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딜레마"

입력 2010-05-07 09:19 수정 2010-05-07 12:10
  어떤 선택을 해도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 즉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을 “딜레마”라고 한다면, 2010년 현재 한국경제는 금리와 부동산 문제로 “이중 딜레마”에 직면한 셈이다.

  # 먼저 금리 문제가 그렇다. 금리를 올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마냥 놔둘 수도 없는 어정쩡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가 분명하게 회복되고 있다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려야 할 것이다. 그동안 과다하게 공급한 유동성이 돌기 시작하면 다시 말해 통화 유통속도가 붙는다면 하이퍼인플레이션 내지 또 다른 거품 확산을 우려하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경제의 이면을 들여다본다면 한계에 처한 중소기업과 부채를 안은 가계가 어느 정도의 고금리를 감당할 능력이 있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졸고 “두려움과 탐욕사이에 ” 참조

  # 부동산 문제 또한 예사롭지 않다.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이 국민소득수준에 비하여 높다고 한다. 하지만 만약 부동산 가격이 그 유식한 사람들의 주장대로 대폭락한다면, 한국경제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미증유의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집 한 채 마련에 인생을 건 중산층 내지 서민가계가 글자 그대로 괴멸(壞滅) 지경에 이르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외환금융위기 이후 주가가 폭락하여 한때 깡통구좌가 문제가 되었지만, 앞으로 “깡통 아파트”가 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기업과 금융기관이 부실화되면 공공자금을 투입하여 구제하는 방안이 있지만 가계가 빈털털이가 되어 진 빚을 대신 갚아 줄 방도가 어디 있겠는가?

  맞물려 있으면서도 엇갈려 있는 부동산과 금리 문제의 진원을 잠시 살펴보자. 대부분 개발도상국에서는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을 연결하는 관건이 되는 금리가 경제현상을 제대로 반영하기보다 기업을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하였다. 인위적 저금리 상황에서는 대출받는 능력 자체가 결정적 이권이었다. 과잉유동성으로 (초)인플레이션이 진행되어 시간이 흐르면 부채가 저절로 탕감되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환경에서 금융저축보다 실물투자에 주력하여야 경제적 승자가 될 수 있었다. 장기간의 저금리 상황은 부동산 투자(투기?)를 사실상 유도한 것과 다름없다. 금리자유화 이후에도 이어진 소위 “부동산 불패신화”는 금융자산이 그 가치를 보전하지 못하는 인플레이션 유발 경제구조였음을 말해 주고 있다.

  지금은 초저금리 상황이 장기간 계속되고 있어 금리 인상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오랫동안 금리인하를 주장하던 재변단체에서도 이제는 금리인상론이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섣부른 금리인상이 한계에 이른 중소기업과 가계를 핍박하여 모처럼의 경기회복 분위기를 해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도 부동산 시장은 매매거래가 중단되는 등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간과하고 금리를 올리면 부동산 가격 하락을 급하게 재촉할 수도 있다.
  군집본능이 강한 사회에서는 가격 상승기에 쏠림현상이 나타나듯, 하락기에는 (역)쏠림현상 또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많은 연구단체에서 너도나도 부동산 침체를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라. 그리하여 거품과 역거품이 지나가고 나면, 부의 재편 현상이 또다시 일어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심화되어 경제구조가 더 취약해질 우려가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 이중 딜레마는 경제의 기본 흐름을 읽고 성장잠재력을 강화하기보다 눈앞의 경기부양을 위한 단기대책에 급급하다가 부작용이 누적된 것이 아닌지 겸허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생각컨대  지금은 “더블 딥” 보다 오히려 구조적 차원의 “더블 딜레마”에 더 큰 문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하여야 한다. 문제 해결에는 왕도가 없다. 지금부터라도 다소의 문제가 있더라도 정도(正道)로 가는 수밖에 없다.
  금리는 차츰 정상화하고 거래비용 인하 등 부동산 시장의 규제 또한 완화하여 시장(市場)이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는 방안이 유일한 선택인지 모른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경제문제도 얽어매면 맬수록 시간이 지나면 더 큰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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