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지식은 다 어디로 갔을까?

입력 2010-12-08 00:57 수정 2010-12-08 01:08


소셜 미디어가 주도하는 소통혁명 시대,
그 많던 지식은 다 어디로 갔을까? 

바야흐로 소셜 미디어가 대세다. 신종 TGIF(Twitter, Google, iPhone, Facebook) 때문에 TGIF(Thank God. It's Friday)도 없어지고 있다. 즉 주중이나 주말할 것 없이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 폰으로 구글 검색을 하고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포함하는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활용하여 불특정 다수와 소통하며,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접속, 자료를 검색하거나 정보를 습득하는 바쁜 일상이 이제 평범한 일상처럼 되어버렸다. 이런 신종 TGIF 때문에 주말의 여유로움과 재충전의 시간을 맞이하면서 했던 예전의 TGIF는 이제 일상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배가 고파서 음식을 먹는다고 바로 피와 살로 가지 않는다. 소화과정을 거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전환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당장 알고 싶은 정보를 빠르게 검색해서 알게 되었다고 금방 그런 정보가 지식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몹시 배가 고플 때 패스트 푸드를 먹어서 허기를 채우는 것처럼 정보 검색과 수집을 통해 갈급한 정보 욕구와 지적 허기를 순간적으로 충족시키는 경우가 반복된다. 우선 당장 배가 고파서 먹는 음식처럼 우선 당장 필요해서 찾은 정보가 순간적 궁금함을 충족시키지만, 파편화된 정보가 문제의식과 열정을 만나지 않는 한 정보는 지식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지식의 80%는 손에 체화되어 있다. 김치 맛의 차이는 손맛의 차이다. 손맛을 내는 노하우는 매뉴얼로 만들어 전수할 수 없고, SNS를 통해 공유할 수도 없다. 오로지 김치 맛을 내는 오리지널 노하우 보유자와 장기간 합숙훈련을 통해 체득하는 수밖에 없다.  

정보는 ‘접속’(click)을 통해 ‘획득’되는 대상(object)이고, 지식은 ‘접촉’(touch)을 통해 ‘체득’되는 흐름(flow)이다. 정보는 시스템을 통해 공유할 수 있는 정적 실체지만, 지식은 사람을 통해 공유할 수 있는 역동적인 흐름이다. 정보는 SNS를 통해 빛의 속도로 공유가 가능하지만, 지식은 오로지 사람과 사람의 접촉과 체험적 적용과정을 통해서만이 창조되고 전수된다.

이런 점에서 앎이 숙성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참고 기다리며 숙성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첫 번째 앎은 궁금함으로 시작된다. 강한 지적 호기심이 발동될 때 물음표를 가슴에 품고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떠날 때 앎은 시작된다. 둘째 앎은 기다림의 시간을 통해 변형되고 숙성되며 성장하고 발전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창조하는 지식이 어떤 모습으로 실체를 드러낼지에 대한 설렘이 있어야 한다. 궁금한 정보를 즉석에서 실시간으로 찾아주어서 기다릴 필요가 없으며,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설렘도 없어지는 스마트 시대, 과연 인간은 점차 스마트해지고 있는가? 

모르면 사람에게 물어보지 않고 기계에게 물어보는 시대가 되었다. 기계는 성질 급한 인간의 반복되는 물음에도 화를 내거나 귀찮게 생각하지 않고 참으로 빠르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주거나 답을 가르쳐준다. 길을 모르면 내비게이션이 가르쳐주고 궁금한 정보가 있으면 각종 검색엔진이 원하는 정보를 순식간에 찾아다 준다. 음식점을 모르면 음식점 찾아주는 앱(애플리케이션, application)에 물어보면 된다. 나오는 노래가 누구의 노래인지도 스마트폰이 가르쳐주고 날씨가 궁금하거나 고속도로 정체상태도 스마트폰이 다 가르쳐준다. 궁금증이 찰나적으로 해소된다. 물음표를 가슴에 품고 미지의 세계로 떠날 필요도 없으며, 미지의 세계를 향해 탐험하는 여정에서 만나는 깨달음의 즐거움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기다림의 미학이 사라지고 촉급함의 미덕만이 강조된다.  

쉽게 검색한 정보가 모두 갈등하는 이슈나 딜레마적 문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혜안이나 통찰력을 얻는데 그대로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나 안목, 문제 상황을 탈출할 수 있는 통찰력은 이미 보유하고 정보를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조합하거나 문제 상황에 적용하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기존 정보에 추가하지 않으면 습득될 수 없는 고차원의 지혜다. 스마트폰이 원하는 정보를 스마트하게 검색해서 찾아다 주지만 취득한 정보와 정보를 조합하는 상상력과 지식 창조력은 스마트폰이 갖고 있지 않다.  

짧은 글을 읽고 쓰면서 읽으면서 반성하고 성찰하는 진지함이 상실되고 있다. 자신과 침묵 속에서 대화하기보다 타인과 실시간으로 접속해서 감정을 배설하고 관념의 파편을 쏟아 부으며 일상의 잡담을 놓는 데 시간을 소비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옛것을 본받으면서도 변통할 줄 알고 새것을 창조해 내면서도 근거 있는 앎을 추구하는 법고창신(法古蒼新)의 미덕과 옛것을 익히고 그것에 비추어 새것을 깨닫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을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첨단을 쫒아가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강박관념이 멈춤과 느림, 그리고 여유보다는 속도와 질주만이 생존 경쟁력이라는 인식을 부추기고 있다.  

현대인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여유를 잃어버리고 밤낮으로 일하다 ‘코피’를 쏟고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로 발생한다. 남의 것을 ‘카피’하느냐고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다보니, 나만의 독창적인 ‘컨텐츠’를 개발할 시간이 없어지고 있다. ‘카피라이트’(copyright)를 가져야 남의 것을 ‘카피’하느냐고 정신없이 지내다 ‘코피’를 흘리지 않고 여유롭게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상 사람들과 접속해서 정신없이 뭔가를 나누는 소통아닌 소통보다 가까이 있는 사람과 인간적인 접촉을 통해 따뜻한 정을 나누는 화기애애한 소통, 화통(和通)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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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에서 교육공학으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Florida State University에서 Instructional Systems 분야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즐거운 학습과 건강한 지식을 창조하여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을 5년간 경험한 후 현장에 현실이 있고 현실 속에 진실과 진리가 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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