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의 직업.

입력 2012-12-28 08:17 수정 2013-01-20 20:12


강의 차 지방에 내려갔다가 친정집에 들렀더니 아버지가 누워계셨습니다. 전립선에 이상이 생겨 몸이 불편하시다고 하시네요. 좀처럼 눕지 않으시는 분이라서 걱정이 커집니다. 병원에 입원하시라고 했더니 “나는 괜찮다”고 하시고는 ‘쌀은 남았느냐, 고구마 더 싸주랴’며 저를 챙기시느라 광을 뒤지십니다. 오래전부터 불편하셨을 텐데 가을걷이며, 자식들 김장까지 마치시느라 내색을 안 하신 모양입니다.



 아버지의 누워계신 모습이 어찌 그리 작아 보이는지, ‘가시고기’ 이야기속의 아버지가 생각나 가슴이 아려왔습니다. 아버지란 이름과 책임으로 사셨던 60년 세월을, 아버지의 몸으로 보여주십니다. 그렇게 아버지의 몸은 5남매의 양식이 되었고, 옷이 되었고, 꿈이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나는 괜찮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그러면서도 아버지의 진심입니다.



『흥부전』에 나오는 흥부의 직업을 아시는지요? 제비다리를 고쳐줬다고 ‘수의사’라고 하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만, 그 시대의 형벌이었던 ‘태형’을 대신 맞아주는 ‘매품팔이’였습니다. “매품팔아 삼십 냥을 벌어 열 냥으로 양식을 사고, 닷 냥으로 반찬을 사고, 닷 냥으로 땔감을 사고, 나머지 열 냥은 매 맞은 몸 추스르는데 써야지~”라는 구절이 흥부전에 나옵니다. 굶주린 자식들을 위해 기꺼이 매를 맞는 아버지. 감히 누가 능력 없는 아버지라 하겠습니까.



 한 남자가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습니다. 너무나 슬프고 상심이 커서 집을 뛰쳐나가 거리를 헤맸습니다. 밤새 제정신이 아닌 듯 돌아다니다 새벽을 맞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도 모르게 강가에 와서 앉아있었습니다. 인기척이 있어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 아버지가 서 계셨습니다. 아버지는 밤새 거리를 헤매는 아들을 따라 다니며 지켜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한 마디 말도 못하시고….



 어쩌면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도 흥부처럼 매품을 파는지 모릅니다. 자식들을 위해, 가정을 위해, 아픈 매도 기꺼이 견디는 아버지들. 그 ‘매품팔이’마저도 없어질까 살얼음을 걷는 조심스러움으로, 올 한해를 견딘 아버지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또한 아버지의 “나는 괜찮다”가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를 고백합니다. 한편으로, 그 말 때문에 못된 자식될까봐 두렵기도 합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김윤숙 coool66@daum.net>
공감소통연구원 대표, 대전혜천대학 겸임교수로 활동중이며, '행복 인생 만들기'란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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