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부활의 지혜

입력 2011-02-10 15:23 수정 2011-03-02 09:18


패자부활의 지혜



  어린 시절 ‘장발장’을 처음 읽었을 때 “비록 죄를 졌어도 회개하고 노력하면 구렁텅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교훈을 강하게 받았다. 그러나 차츰 세월이 지나면서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은,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와 마찬가지로, 당시 도시빈민들의 고달픈 삶과 그들의 그악한 모습을 사실 그대로 묘사한 사회고발소설이라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1차 산업혁명 물결이 일며 동력혁명, 기계혁명으로 생산성이 높아진데다, 농노들이 해방되어 도시로 밀려들면서 유휴 노동력이 넘쳐났다. 남보다 일찍 산업혁명 대열에 합류한 사람들은 막대한 부를 향유하였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밤낮으로 일해도 입에 풀칠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었다. 지칠 대로 지친 도시빈민들은 그래도 배는 덜 고픈 농노나 노예상태에 있었던 옛날을 그리워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18세기 이전에 농노와 노예들은 예종(隸從)에 익숙해져 있었고 상당수의 철학자, 종교가, 정치가들도 노예제도 그 자체를 죄악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자유주의 경제학자 미제스(L. v. Mises)는 증언했다.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생산수단을 소수가 독점한 상황에서 의지할 곳 없는 도시빈민들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 질곡의 상황을 벗어날 가능성조차 없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유지는 차치하고 최소한의 동물적 생존조차 어려웠다는 이야기다.

  빈부격차가 심화되면 어쩔 수 없이 내수기반이 취약해기 마련이다. 이와 같은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 현상을 메우기 위하여. 열강들은 해외수요기반 확충에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었다. 이러한 경제적 필요성에서 인근궁핍화로 대변되는 중상주의 나아가 약육강식의 제국주의 이념이 정당화되었다. 결국 제1,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대부분의 지구촌 사람들은 너나없이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위고나 디킨스는 이와 같은 대재앙의 조짐을 예감하고 소설을 통해 미리 경고 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유경쟁이 경제 성장과 발전을 이끄는 것은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다. 시장은 “경쟁”이 꽃피는 토양이다. 시장이 잘 발달하면 좋은 물건과 서비스를 싸게 만들어 파는 기업이 커가게 된다. 결과적으로 후생과 복지 수단이 확장되어 사회는 살찌고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게 된다. 그러나 주니어 플라이급 선수가 헤비급 선수와 같은 링 위에서 맞붙는 것을 경쟁이라고 정의할 수 없다. 건장한 청년이 허리 굽은 노인보고 팔씨름을 벌이자고 으스대는 것을 어찌 경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장발장의 수양딸 코제트의 어머니 팡틴이, 밤낮으로 일해도 딸의 우유 값을 벌지 못하는 비극적 상황에서, 악덕 세탁소 주인과 맛서 어떻게 경쟁할 수 있겠는가? 생산 설계도를 미리 제공하고, 한 회사에만 부품을 납품해야 하는 불평등계약을 맺은 소기업이 대기업집단과 맛서 납품가격을 시장원리에 의하여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인가?



  동물의 세계에서는 한 번 지면 사라져 가야 한다. 하지만 시장에서 경쟁에서 졌다고 해서 사라져 가야 한다면 인류의 생존과 발전이 가능할까? 인간세계에서 사람보다 더 중요한 그 무엇은 없다.
  그리고 시장에서는 승자와 패자가 종종 엇갈려야 경쟁력이 더욱 증진되고 더 좋은 상품이 개발될 수 있다. 한번 승자가 되면 영원한 승자가 되는 시장에서는 더 큰 발전과 성장이 불가능하다. 어제의 승자가 오늘은 패자가 될 수 있고, 오늘의 실패가 내일의 성공으로 연결될 수도 있는 것이 시장이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경제의 성장과 발전이란 새로운 기술을 개척한 승자가 계속하여 새롭게 등장하는 과정임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미래의 변화무쌍한 시장에서는 누구나 질 수가 있고 누구나 이길 수가 있다. 어제의 승자가 오늘은 패자가 될 수 있고, 오늘의 실패가 내일의 성공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경쟁에서 진 사람에게 패자부활의 기회를 주는 일은 진정한 의미의 경쟁사회를 이룩하고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하는 길이다.
  시장에서 패배한 사람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시장참여자에게 "게임의 법칙"을  지키게하는 길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사회를 어지럽게 하는 담합, 부패, 음해, 비자금관리 같은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마구잡이 부당경쟁을 없애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공정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는 바로 패자부활이 가능한 사회를 말한다. 이를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은 중장기적으로 유효수요를 확충시켜 경제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패자부활의 기회는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재활의 기틀을, 그리고 잘 사는 사람들은 더 살게 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 같은 논지의 글을 중앙일보 비즈 칼럼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easynomics@naver.com
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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