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각질과 생각의 비듬을 제거하기 위해

입력 2011-03-01 22:46 수정 2011-03-01 22:46
생각의 각질과 생각의 비듬을 제거하기 위해

천재들이 펼치는 ‘18분의 마법’. 지구촌이 다시 ‘지식 마술’에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서 막을 올린 TED 콘퍼런스(이하 TED) 얘기다. 올해 주제는 ‘The Rediscovery of Wonder (놀라움의 재발견)’이다. 공부하는 과정은 놀라움을 발견하는 과정이어야 하며, 그 놀라움은 또 다른 놀라움으로 전염되어야 한다. 오늘의 놀라움은 내일의 놀라움으로 이전되어 놀라움의 승계가 이루어지면서 이전과는 다른 놀라움이 나를 설레게 할 때 사람은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아갈 것이며, 오늘과는 다른 내일을 기다릴 것이다. 세상을 놀라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나를 놀라게 해야 한다. 내가 나의 공부를 통해 스스로 놀라지 않고서는 다른 사람을 놀라게 할 수 없다.

우선 나를 놀라게 하기 위해서는 나의 지적 체계에 혼돈을 일으키는 인지적 불협화음을 일으켜야 한다. 편안히 잠자고 있는 뇌리에 지적 충격을 줄 수 있는 낯선 자극을 주지 않으면 뇌는 언제나 잠을 자고 있다. 익숙한 자극이 들어오면 이전과 비슷한 방식으로 뇌가 돌아간다. 한 마디로 뇌는 머리를 쓰지 않는다. 생각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굳은 각질이 생기고 비듬으로 뒤덮인다. 생각을 자주 쓰지 않고 방치해두면 자신도 모르게 생긴 각질이 생각근육을 둔하게 만들고 생각주름 위에 뒤덮인 비듬에 생각벌레가 서식해서 생각가려움증을 유발한다. 낯선 자극을 주어 생각을 뒤흔들어 세탁해야 한다. 

공부하는 과정도 삶도 놀라움의 연속이어야 한다. 놀라움도 맞이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우선 기존의 경험과 지식체계의 범주 속에서 안주하려는 생각을 과감히 던져버려야 한다. 새로운 지식의 흡수만큼 과거의 지식을 버리는 망각학습(unlearning)을 통해 기존 지식을 창조적으로 재구성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필요한 지식의 폭증과 함께 불필요한 지식의 폭증도 동시에 일어나는 시대에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지식은 종래의 ‘불필요한(obsolete) 지식(knowledge)’(obsolete+knowledge=obsoledge, 앨빈 토플러 ‘무용지식’ 참고)을 제거하려는 노력이 있지 않는 한 새로운 지식은 나에게 새로운 지적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이전과는 다른 배움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상식과 고정관념, 관행과 관습을 버려야 한다. 버리지 않으면 새로운 배움이 일어나기 어렵다. 배움은 비움을 전제로 시작된다.

배고픔이 배움을 가져온다. 그런데 배설 없이 배움이 계속되면 배탈 날 수 있다. 배설 없이 배움 없다! 뭔가를 채우기 이전에 먼저 비워야 한다. 비우지 않고 채우면 정보과다축적으로 정보 숙변이 생긴다. 소화되기도 전에 채워 넣는 정보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새로운 지식은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경험에서 온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길을 가면서 다른 경험을 해야 다른 지적 충격을 경험할 수 있다. 낯선 곳을 가보거나 낯선 프로젝트를 직접 수행해보는 등 직접 체험과 다른 사람의 체험담을 기록해놓은 낯선 책을 읽어야 낯선 생각과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시공간적 한계로 모든 것을 직접 체험할 수 없으니 직접체험만큼의 가치는 없지만 직접 체험에 버금가는 간접경험을 하는 수 밖에 없다. 간접 체험의 가장 강력한 방법은 남다른 지적 고뇌와 문제의식으로 숱한 밤을 지새우면서 자신의 체험적 깨달음을 토해낸 낯선 책을 읽는 방법이다. 낯선 책을 읽어야 낯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책은 즐겁게 읽어야 한다. 책을 읽는 사람만이 책임질 수 있는 소명의식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책을 일종의 책임의식으로 억지로 읽어봐야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다. 책을 즐겁게 읽고 자기 것으로 소화한 사람만이 책의 느낌을 생각으로 정리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책을 읽는 사람만이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으며, 그 사람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책임감이 생기는 것이다. 책을 읽고 책의 내용이 나의 것으로 소화되기 위해서는 마음속의 위기의식이나 문제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책을 읽거나 읽히는 방법은 책이 모두 고통스러운 존재로 다가올 뿐이다. 마음속의 위기의 식이 있는 사람은 어떤 책이라도 다 배움의 원천이 된다.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을 심정으로 세상을 모두 배움의 원천으로 바라본다. 그런 배움의 원천 중에서 책은 나름의 문제의식과 위기의식을 느낀 사람이 자신의 체험담을 풀어 놓은 고뇌의 산물이기에 소중한 배움의 보고가 되는 것이다.

세상에는 좋은 책 나쁜 책은 있을 수 없으며, 자신이 해독할 수 있을 만큼 읽혀진다. 글자로 쓰여 진 책만 책이 아니요 세상에 놓여진 것은 모두 책이다. 세상이 책이라면 세상을 읽는 것도 책을 읽는 것이다. 세상을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읽어내려면 읽어내는 안목과 식견이 있어야 한다. 인식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관심은 다시 인식의 깊이와 넓이를 자극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알지 못하면 보이지 않는다. 세상을 알기 위해서는 세상을 아는 데 필요한 공부를 해야 한다. 공부를 통해서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하려면 나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담은 수많은 책을 쓴 주인공들의 어깨위로 자주 올라가봐야 한다. 그렇게 읽은 책의 높이가 내가 세상을 내다볼 수 있는 전망의 높이다. 뉴톤은 “나의 발견은 나를 앞서간 위대한 거인들의 어깨 위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지 않는가.




한양대학교에서 교육공학으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Florida State University에서 Instructional Systems 분야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즐거운 학습과 건강한 지식을 창조하여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을 5년간 경험한 후 현장에 현실이 있고 현실 속에 진실과 진리가 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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