  # 식료품의 공급과 수요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북아메리카와 남미의 가뭄, 호주의 홍수 등 세계적 기상 이변이 향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런데다 신흥공업국의 소득수준 향상으로 식품 소비수요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공급이나 수요측면 모두 인플레이션 압박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와 기타 원자재도 예외가 아니다. 아주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그 동안 목욕을 자주 하지 않았던 인도와 중국인이 샤워를 하기 시작하였다. 대개 30억으로 추산되는 인구가 매일 샤워를 하게 된다고 가정하면, 그 물과 그 물을 데우는 데 드는 땔감이 얼마나 될까? 생활의 여유가 생기면 누구든지 잘 먹고 깨끗하게 살고 싶어 한다.



  # 빠른 경기회복으로 (실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에 근접해 있거나 신흥공업국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과열에 근접하고 있다. 물가 변동 폭이 심한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품목의 물가상승, 즉 근원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고 있는데, 이는 실제 성장률이 이미 잠재성장률 수준을 넘어서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실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넘어서는 플러스의 GDP 갭 즉 인플레이션 갭이 발생하여 수요 초과 현상이 나타나 물가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물가안정과 고성장을 동시에 달성하는 수단, 즉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방안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 ‘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와 저금리에 의한 금융완화 정책으로 유동성이 범람하게 되었다. 이에 더하여 금융위기가 극복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선진국 단기투자자금이 신흥공업국으로 몰려들어 통화량이 큰 폭으로 확대되었다. "물가수준은 언제나 화폐적 현상이다"라는 프리드만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돈이 풀리면 물가는 시차가 있을 뿐 언젠가는 반드시 오르게 되어 있다. 막걸리에 물을 부으면 붓는 만큼 맛이 싱거워지는 이치와 같다. 그 풍부한 유동성에 통화유통속도가 붙는다면, 즉 경기회복으로 돈이 돌아가기 시작한다면 물가상승압력을 어떻게 감당할지 모른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물가상승 요인이 복합적으로 내재되어 있어 이미 오래 전부터 인플레이션은 잠복되고 예고되어 있었다. 본란에서도 ‘09. 9 이후 수차례에 걸쳐 두려움과 탐욕사이에 , 인플레이션인가 거품인가?, "더블 딜레마" 의 글을 통하여 염려하여 왔다.



  먼저 “98년 이후 장기간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를 시현하고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이 많이 유입되었는데 웬일인지 환율은 제자리에 있고 유동성만 크게 늘어났다. 한국경제의 미스터리의 하나는 ‘00년 이후에만 약 2,000억불의 경상수지 흑자가 달성되었는데도 환율은 거기서 거기라는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물가 특히 서민생활 물가에 부담을 주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다.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추이 (단위:억달러)















‘98



‘00



‘02



‘04



‘06



‘08



‘10





경상수지



426.4



148.0



75.4



323.1



140.8



31.9



282.1





누적 경상수지



426.4



819.2



978.9



1457.9



1784.8



2034.5



2644.5





연평균환율



1401.4



1130.9



1251.1



1145.3



954.8



1102.1



1156.1

  다음으로 ‘10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4% 수준을 초과하는 6.1%를 기록하여 플러스의 GDP 갭, 즉 인플레이션 갭이 '10년 하반기 전후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성장이 각 부문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특정부문에 치우쳐 있어서 경기활황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랫목은 화덕처럼 뜨겁고 윗목은 얼음장처럼 차 온도차이가 크게 나는 환경에서는 고뿔 걸리기 십상이다.)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구제역처럼 어어 하다가 문제가 벌어졌다. 공급측면과 수요측면의 요인이 상승작용(相乘作用)하여 파괴력도 크고 또 장기화 될 소지도 있다.  가계도 기업도 정부도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왜 비싸게 팔려고 하고 왜 비싸게 사야만 하는 이유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매사가 그렇듯이 먼저 기본원리에 충실하여야 하고 묘수는 그 다음에 생각하여야 한다. 물가를 잡겠다는 욕심에 허둥대다가는 공연한 인플레기대심리만 부추길까 걱정되어 하는 이야기다.

easynomics@naver.com
 관련 글은 네이버블러그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http://easynomics.blog.me

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보험설계사·택배기사 등 노동3권 보장, 어떻게 생각하세요?

  • 특수형태 근로자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교섭을 통해 권익을 보호받을 것 408명 37%
  • 4대 보험 적용 등 고용주의 부담이 늘어나면 일자리가 되레 줄 수도 우려 700명 63%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