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과 교권

입력 2010-05-14 11:20 수정 2011-07-12 17:52
  "선생들이 학생들을 귀하게 여기지도 않고 , 학생들은 선생에 대한 존경심도 없다." 지난해 여름 북한산 동장대 그늘에서 쉬다가 조기 퇴임한 중년의 선생님으로 들은 이야기다. ” 그 질식할 것 같은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교직에서 물러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 힘든 임용고시에 합격한 다음에도 자리 구하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 교원 자리에서 훌쩍 물러난 그 분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최근 뉴스를 보니 일반직장의 비정규직에 해당하는 시간강사가 무려 3,000명 가까이 되는 대학교가 있다고 한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교원”의 지위는 인정받지 못하는 시간 강사를 10년, 20년 하는 사이에 소외감과 생활고로 지쳐 있는 선생님들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그 분들이 학생들에게 어떤 미래상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 두 장면을 생각하면서 학교가 진리와 자유를 탐구하는 상아탑이 아닌 그저 단순 지식거래소로 변해 가고 있다는 처량한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세계 최고의 교육열을 자랑한다는 우리나라에서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신성한 교단이 흔들리고, 교권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훈장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철없는 아이들 사람 만드는 일이 그만큼 힘들고 속이 타는 일이라는 이야기다.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 노심초사하는 스승의 심정을 대변하는 이야기다. 참 스승의 길은 그만큼 고독하고 험난한 길이라는 뜻일 게다. 우리나라가 가치관의 혼란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며 여기까지 온 저력이 어디에 있겠는가? 우리 모두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높이 산 결과가 아니겠는가?

  스승이 우뚝 서서 스승의 말씀에 권위가 있고 스승을 공경하여야  힘찬 미래를 기약하는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는 배우는 자식들을 둔 부모의 자세, 가르치는 사람의 고뇌, 그리고 배우고 가르치는 일을 고귀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삼위일체로 형성되어야 하지 어느 한부분이 노력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 어릴 적에 "스승을 모실 때는,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된다"는 말을 자주 들어왔다. 그만큼 스승을 존경하고 우러르는 자세를 가져야 제대로 된 사람이 되고 인격을 도야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저 내 자식만 귀하다는 생각으로 여러 학생들 앞에서 멱살을 잡는 등 스승을 함부로 대하는 일들이 벌어지는데 어떻게 스승의 모습이 그려질 수 있겠는가?

  # 제자들이 감동할 수 있는 자세가 교단을 지키는 기본이다. 예컨대 윤리교수가 학생들에게 공맹과 헤겔을 또박 또박 가르쳐도 스스로 사회의 귀감이 되는 행실을 보이지 않으면 허사가 되고 만다. 의리나 명분을 말하면서 여기저기 국물 있는 곳을 기웃거리는 선생님을 누가 마음속으로 따르겠는가? 충효를 강조하면서 정작 행실은 약자를 깔보고 힘센 사람의 들러리가 되는 교육자로부터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 스승도 그 이전에 생활인이다. 세상의 잣대가 왔다 갔다 하는데 선생님 혼자서 외롭게 서 있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툭하면 교직을  업신여기고 뒤흔드는 사회분위기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볼일이다. 스승들이 자긍심을 버리지 않도록 스승을 존경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하고 우대하는 장치가 절실하다.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 (2) - 부의 이동 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래의 부가가치는 기술과 정보라는 무형자산에서 나온다. 선진사회로 가는 길은 말할 필요도 없이 교육에 있다. 당장 어려움이 있고 다소의 비용이 들더라도, 교권은 사회가 보장하여야 한다. 그리고 교단은 스승이 스스로 지켜야 한다.

“힘차게 나는 날개 짓을 가르치고,
세상을 올곧게 보는 눈을 갖게 하고
이윽고 그들이 하늘 너머 날아가고 난 뒤
오래도록 비어 있는 풍경을 바라보다 그 풍경을 지우고
다시 채우는 일로 평생을 살고 싶습니다.”       
                                                          도종환 / "스승의 기도"에서

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보험설계사·택배기사 등 노동3권 보장, 어떻게 생각하세요?

  • 특수형태 근로자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교섭을 통해 권익을 보호받을 것 259명 36%
  • 4대 보험 적용 등 고용주의 부담이 늘어나면 일자리가 되레 줄 수도 우려 455명 64%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