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영어로 '아메리카노'?

입력 2012-11-13 23:46 수정 2012-11-13 23:46


노란머리에 알록달록 미니스커트, 아찔한 높이의 하이힐로 시골 읍내의 시선을 사로잡은 그녀들. 70년대 ‘정다방’ ‘길다방’ 언니들입니다. 시골아낙들은 못마땅한 시선을 감추지 못했지만, 교복과 규율에 묶인 사춘기 소녀들 눈엔 걸어 다니는 패션잡지였습니다. 맥주로 머리를 감으면 노란머리가 된다는 낭설을 믿고 용감하게 실천했던 친구도 있었지요. 결국은 이상한 검불머리로 변해 맥주 값 만 날리고, 등짝에 엄마의 매서운 스매싱을 받아내야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80년대 대학에 입학해 도시로 왔습니다. ‘아가페’에서 미팅을 했고, ‘노아의 방주’ ‘르네상스’에서 느끼한 DJ에게 음악을 주문하며 커피를 마셨지요. 노란머리, 하이힐 언니들 대신 깔끔한 아르바이트생들이 서빙을 해줬습니다. ‘아메리카노’도 ‘라떼’도 ‘마끼아또’도 모르던 시절 커피를 주문하면 프림과 설탕이 함께 따라왔습니다. 1:2:2는 커피․설탕․프림의 황금비율로 기억됩니다.



 90년대 후반부터 프렌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다방커피의 황금비율은 촌스러운 습성으로 여겨지고, 쓰디쓴 ‘아메리카노’를 전 국민이 단물 마시듯 마시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스타벅스’ ‘엔제리너스’ ‘카페베네’ ‘투썸플레이스’, 혀 굳은 노년층은 읽고 발음하기도 힘든 영문간판들이 거리에 즐비해 졌습니다. 서빙 하는 ‘알바생’ 대신 광을 내뿜으며 몸을 떠는 ‘진동바’도 익숙해집니다. 이쯤부터 커피 한 잔 값이 한 끼 식사비와 맘먹습니다.



 올해 우리나라 커피시장 규모가 4조원을 넘을 거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인스턴트 커피 보다 ‘아메리카노’로 불리는 원두커피의 증가율이 가파르다고 하네요. 커피전문점 수도 2006년 보다 열배 가까이 증가한 1만3000여개라고 합니다. 이 증가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하니, 바야흐로 커피전문점의 ‘춘추전국시대’라 하겠습니다. 이런 와중에 아직도 ‘아메리카노’의 맛을 모르는 나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이젠 변두리에도 다방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커피보다 설탕이 더 많이 들어간 커피한잔을 시켜놓고, 마담눈치에 ‘쌍화차’ 한잔으로 허세 세우던 어르신들은 다 어디로 가셨을까요. 어디선가 입에 맞지 않는 ‘아메리카노’보다 믹스커피 한잔으로 커피의 추억을 음미하고 계시겠지요. 30년 전, 엄마 손에 이끌려 맞선을 보러 ‘정다방’으로 들어가던 언니의 뒷모습이 떠오릅니다. 새로 맞춰 입은 핑크색 투피스가 참 이뻤었는데….
 <김윤숙 coool66@daum.net>
공감소통연구원 대표, 대전혜천대학 겸임교수로 활동중이며, '행복 인생 만들기'란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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