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건 어려워.

입력 2012-11-16 08:00 수정 2012-11-18 00:21






시골에서 택배로 감이 왔습니다. 홍시로 먹는 대봉시 한 상자. 겨우내 베란다에 두고, 가끔 나가서 물러진 것을 간택(?)해서 먹는 재미는 겨울에만 누리는 소소한 즐거움입니다. 비타민C도 많아 감기예방에도 좋다니, 몇 년 전부터 감기와 멀어진 게 그 덕인가 싶네요. 가운데 흰 부분만 먹지 않으면 변비 염려도 없다는 군요.



 사각사각한 단감은 좋아하지만, 물컹한 느낌이 싫어서 홍시는 별로로 여겼었습니다. 그런데 몇 해 전 부터 부드러운 질감과 적당하게 달콤한 홍시 맛에 빠져버렸습니다. 점점 신맛 나는 과일은 멀리하고 단맛 나는 과일을 가까이 하는 변화와도 연관이 있겠죠. 가을걷이가 끝난 친정에 가면 감을 챙기는 ‘이쁜도둑’ 짓을 좀 합니다. 예전에 없던 홍시 욕심을 내는 나를 보고 친정엄마는 “너도 나이 먹나 부다”하시네요.(ㅜㅜ)



 신기하게도 같은 나무에서 한날한시에 딴 감인데도 홍시가 되는 속도는 저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어제 하나, 오늘 하나 골라 먹다 보면 질리지 않게 한 상자로 겨울을 납니다. 만약 상자속의 감이 한꺼번에 똑같이 물러졌다면, 보관도 어렵고 상하거나 질릴 수도 있었겠죠. 빨리 물러져서 내게 선택된 놈도 이쁘고, 좀 느려서 뒤에 물러지는 놈도 기특합니다. 상자 안에서 지들끼리 순번을 정하는 건 아닌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어디 감뿐인가요. 자라는 아이들도 빨리 영글어가는 아이도 있고, 좀 늦은 아이도 있습니다. 자녀 성장이 빠르면 우쭐해지는 게 부모고, 좀 늦으면 못 참는 것도 부모지요. 정작 아이들은 자신의 속도에 맞게 자라고 있는데, 부모가 안절부절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늦게 되는 게, 잘못되는 건 아닌데 말이에요.



 옛날 어리석은 농부가 자기 논의 벼가 다른 논의 벼보다 덜 자란 것을 보고 속상해 했습니다. 생각 끝에 벼를 조금씩 잡아당겨 키를 크게 해놓고 흐뭇해했지요. 집에 돌아와 아들에게 자랑하니 아들이 놀라 논으로 뛰어 갔지만, 이미 논에 있던 벼들은 시들어 버렸고 그해 농사를 망치게 됐습니다. 느긋한 마음으로 관찰하고 기다렸다면, 수확의 기쁨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발묘조장(拔苗助長)이라는 사자성어 얘깁니다.



 에디슨은 괴팍하고 늦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큰 업적을 남긴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 뒤에는 아들을 응원하고 기다려준 어머니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합니다. 제가 아이를 키워보니 기다려 준다는 말이 어렵더군요. 조바심 때문에 직접 해 주고, 간섭하고, 다그치고…. 금방은 성과가 있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론 아이의 성장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걸 잊지마세요. “어머니가 나를 만드셨다”는 에디슨의 말, 우리 애들 입에서 “어머니가 나를 망쳤다”는 말로 바뀌면 아니, 아니, 아니 되어요!
<김윤숙 coool66@daum.net>
공감소통연구원 대표, 대전혜천대학 겸임교수로 활동중이며, '행복 인생 만들기'란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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