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돌파와 ‘경계’ 넘기,그리고 ‘관계’ 만들기

입력 2011-03-01 22:54 수정 2011-03-01 22:54
‘한계’ 돌파하고 ‘경계’를 넘어 ‘관계’를 짓기 위하여

자기 전공을 남다르게 깊이 파고들기 위해서는 전공 서적 이외에 다양한 책을 넓게 읽어야 한다. 다독이 결국 전공의 깊이를 더욱 깊게 파고드는 느린 방법이지만 결국 더 깊이 남 다르게 파고 들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한 우물을 파되 주변을 둘러보면서 파야 자신이 판 우물에 자신이 갇히는 어리석음을 면할 수 있다. 넓게 파야 파고 들어가다가 막혀도 주변의 다른 루트를 찾아 다시 파고 들어갈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처음부터 깊이 파고들다 난공불락의 벽이나 장애물을 만나면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 있다. 나중에 벽에 부딪혀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정해놓은 경계를 넘어 한계를 돌파해내야 한다.

주로 공부하는 여정에서 부딪히는 한계는 자신이 정해놓은 경계 때문이다. 처음부터 경계를 지어놓고 공부를 시작하면 스스로 그 경계가 넘을 수 없는 한계로 다가온다. 공부는 경계를 구분 짓는 방법도 습득해야 되지만 우선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수많은 개념간의 관계, 현상의 이면에 존재하는 구조들간의 관계, 관계없이 보이는 개별적 사실들을 관통하는 본질들의 관계가 그것이다. 대상에 대한 앎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는 앎의 주체와 앎의 대상 간에 깊은 사랑에 빠졌다는 것이다. 사랑하지 않고 대상을 알 수 없다. 사랑한다는 이야기는 깊은 관계가 맺어졌다는 이야기다. 깊은 사랑과 관심이 돈독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 세상은 관계의 그물이다. 깨달음은 관계없는 것이 관계있는 것으로 다가올 때 온다. 그런 관계의 깨달음이 선행될 때 관계 속에 존재하는 경계가 보이고, 나의 인식의 한계가 보인다.

그 한계를 넘어서려는 노력이 공부다. 그래서 공부는 자신이 설정해놓은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자신과의 투쟁이며, 넘어설 수 없다고 스스로 한계 지워놓은 경계를 넘어 다른 경계 안으로 들어가는 과정이다. 한계를 넘어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우선 한계지점까지 가보는 것이다. 한계지점까지 가보지도 않고 한계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영원히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 그런 사람이 한계를 깨닫는 유일한 방법은 한계를 넘어서는 다른 사람을 목격하는 방법이다. 한계를 넘어서는 다른 사람을 목격만 하는 사람은 방관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 한계 경험 방관자는 자신이 직접 한계 체험을 하지 않는 이상 한계경험 체험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경계를 넘어서 본 사람만이 경계너머의 한계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한 번도 경계를 넘어서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알 수 없다. 경계를 넘나들면서 한계를 파괴할 때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자신이 설정해놓은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한계를 파괴할 수 있는 색다른 책을 읽어야 한다. 색다른 책이란 자신이 읽으면 불편한 책이다.

책에는 자신의 신념과 가치판단을 지원하고 옹호하는 책도 있지만 자신이 옳다고 믿었던 신념체계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책도 있다. 우리는 두 가지 책을 골고루 읽어내야 한다. 전자의 책만 읽을 경우 안하무인, 좌정관천의 안주하는 인식으로 머물러 더 이상 인식의 깊이를 심화시킬 수 없다. 항상 내 생각도 틀릴 수도 있다는 열린 마음으로 세상의 생각을 받아들여야 한다. 한편 후자의 책만 읽을 경우 인식의 줏대를 잡을 수 없게 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쉽게 휘둘릴 수 있다. 나의 주관은 다른 사람의 주관과 주관 사이에서 서서히 싹이 자라서 마침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하지만 그런 주관도 꽃이 지는 가을을 지나 겨울을 맞아 새로운 싹을 준비하는 겨울 동안 부질없는 주관이었다는 점을 자각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그래서 겨울동안 또 다른 주관의 싹을 준비하기 위해 자신의 주관이 얼마나 기반이 없는 가운데 무성하게 자란 관념의 덤불이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나목으로 한 겨울을 버티는 나무처럼 그 동안 쌓아올린 관념의 허식과 허장성세를 모두 걷어내고 홀로 겨울을 버텨내면서 내 인식의 본질과 뼈대가 무엇인지를 깨닫는 추운 겨울의 고독과 고뇌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쌓아 올리는 인식의 축적은 관념의 야적장이 될 수 있다.

책 읽는 방법에 관한 책이 많은 이유는 그 만큼 책을 읽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책을 읽는 특별한 방법이 많을수록 책을 읽지 않는다. 책을 읽는 방법은 책을 잡고 그냥 읽는 방법이다. 그 밖에 다른 방법은 책에 재미가 붙은 다음에 필요한 방법이다. 책 읽는 방법을 독파한다고 해서 책을 잘 읽어낼 수 없다. 방법에 관한 책은 실제로 자기가 그 방법대로 해보지 않고는 여전히 나의 밖에 존재하는 하나의 프로세스일 뿐이다. 세상에는 지름길에 도달하는 참으로 많은 프로세스나 절차가 존재한다. 그런 프로세스나 절차를 만든 사람은 자신이 그렇게 해보고 나서 깨달은 바를 문서화시킨 사람이다. 그 사람의 프로세스나 절차를 책에 처방된대로 그대로 따라간다고 해서 오리지널 노하우를 갖고 있는 사람의 말로 다할 수 없는, 즉 프로세스나 절차상에 명기할 수 없는 지식까지 습득할 수 없다.

결국 세상의 수많은 프로세스나 절차가 나의 것이 되기 위해서는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명시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을 깨달아야 한다. 그게 바로 느낌이다. 느낌은 객관화시키거나 명시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게 너무 많다. 대가나 고수가 어떤 일을 하면서 느낀 바를 프로세스나 절차로 모두 표현할 수 없다. 느낀 점의 일부분만 프로세스나 절차로 표현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깨달음의 가장 궁극적인 경지는 대가나 고수가 어떤 일을 성취했을 때의 느낌을 고스란히 느끼는 단계다. 느낌으로 배우는 단계에 올라서는 일이야말로 고수와 하수, 대가와 견습생, 지존과 초보의 간격을 좁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느낌으로써 배운다(Learning by feeling). 행함으로써 배우는(Learning by Doing) 방법은 느낌이 오지 않으면 비약적 발전을 가져오지 못한다. 물아일체의 몰입경험을 통해 설명할 수 없는 필(feel)이 와야 경지에 오를 수 있다. 우리는 그래서 그런 느낌이 올 때 까지 끊임없이 연습하는 수밖에 없다. 연습만이 완벽에 다가서는 유일한 방법이다(Practices make perfect).




한양대학교에서 교육공학으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Florida State University에서 Instructional Systems 분야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즐거운 학습과 건강한 지식을 창조하여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을 5년간 경험한 후 현장에 현실이 있고 현실 속에 진실과 진리가 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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