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안전자산인가?

입력 2010-01-21 09:02 수정 2011-05-23 15:55


  최근 금시장이 출렁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오래전 「진시황릉 유물」관람 중에 황금빛「긴 칼」앞에서 한동안 생각에 잠겼었던 일이 떠오른다.

  # 2,500년 동안 흙 속에 묻혀 있던「긴 칼」이 발굴 당시에도 형체를 그대로 보존하며 빛을 발하고 있었다니, 기원전 중국의 합금기술 내지 황하문명이 얼마나 대단하였는지 짐작케 한다.

  # 진의 침략을 받던 연나라 자객 형가(荊軻)가 진왕 정(천하통일 후 진시황)에게 비수를 들이 댈 때, 진왕 어깨에 멘 칼이 너무 길어 빨리 뽑지 못하고 허둥댔다는 사마천의 기록이 허구가 아니었다.

  # 덧없는 삶을 사는 인간들이, 세월이 흘러도 결코 변하지 않는 황금을 쫓아가다가, 그 짧은 인생을 그르치는 일이 얼마나 허다하였는가?



  금은 변하지 않는 성분 덕택에 불확실성을 담보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하여 왔다. 전쟁이나 대공황 같은 혼란기에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를테면 6.25 피난길에서 금반지 한 개가 온 식구를 아사(餓死)에서 구해내기도 하였다.  경제 사회 불확실성의 원천이면서 결과이기도 한 인플레이션 위험을 회피하려는 수단이 되기도 하였다. 많은 이들이 최근의 금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 내지 화폐가치 하락을 예고하는 지표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 대공황 당시 루즈벨트 대통령은 금값을 대폭 올려 디플레이션을 치유하려고 하였다.



  금본위제도가 폐지된 이래 달러 베이스 금 가격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그 변함없는 빛깔에도 불구하고 금이 안전자산(hard asset)이기보다, 오히려 투기자산의 성격이 강하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온스 당 35달러로 묶여 있었던, 금값은 ‘71년 닉슨대통령의 "금태환 정지" 선언 이후 줄기차게 오르는 반면 각 국의 주가는 추락하였다. 이「닉슨 충격(Nixon shock)」은 2차 대전 후 미국중심의 세계경제 질서가 흔들렸음을  시사하고 있는데, 막대한 베트남 전비 조달과 경상수지 적자가 겹치면서 아시아, 유럽에서 달러 범람(dollar glut)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선진공업국의 스태그플레이션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80년 1월에는 금값이 온스당 834달러까지 솟구쳤다. 금이 가치를 보전하는 하나의 피난처로 인식된 데다가 금 투기세력까지 가담하였기 때문이다.



  그 후 금값은 오랫동안 하락세로 반전하여  20년이 지난 ’99년 8월에는 그 1/3도 안 되는 250달러 수준까지 하락하여 뒤늦게 금 투기시장에 뛰어든 사람들은 큰 폭의 손실을 감수하여야 했다. 이 기간 중 달러가치 하락 즉 물가상승률 내지 이자율 같은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금 투자자의 손실 폭은 더 커진다.












  장기간 횡보현상 후의 금값 급상승은 말할 것도 없이 “글로벌 불균형”으로 이름 짓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 심화 때문이다. 최근에는 1500달러를 돌파하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금값 동요는 미국 발 국제금융위기가 도래하면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에 더하여 「헬리콥터」로 뿌린 불환지폐(不換紙幣)에 대한 신뢰의 저하가 원인이다.



  아시아 국가에서, 특히 인도, 중국 같은 나라에서는 금의 대한 집착이랄까 환상 같은 것이 큰 편이라고 한다. 이는 문화적 차이도 있겠지만, 과거 사회적 혼란이 거듭되면서 국가가 백성들의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지 못하였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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