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해도 내맘알지? 헐~

입력 2012-10-26 00:51 수정 2012-12-20 22:07




 얼마 전, 20년 동안이나 연락이 끊겼던 친구를 만났습니다. 꽤 친했었는데 결혼해서 멀리 살고, 몇 번의 이사로 연락처를 챙기지 못했었습니다. 20년 만에 만난 친구는 너무나도 달라진 이미지로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풍겨오는 너그럽고 정숙한 이미지는, 오랜만에 만난 동창 앞에서 연출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움이 묻어났습니다. 내가 아는 학창시절과는 너무나 다른 친구의 태도는 어디서 온 건지 궁금할 따름이었습니다.



 수업시간에 남학생에게 편지쓰기, 핀컬퍼머 해 놓고 곱슬머리라고 우기기, 2교시 후 점심 도시락 먹고 냄새풍기기, 수업 빼먹고 남학교 축제 가기 등 친구의 학창시절 업적을 늘어놓자면 날을 새야 할 정도입니다. 무슨 학생이 교실에서 공부하기보다 교무실에서 훈계 받는 시간이 많았다고 하면 좀 뻥이지만, 담임선생님의 피로유발 1순위였던 건 확실합니다. 그랬던 친구가 전혀 그렇지 않았을 것 같이 변한 비결을 물으니 “철 든거야! 나 몇 년 전부터 호스피스 봉사한다.” “처음엔 일주일에 한 번 갔는데, 이젠 두 번 씩 가.” 저는 친구의 말을 더 자세히 들으려고 의자를 당겨 앉았습니다.



 많이 망설이다 시작한 호스피스봉사가 6년째라는 친구는, 베테랑 전문가가 되어 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어쩌다 한 번 찾아오는 봉사자 보다는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봉사자에게 마음을 연다는 것, 마지막이 가까워 오면 가족을 참 많이 의지한다는 것 등등 신참 봉사자 가르치듯 열심입니다. 자식보다는 배우자가 환자들 곁을 지키는 경우가 더 많다는데, 아무리 사이가 안 좋았던 부부라도 위로하고 안타가워 하며 조금씩 달라진다고 합니다. 그 갈라졌던 틈을 채워주는 말이 있다는데, 저보고 맞춰보랍니다. “사랑해 아닐까?”라는 제 대답에, 그보다 “미안해” “고마워”라는 말이라고 친구가 말합니다.



 그 말을 들으면, 60평생을 남편의 폭언과 외도로 고생한 할머니도 잠겼던 마음을 풀고 엉엉 우신답니다. 50대 부부는 서로 미안하고 고맙다고 주고받는 게 너무 애틋해서 두 손 꼭 잡고 놓지 못하기도 하고요.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 실감했다고 합니다. 아마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구체적으로 마음을 전달하기에 그런 거 아닌가 생각됩니다. 어쩌면 떠날 사람이나 남겨질 사람에게 꼭 필요했던 말 아닐까요.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부부간에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얼렁뚱땅 쉽게 지나가는 듯 말고 진심으로 전하기는 더 어렵습니다. 사랑하는 사이에 꼭 말로 해야 아냐고 생각하는 건 혼자만의 착각입니다. ‘말 안 해도 내 마음 알지?’가 아니라 정확하게 표현하는 게 좋습니다. 영화 러브스토리의 ‘사랑하는 사람끼린 미안하단 말 않는 거래!’는 영화 속 표현으로 족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미안하다’ ‘고맙다’ 하는 겁니다! 밑줄 쫙~



<김윤숙 coool66@daum.net>


공감소통연구원 대표, 대전혜천대학 겸임교수로 활동중이며, '행복 인생 만들기'란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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