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부탁해!

입력 2012-11-23 23:58 수정 2012-12-20 21:56


달그락 소리에 잠이 깹니다. 열아홉 살 아들이 잠에서 깬 모양입니다. 검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어둠속에서 시간을 보니 새벽 세 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아마 아들은 이 어둠 속에서 혼자 놀다가, 밝은 빛이 퍼지기 시작하면 아침먹자고 저를 흔들어 깨울 겁니다. 좀 더 자둬야 할 것 같아 눈을 붙입니다. 아들이 너~무 부지런하다구요? 병원에서는 ‘수면장애’라는 이름을 붙여 주네요. 저는 좀 특별한 아들의 엄마로 삽니다.



 연구에 의하면 한 사람이 평생 흘리는 눈물의 양이 7ℓ정도 된다고 하네요. 그렇지만 제가 쏟아 낸 눈물의 양은 이미 10ℓ정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타고난 울보라서가 아니라, 아들 덕분입니다. 제 눈물샘을 넘쳐 나게 한 아들은 ‘자폐증’이라는 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벌써 떡 벌어진 어깨에 아빠 키를 훌쩍 넘어 청년 티가 나는 데, 언어능력과 사회성은 2세 수준이라는 매정한 진단에 또 울 뻔 했습니다.



 처음 병원에서 자폐진단을 받았을 때, 그 충격은 링 위에서 KO패 당한 권투선수의 기분이라 할까요(그것도 한방에 쓰러져서 다시는 못 일어날 것 같은). 그 때부터 저는 슬픔과 불행과 친해졌습니다. 조용필씨의 노래 가사에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구절이 있는데 그게 제 모습이었습니다. 밤에 잠자리에 누우면서 아들과 함께 다시는 눈뜨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만큼 제가 감당해야하는 슬픔은 너무나 커 보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불행 앞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그런 제게 행복을 찾아 준 것도 아들입니다. 생명의 끈으로 연결된 모자지간이라서 그런지 언어능력이라곤 전혀 없는 아들이지만, 아들의 눈을 보면 아들이 뭘 원하고 바라는지 알 수 있습니다. 몇 해 전, 아들을 품에 안고 노래를 불러주다가 제 감정에 못 이겨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런 저를 보고 걱정되는 얼굴로 제 눈물을 닦아 주며 아들이 눈으로 하는 말, “사랑하는 엄마! 저 때문에 슬퍼하지 마세요. 저는 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 눈빛이 너무나 진지해서, 그때 깨달았습니다. 아들이 바라는 건 불행한 엄마가 아닌, 행복한 엄마의 모습이었다는 걸.



 아들 덕분에 행복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아무것도 볼 수 없었던 어둠속에서, 더 이상 울지 않고 제 손으로 불을 밝혀 아름다운 것들을 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어떤 불행과 좌절, 슬픔도 제 허락 없이 제 안에 들어 올 수 없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지금도 불행과 좌절의 불청객이 찾아오지만 마음의 문단속을 잘 하고 있는 중입니다. 행복하라고 당부하는 아들의 눈빛이 있기에, 오늘도 힘차게 하루를 보냅니다.



 여러분! 행복 하세요~ ‘인생은 불행하게 살기엔 너무 아깝습니다.’
<김윤숙 coool66@daum.net>






공감소통연구원 대표, 대전혜천대학 겸임교수로 활동중이며, '행복 인생 만들기'란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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