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별곡.

입력 2012-12-18 23:34 수정 2012-12-25 22:51


모처럼 한가한 날, 침대에서 뒹굴고 있는 제게 딸이 목욕을 가자고 청합니다. 혼자 다녀오랬더니 등은 누가 밀어 주냐고 이불을 들춰냅니다. 아마도 구운 계란과 시원한 식혜한잔이 댕기나 봅니다. 강추위 때문인지 평소 한가했던 목욕탕이 제법 북적입니다. 뜨거운 탕 속에서, 얼었던 몸이 기분 좋게 데워집니다.



 저 어렸을 땐,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목욕탕 출입이 드물었습니다. 명절 즈음해서 엄마와 함께 가는 목욕탕은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지요. 빼곡이 들어 찬 사람들과, 아이들의 울음소리, 엄마들의 고함소리, 살이 익을 듯 뜨거운 물, 엄마 손에 들린 이태리 타올의 공격. 아마도 지옥이 목욕탕 같을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게다가 멀쩡한 제 나이를 깎아, 목욕비를 반값으로 만드는 엄마의 거사(?)에 동조해야 하는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목욕탕에 나쁜 기억만 있는 건 아닙니다. 평생을 묵언수행하시 듯 말 없고 무뚝뚝한 아버지가 어린이날과 성탄절 즈음에는 이벤트를 만드십니다. 가까운 온천에 있는 가족탕에 가서 목욕을 하고, 중국집에서 외식을 시켜 주셨지요. 그 시절엔 온 가족이 함께 목욕을 하는 가족탕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오빠도 있고 남동생도 있었건만, 부끄러웠던 기억은 하나도 없고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맞춤법상으로는 자장면입니다)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그 생각 뿐 이었던 것 같습니다.



 허기가 져서 그랬는지, 목욕 후에 먹는 짜장면은 몇 배로 맛있습니다. 그때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 짜장면이었지요. GOD의 노랫말처럼 짜장면이 싫다고는 안 하셨지만, 배부르다고 덜어주시는 부모님의 짜장면을 넙죽 받아먹은 철없던 시절이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아련한 행복감과 노곤함으로, 토막잠마저도 달콤했습니다.



 혹시 목욕을 하신 뒤에 기분이 좋아졌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윌리엄 로비너 박사에 의하면, 목욕은 고민을 없애는 데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성인 40명을 10분간 따뜻한 물을 채운 욕조에 몸을 담그게 했더니, 불안과 근심거리가 사라졌다는 실험결과가 나왔다고 하네요. 또한 과학적인 대발견은 주로 목욕중이나 수면중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유레카!’로 유명한 ‘아르키메데스의 원리’가 나오게 된 것도 그 이유 아닐까요. 골치아픈 일이 있으시거나, 대발견이 필요하시면 욕조에 들어가보시길. 



 저는요~ 대발견 말고 칼럼거리 하나라도 건진다면, 욕조가 아니라 대야에라도 들어가고 싶습니다. ^^

<김윤숙 coool66@daum.net> 
공감소통연구원 대표, 대전혜천대학 겸임교수로 활동중이며, '행복 인생 만들기'란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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