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수채화

입력 2010-05-31 16:02 수정 2010-06-04 09:41
연둣빛 형광색보다 더 밝고 화사한 5월의 풋풋한 잎새들을
카메라에 담아보고자 용문산 언저리를 찾았다.

봄꽃 촬영을 하려 얼마 전 가평에 있는 아침고요수목원을 찾았으나,
봄꽃이 제대로 피기 전인데다가 날씨도 흐려 맘에 드는 사진을 얻지 못했다.
봄꽃은 역광을 받았을 때 그 화사함이 배가되기 때문이다.

신록 역시 봄꽃과 비슷해, 밝고 얇은 잎새가 역광을 받게 되면
그 찬란한 푸르름이 한껏 강조된다.
얼마 전의 봄꽃 촬영의 실패를 보상하리라 마음먹고 찾아간 용문산.
차를 타고 가는 중에도 날씨가 꾸물꾸물 하여 불안하던 차에
숙소에 도착을 하니 마침내 비가 오기 시작했다.

‘나는 왜 장날에만 가게 되는 걸까..’
일단 용문산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칼을 뽑았으니 무라도 베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신록의 시기적 타이밍은 좋았는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 속상했다.
하지만, 비 먹은 숲의 향은 그 서운함을 달래주기에 부족하지는 않았다.

한동안 노래방엘 가면 ‘비오는 날의 수채화’를 곧잘 부르곤 했는데,
비를 머금은 신록도 나름의 운치 있는 장면을 연출해내고 있었다.
마치 수채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비가 잠시 멈춘 약 10분간 여기저기 연녹색의 자연을 도려냈다.
밝지만 착 가라앉은 색감도 역광을 받은 색감과 다른 차원의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었다.

 

비를 머금은 숲은 한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했다
 

나무에 비가 스며들어 더욱 신록을 빛나게 도와 주고 있다
 

침엽수와 활엽수의 차이...소나무는 왜 저런 시절이 없는가..
 

 

비가 오니 신록의 느낌이 오히려 살아나는 듯
 

 

이 잎들도 지금은 짙은 녹색의 건장한 잎으로 자라나 있으리라
 

꽃이 없어도 나무가 화려해질 수 있다
 

이날 마지막 사진. 숙소에서 창을 내다보며 전깃줄에 맺힌 물방울에 한 컷.
 
 
 사람도 그러하듯이 모든 사물에는 절정기가 있다.
그 절정기 때 가장 아름답고 높은 가치를 평가 받게 된다.
그러나 시각을 조금만 바꾸면 그 시기와 상황이 아니더라도,
또 다른 아름다움과 가치를 찾아낼 수 있다.
주름이 수없이 잡힌 노인의 해맑은 웃음에서 또 다른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듯이 말이다.

이날은 특히 디지털의 도움, 즉 색온도가 자동으로 맞추어져
신록의 색을 파스텔풍으로 잘 표현할 수 있었다.
아마 필름으로 찍었으면 푸르딩딩하게 나왔으리라.

10여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신록의 또 다른 느낌을 느끼기엔 그리 부족한 시간이 아니었다.
비가 다시 내리자 인근 막걸리집으로 숨어들었다.
 
 
 
까까머리 시절, 암실에서 첫 인화의 감동을 먹은 후 아직도 빛을 찾아 헤매고 다니는 40년차 아마추어 사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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