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장에서는 사진사가 왕?

입력 2008-02-05 14:32 수정 2008-02-05 14:40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는 말을 하곤 한다. 이 말은 특히 결혼한 사람들이 가장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심지어 결혼식은 사진을 찍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순간을 아름답게 잡아놓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에 몇 만원에 벌벌 떨던 사람들이 2~300만원 하는 그 비싼 패키지 촬영료를 기꺼이 지불하는 건지 모르겠다.


여행은 준비할 때가 여행 자체보다 즐거운 일이라고들 말한다. 여행을 막상 떠나면 피곤할 때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여행은 많은 것을 주지만, 여행 속에서 놓치기 싫은 장면들을 촬영해 놓았다면 다녀온 다음에 그때의 사진을 보며 또 다른 즐거움을 느끼곤 한다. 사진이 주는 큰 보너스인 셈이다.


 



봄이 오고 있다 (포토로그 중에서)


 


필자의 경우, 다른 사람 결혼식 사진을 무척 많이 찍어주었다. 처음엔 친한 친구나 선후배가 결혼을 할 때 ‘놀면 뭐하냐’는 식으로 식장에 카메라를 가져가서 찍었다. 연출은 싫어하는 관계로 야외촬영은 한 번도 해준 적이 없다. 식장 내에서는 연출을 안 해도 되고, 필요에 따라 메인(스튜디오) 사진사가 연출을 해주니 덩달아 찍기만 하면 됐다.


결혼식 사진에서는 필름 갈아 끼는 시점 조절을 잘해야 한다. 중요한 시점에 필름이 떨어지면 좋은 장면을 다 놓치게 된다. 그래서 주례사 할 때나 단체기념사진 직전처럼 시간의 여유가 있는 시점에 필름이 딱 떨어지게 하는 것이 좋다. 시간에 쫓기면 필름을 잘못 넣을 수도 있고, 앵글, 핀트, 프레이밍, 찬스 포착, 좋은 자리 등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시점에 필름을 갈아 넣는 시간 10초는 보통 시간의 1시간의 길이보다 더 길게 느껴진다. 디지털 카메라는 용량이 수백장, 수천장이 되니까 별 걱정이 안되겠지만, 그래도 아무 생각 없이 찍다가 화면에 ‘메모리 부족’이 뜨면 난감도가 더 클 것 같다. 또 디카는 ‘배터리 부족’도 잘 체크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항상 스페어 메모리와 배터리를 준비해야 한다.


모든 행사 사진을 찍을 때는 각 순서의 길이와, 생길 수 있는 그림을 잘 예측하여 필름이나 메모리(배터리)를 확보하고 나름대로의 촬영 콘티를 만들어놔야 한다.


 


필자의 경우는 직장에 들어와서도 한동안 회사의 행사사진을 찍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입사원서 취미란에 ‘사진’, 특기란에도 ’사진’이라고 써넣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사보기자가 되었고 10년 이상 찍사일을 덤으로 하게 되었다.


골프장엘 가면 앞 팀 티오프 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는데, 미스샷을 했을 때 유난히 부끄러워하거나 자책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비기너다. 미스샷을 하고 나서 태연한 사람이 오히려 경험자다.


행사사진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다. 행사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단상 앞에서는 고개 숙이고 들어가고 사장님께 인사할 때도 같이 하고, 애국가도 따라 부른다. 이런 사람이 초보 찍사다.


행사장에선 사진사가 사장보다 높은 걸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사가 못 갈 곳이 어딨으며, 행사장에서 프로그램을 무시하고 사장에게 명령할 수 있는 사람도 사진사이다. 행사장을 휘젓고 다녀도 사람들은 그러려니 한다.


“좀 웃어보시죠, 한 번 더 악수 좀.. 이쪽 좀 보시구요..” 이런걸 가지고 건방지다거나 행사에 방해된다고 뭐라는 사람은 없다. 어찌 보면 모든 행사 역시 알리려고 하는 것이고 사진 찍기 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건물 준공 등 테이프 커팅 사진을 보면 이제는 100% 현수막을 배경으로 하여 찍는다. 현수막은 일반적으로 준공 건물 입구에 붙이게 되어 있어 테이프 커팅을 하는 사람들은 건물을 향해 서 있는 것이 맞다. 그래서 현수막을 살리려면 참석자의 뒷모습를 찍어야 하고, 커팅하는 사람을 찍으려면 건물 안에서 바깥쪽을 찍어야 하므로 현수막을 찍을 수 없다. 그래서 사진사들이 내빈들을 카메라 쪽으로 돌려 세우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말 안 해도 카메라를 향해서 커팅하고 뒤돌아서 건물로 들어간다. 이것이 공식화 되기 전엔 항상 사진사가 설명을 해야 했다. 물론 그 때도 싫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찍사가 왕이기 때문이다.


 


행사 사진을 잘 찍으려면 깡패 같은 객기도 필요하다. 그래야 프로처럼 보인다.


 
까까머리 시절, 암실에서 첫 인화의 감동을 먹은 후 아직도 빛을 찾아 헤매고 다니는 40년차 아마추어 사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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