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계신 친정엄마는 1935년 을해년(乙亥年) 생이십니다. 다른 사람은 늙어도 내 엄마는 안 늙으실 거라는 착각 아닌 착각을 뒤로하고 엄마의 팔순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젠 시력도 흐려지시고, 귀도 어두워 지셨습니다. 속사포처럼 빨랐던 말투도 느려지시고, 언제나 9시 뉴스 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졸다가 주무시네요. 엄마에게서 노인의 모습을 봐야하는 딸의 가슴이 아프다는 걸 엄마는 아실까요.

참새 같이 재잘대던 5남매의 시끄러운 소리가 사라진지 오래 된 고향집엔, TV가 엄마의 식구요 자식이고 친구입니다. 요즘 같은 겨울에는 길도 미끄럽고 매서운 추위 때문에 바깥나들이는 더 줄어들고 TV앞자리를 떠날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좀 걱정입니다. 운동량도 적으실 뿐만 아니라, 의사소통 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 기억력이나 정서적으로 나쁜 영향을 받지 않으실지. 제 걱정과는 달리 엄마는 TV가 효자라고 방송국에서 좋아할 멘트를 날리십니다. 하긴 어떤 효자가 부모님과 그렇게 긴 시간을 보내드릴 수 있을까요.

애석하지만 부모 자식 간에도 삶의 영역과 생각이 다르다 보니, 어쩌다 고향을 찾아도 부모님과 별로 할 말이 많지 않습니다. 청력의 퇴화로 잘 못 알아들으시는 것까지 감당해야하니 인내가 필요한 건 당연하구요. 열 두 번 들었던 말을 또 들어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돈으로 효도하기보다 정서적으로 효도하기가 더 힘든 것 같습니다. 진짜 효자는 둘 다를 적절히 잘하는 사람이겠죠.
어른들과 시간을 잘 보내는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는 물어야 합니다. 저는,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친절하게 사진까지 제공해주는 요리법을 엄마에게 묻습니다. 그러면 엄마는 ‘그럼 그렇지! 가방끈은 니가 길어도 내가 가르쳐 줄게 있지’라는 표정으로 신나게 설명을 해주십니다. 또 열 번도 더 들었던 6.25때 피난길은 어땠냐고 묻고, 그 옛날 엄마의 신혼살림은 뭐가 있었는지, 아버지가 미웠던 적은 언제였는지 묻습니다. 열심히 얘기하는 엄마의 표정이 주름살을 펴고도 남을 것 같이 밝아지시니 항상 질문거리를 생각합니다.

다음은 들어야 합니다. 말을 끊지 말고, 길게 하시더라도 들어드립니다. 재미가 좀 없어도 웃어 드리고, 슬픈 말엔 안타까워 하고, 놀란 표정도 짓고 리액션에 열심내세요. 언제나 처음 듣는 것처럼 반응 해 드리는 센스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랍니다. 누군가 자기 말에 열심히 경청 해 주고 반응 해 주는 건, 나이를 불문하고 흐뭇한 일이니까요.

2014년 새 해를 맞이하고 곧 설 명절입니다. 명절에 부모님을 뵙거든 시도 해 보세요. 젊은이들과 소통하는 노년을 만들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 말이 있더군요. 반대로 효도하려면 입도 열고, 귀도 열고, 지갑도 열어야 합니다. 힘들다구요? 에이~ 그래봐야 하루 아니면 이틀이잖아요.

김윤숙의 행복 테라피 <김윤숙 yskim6605@hanmail.net>

 
공감소통연구원 대표, 대전혜천대학 겸임교수로 활동중이며, '행복 인생 만들기'란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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