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아픈 것’과 ‘가슴 아픈 것’의 차이

입력 2011-06-21 15:10 수정 2011-06-21 15:10


‘머리 아픈 것’과 ‘가슴 아픈 것’의 차이 

머리 아픈 것과 마음 아픈 것의 차이를 시어머니와 친정 어머니의 아픔에 빗대어 설명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시어머니가 아프면 머리가 아프고 친정 엄마가 아프면 마음이 아프다고 합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머리가 아픈 것과 가슴이 아픈 것의 차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사례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우리가 주목해서 보아야 될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시어머니의 아픔은 머리로 이해 수 있지만, 친정 엄마의 아픔은 가슴으로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또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논문 쓰기와 논문 뒤의 감사의 글쓰기에도 머리가 아픈 것과 가슴이 아픈 것의 차이를 경험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논문을 읽으면서 감동적인 느낌을 갖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논문 뒤의 감사의 글은 눈물이 납니다. 논문은 주로 논리적 설명으로 이루어져있지만, 논문 뒤의 감사의 글은 논문을 쓰면서 겪은 아픈 사연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논문을 완성한 스토리가 있습니다. 논문에는 주관적인 느낌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훈련을 받습니다. 느낌은 변덕스럽고 주관적이기에 논문의 객관성을 떨어뜨리는 장본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논문에는 가급적 일인칭 관점이 아니라 제3자의 관점에서 냉정하게 객관적인 설명이 들어 있습니다.

논문(論文)은 논리(論理)라고 말합니다. 논문에 동원되는 논리적 설명의 대상은 현실이고 현장입니다. 현실이 살아 숨 쉬는 현장에는 수많은 사물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물,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물간의 관계가 숨 쉬고 있습니다. 관계는 논리적 관계도 있지만 논리 이전의 교감과 공감의 감성적 관계도 있습니다. 한 마디로 감정의 연대망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돈독한 정서적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논리적 관계를 기반으로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는 되지만 뭔가 뒷 끝이 찝찝합니다. 가슴으로 와 닿지 않기 때문입니다. 체험의 공감대가 향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논리적 이성에 호소하면 골 때린다고 합니다. 머리가 아픕니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 머리만 아플 경우 후속적 실천으로 연결되지도 않습니다.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는 주로 감동받았을 때입니다. 사연이 담긴 스토리가 사람의 마음(感)을 움직여(動) 감동(感動)을 전해줍니다. 마음이 움직여야 감동이 옵니다. 감동받으면 결연한 행동으로 옮깁니다. 감동을 주지 못하는 지식은 관념의 파편으로 머릿속에 야적(野積)됩니다. 감동을 주는 지식이 되려면 지식을 창조하는 과정에서 결연한 용기와 체험적 통찰력, 그리고 자신의 애틋한 스토리로 재구성해야 됩니다. 스토리(story)는 그 사람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작은 히스토리(history)입니다. 삶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한 사람의 히스토리는 그 사람의 시련과 ‘역경’을 극복하고 반전과 역전 속에서 아름다운 ‘경력’을 만들어낸 드라마(drama)입니다. ‘역경’을 뒤집어 마침내 창조해낸 남다른 ‘경력’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역경은 한 편의 ‘드라마’입니다. ‘드라마’는 꿈을 꾸는 사람, 즉 ‘드리머(dreamer)’가 만들어갑니다.  

지식은 빈틈없는 논리이기도 하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촉매제이기도 합니다.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지식은 실천으로 연결되지 않는 관념의 파편으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식’보다 ‘의식’이 중요합니다. 사회현상에 대한 논리적 ‘지식’보다 사회현상을 어떤 ‘의식’으로 바라보는지가 중요합니다. ‘지식’으로 전문성을 키웠지만 ‘의식’으로 타인을 배려하는 양심이나 따뜻한 마음이 없다면 그 ‘지식’은 오히려 해가 되고 독이 됩니다. 의식 없는 지식은 풍전등화(風前燈火)이며, 지식 없는 의식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일 수 있습니다. 의식 없는 지식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언제 꺼질지 모르는 가벼운 설명으로 전락할 수 있으며, 지식 없는 의식은 모래 위에 지은 집처럼 근거가 확고부동(確固不動)하지 않아서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습니다.  

감동적인 지식은 애틋한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 사연에는 기쁨과 즐거움도 담겨 있고 슬픔과 아픔도 들어 있습니다. 한 마디로 사연은 사건이나 사고, 사물과 사람에 담긴 인연입니다. 인연을 뒤집으면 연인이 됩니다. 우연한 인연에 갖가지 사연이 담기면서 필연적인 연인으로 발전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사연이 독특한 인연으로 맺어지면서 연인 사이로 발전하듯이 사물에 대한 사연이 사물을 사랑하게 만듭니다. 사람과 사물에 대한 사연을 사랑하면서 그 사람과 사물은 더 이상 수많은 사람과 사물 중의 한 사람의 사람과 하나의 사물이 아니라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 사람과 사물로 바뀝니다. 사람과 사물의 사연을 들어보면 의미심장해지고 그 사연을 듣고 있으면 재미가 있어집니다. 의미심장함에 재미가 더 추가되면 흥미진진(興味津津)해집니다. 

당신은 지금 머리가 아픈가요? 가슴이 아픈가요? 머리가 아픈 것은 생각대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생기는 ‘고민’의 결과이고, 가슴이 아픈 것은 뜻대로 되지 않아서 생기는 ‘고통’의 결과입니다. 고민해서 해결된 문제는 별로 없습니다. 고통체험을 통해서 깨달아야 머리도 맑아지고 느낌이 옵니다.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 다가올 때 머리는 긴장하고 가슴은 뛰기 시작합니다. 머리가 아픈 이유는 실천하지 않고 고민만 해서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고민만해서 해결될 문제는 거의 없습니다. 실천하지 않고 고민만 하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약은 두통약밖에 없습니다. 몸을 움직여 실천하다보면 고민했던 문제가 의외로 쉽게 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천하는 고통 체험 속에 가슴 뿌듯한 감동이 다가옵니다.

 
한양대학교에서 교육공학으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Florida State University에서 Instructional Systems 분야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즐거운 학습과 건강한 지식을 창조하여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을 5년간 경험한 후 현장에 현실이 있고 현실 속에 진실과 진리가 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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