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패러다임의 변화

입력 2009-11-03 09:31 수정 2011-08-23 13:59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트(개방)에 의한 구소련의 발전적 해체가 그러하였듯이 오바마와 하토야마의 등장은 아마도 경제 환경 내지 질서 변화의 예고인지 아니면 그 결과인지 모른다. 경제 환경이 바뀌게 되면 사회의 가치관 내지 시스템이 충격을 받고, 다시 이에 반응(feedback)하여 경제 체질이  또 변화되는 것이 역사의 경험이다.
  하여간 최근의 경제활동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기술과 정보」가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확대되면서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가 이미 깊숙이 진행되고 있다. 이 시대 경제적 논리의 틀(paradigm)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첫째,「더 좋게, 더 싸게」보다 「더 빨리」 만드는 일이 더 큰 경쟁력이다.
  대량생산, 대량소비 사회에서는 모방생산(reverse engineering)을 하더라도 품질과 가격에서 앞서면 후발기업이라도 시장을 넓혀 갈 수 있었다. 그러나 기술혁신 가속화로 상품 라이프 사이클이 짧아져 가는 세상에서는 어떤 상품이 잘 팔린다고 해서 그냥 따라가다가 이미 파장이 되는 수가 있다. 원님 행차 지나간 뒤에 나팔 불어봤자 원님(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가 없다.
  또 일시적으로 성공하였더라도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어느 새 성능과 디자인에서 앞선 신제품의 습격을 받아 기존 제품의 시장가치는 물론 사용가치조차 죄다 없어지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이렇듯 변화의 속도가 빠른 사회에서는 더 좋게, 더 싸게 만드는 일보다도  더 빨리 상품을 만드는 일이 더 큰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

  둘째, 세계경제는 공급과잉 체제로 변모하고 있다.
기술혁신으로 생산함수가 수확체감(收穫遞減)에서 수확체증(收穫遞增)법칙으로 변해가고 있다. 기술과 기술은 보탤수록 더 큰 기술이 되는데, 기술과 기술의 결합 내지 융합으로 생산성이 향상되어 수확체증 현상이 곳곳에서 일어나게 되었다. 최근 공산품을 중심으로 한 전 세계적 공급과잉 현상과 신기술산업의 천문학적 부가가치 창출이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심지어 수확체감법칙의 알기 쉬운 예가 되었던 농업부문에서도, 태양광과 비슷한 성질의 빛을 발하는 LED가 개발되면서, 공장제농업이 예고되고 있다. 언젠가는 주농복합(住農複合) 빌딩도 지어져 우리가 살고 있는 같은 건물에서 생산된 신선한 야채가 매끼 실시간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이와 같은 공급과잉시대에는 유효수요가 경기를 좌우하게 되어 모든 소비의 원천이며 종착역이 되는 가계 안정이 경제안정을 위한 필요조건이 된다.

  셋째, 소비자주권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산업사회에서는 대량생산, 대량광고를 통하여 소비를 유도하거나 유명 인사를 따라 덩달아 쓰게 하는 모방소비를 조장하였다. 정보가 일방적으로 전파되는데다 생산량도 부족한 사회에서 소비자 선택의 폭은 좁다.
  오늘날에는 공급이 넘치는데다 인터넷 등을 통하여 표출되는 변화무쌍한 소비자의 감성과 욕구의 변화를 재빨리 감지하고 적절하게 대응하여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기업들이 이러한 경쟁을 하는 가운데 자연히 소비자의 권리가 신장되어가는 소비자주권(consumer sovereignty)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미래사회 기업의 성패는 기술개발 못지않게 소비자 입장에 서서 소비자를 떠받드는 자세에 달려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 졸고 “임금님처럼, 하느님처럼” 참조)
  이런 환경에서 생산능력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의 욕구 변화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정보의 가치는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경제구조가 바뀌면 모든 문제 인식의 출발점부터 달라져야 한다. 같은 불황대책이라도 공급부족상황과 공급과잉상황에서의 처방전은 달라야 한다. 똑 같이 탈진한 환자라 하더라도 영양실조노인과 비만어린이에 대한 약방문이 어찌 같을 수 있겠는가?

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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