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생각에 날개를 달아줄 발칙한 상상력!

입력 2010-10-10 22:09 수정 2010-10-10 22:09


정철의 '불법사전' 리뷰
불법생각은 청춘의 특권이다!
꽉 막힌 생각에 날개를 달아줄 발칙한 상상력!

 




우리 주변에는 사전이 참으로 많다. 국어사전과 외국어 사전이 있고 반대말 사전과 동의어 사전, 그리고 전문 분야별로 전공용어 사전이 있다. 대부분의 사전은 개념을 논리적으로 정의한 사전이다. 이런 사전은 모두 논리적 이성, 즉 머리로 정의한 사전이다. 머리로 정의한 사전은 한결 같이 감동적이지 않다. 감동(感動)은 마음(感)이 움직이는(動) 것이다. 감동해야 행동(行動)한다. 이런 점에 착안하여 사람이 느끼는 감정과 체험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가슴으로 정의한 소설가 이외수의 ‘감성사전’과 시인 김소연의 ‘마음사전’도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흔히 접한 대부분의 사전은 모두 사람, 사물, 현상의 의미를 논리적 또는 감성적으로 정의한 사전이었다. 한 마디로 지금까지의 사전은 개념의 의미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거나 감성적으로 설득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도와주는 합법적 사전이었다. 그런데 이런 합법적 생각에 통렬한 시비를 걸면서 우리말의 미묘한 의미를 색다른 시각으로 풀어낸 ‘불법사전’이 나와서 화제다. 카피 라이터 정철의 ‘불법사전’이 바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사전이다. ‘불법사전’은 가슴으로 정의한 감동적인 사전이면서 동시에 개념의 의미를 불법적으로 정의한 새로운 합법사전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이제까지 합법적으로 생각하고 합법적으로 행동해왔다. 이 책에서 말하는 불법적인 생각은 기존의 법을 위반하는 범법적 생각을 의미하지 않는다. 나아가 범법적 행동으로 사회적 문란을 일으키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불법생각은 첫째 역발상을 의미한다. 그래서 불법사전은 역발상 사전이다. 예를 들면 이 책에서 말하는 ‘능력 없는 사람’은 능력 없는 사람이 아니다. 거대한 능력을 만들고 있는 사람이다. 곧 그 능력을 보여줄 사람이다. 같은 맥락에서 가난을 ‘주머니가 비어 있어서 희망적인 상태’로 정의한다. 가난한 사람은 거지가 아니다. 저자는 나아가 ‘거지’를 활용해서 즐겁고 신나게 개념놀음을 즐긴다. “가난은 사고 싶은 책을 못사는 거지, 그래서 도서관을 찾는 거지. 빌려 있는 거지. 빌려 읽어야 하니 조금 불편한 거지. 밑줄을 그을 수 없으니 조금 속상한 거지. 반납기간이 지나면 돌려보내야하니 조금 섭섭한 거지. 다시 펼쳐보고 싶을 때 내 곁에 없으니 조금 답답한 거지...가난이 지나가면 그 때 사면 되는 거지.” 남다른 생각과 시도만이 남다른 성취를 이룰 수 있다. 남다른 생각과 시도는 역발상으로 시작해야 한다. 불법사전은 역발상에 필요한 풍부한 재료를 토대로 불법생각을 시도할 수 있는 비법을 가르쳐 준다. 

둘째, 불법사전은 생각너머의 생각을 꿈꾸는 상상사전이다. 합법적인 생각은 지금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 순응하거나 기존의 룰에 복종을 강요하는 생각이다. 생각 밖의 생각, 길 밖의 길을 생각하지 못하도록 의도적으로 길들여진 생각이다. 합법사전에 길들여진 생각은 늘 같은 길을 가면서 먼저 간 사람들의 생각을 따라가는 생각이다. 불법생각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생각을 거부한다. 불법생각은 불법시각이자 불법 관점이다.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쌓아올린 벽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기존의 상식과 통념에 똥침을 놓는 생각과 접근, 불법 생각과 불법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불법사전은 고정관념으로 포장되고 장식된 기존 개념을 재구성적으로 해체하면서 여기에 담겨진 의미심장함을 일깨우는 책이다. 불법사전은 관념의 파편으로 여기저기 산만하게 퍼져 있는 개념이 함의하고 있는 색다른 의미를 남다르게 바라봄으로써 합법적 생각 너머의 세계로 날아갈 수 있는 상상력의 날개를 달아준다. 불법사전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개념간 관계와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상상력의 보물창고(寶庫)다. 

셋째, 불법사전은 깨달음을 주는 감탄사전이자 경탄사전이다. 평범한 우리말 속에 담겨진 비범한 의미를 캐내어 개념에 담겨진 의미심장함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의미 속에 담겨진 재미가 의미를 더욱 의미심장하게 만들어준다. 읽다보면 절로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웃고 난 뒤에 진한 여운이 남는다. 그래서 나도 한번 불법사전에 나오는 말을 써 먹어보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사랑은 4%의 뇌와 96%의 가슴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을 보면서 사람이 평생 뇌의 4%만 사용하는 이유는 가슴으로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말에 무릎을 치는 깨달음을 얻는다. 입은 닫을 수 있게 설계했고, 귀는 닫을 수 없게 설계했다는 말에는 세상의 소리를 듣는 것은 내 맘대로 할 수 없지만, 말하는 것은 얼마든지 나의 의지로 통제할 수 있다는 비밀이 숨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평범한 일상, 늘 접하는 주변의 사물과 인간의 신체기관을 남다른 호기심 어린 눈으로 파헤친 저자의 깊은 고뇌가 담겨져 있는 말들이다. 우리말에 담겨진 숨겨진 의미를 파고들어 그 의미심장함을 사정없이 겉으로 드러낸다. 합법적인 시선과 시각으로 보이지 않는 개념의 의미를 불법적인 시선으로 드러내준다. 불법생각이지만 합법적인 관점의 타성과 고정관념에 통렬한 시비를 걸어준다.  

마지막으로 불법사전은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열정사전이다. 이 책에는 열정을 정열적으로 풀이하고 있다. 열정은 정열의 동의어라고 재개념화시킨다. 열정은 처음엔 정열이라는 단어였는데, 뒤에 위치한 ‘열’이 뜨거운 기운을 주체하지 못해 과속을 하며 ‘정’을 추월해 앞으로 달려가 버린 상태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교통경찰도 단속 대신 박수를 쳐주었다는 전설이 전해져오는 뜨겁고 아름다운 단어라고 뜨거운 관심과 애정으로 열정을 정열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저자의 시에 대한 풀이도 열정이 묻어난다. 시를 두 글자로 줄이면 사랑이다. “사람에 대한 사랑, 사람의 고통에 대한 사랑, 사람의 희망에 대한 사랑, 풀잎과 바람에 대한 사랑, 별에 대한 사랑, 슬픔과 외로움에 대한 사랑, 가난에 대한 사랑, 가난한 자의 세 끼 밥에 대한 사랑, 가난한 자의 세 끼 밥 위로 떨어지는 눈물에 대한 사랑...사랑하지 않으면 시를 쓸 수 없다. 사랑하지 않으면 가슴으로 시를 읽을 수 없다”고 한다. ‘미치다’를 “정신이 머리 밖으로 나가서 제 정신으로 생각할 수 없는 일을 해내고 마는 초인간적인 상태”로 풀이하면서 “미친년은 안식년의 반대말, 안식년이 주어지기 전에 몰두하는 몇 해를 뜻한다”는 해석에 이를 무렵 배꼽 잡는 웃음과 함께 세상을 향한 저자의 열정적 개념탐구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사람의 체온은 36.5도. 1년은 365일. 사람의 체온이 열이 모이면 1년이 된다. 1년에 최소한 열 사람을 꽉 껴안으라는 얘기다. 이처럼 불법사전은 세상을 사랑하는 열정과 정열로 넘쳐난다. 

저자는 ‘배우’를 배우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인생의 주연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배워야 된다는 이야기다. 사는 동안 부단히 배워야 인생의 낙오자가 되지 않는다. 배움의 대상은 참으로 많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배움이 세상을 배우는데 필요한 개념이다. 배우는 과정과 결과에는 모두 개념이 관여된다. 우리가 갖고 있는 개념만큼 세상은 보인다. 내가 사용하는 단어의 세계가 내가 상상하고 생각할 수 있는 세계의 한계다. “Words create World”라는 말이 있다. 다른 세상을 상상하고 창조하고 싶으면 다른 개념을 갖고 세상을 다르게 봐야 한다. 지금 너머의 다른 세계를 상상하기 위해서는 색다른 상상에 필요한 색다른 개념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그런 세계가 구현된 색다른 세상을 표현할 수 있는 색다른 개념이 필요하다. 세상에서 가장 상식 없는 사람이 개념 없는 사람이다. 음식에 적절한 양념이 추가되지 않으면 맛이 없듯이 개념 없는 사람도 맛깔나지 않고 멋이 없다. 개념 없는 사람에게는 개념을 쳐야 한다. 불법사전은 전대미문의 새로운 상상력을 촉발시키는 무한한 가능성의 문을 열어주는 개념적 열쇠들로 가득 차 있다. 불법사전은 풍부한 개념으로 무장, 남 다른 세상을 상상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상상력 충전용 어휘 사전이자 남다른 생각으로 남다른 발상을 시도할 수 있는 역발상 촉진용 사전이다.
한양대학교에서 교육공학으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Florida State University에서 Instructional Systems 분야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즐거운 학습과 건강한 지식을 창조하여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을 5년간 경험한 후 현장에 현실이 있고 현실 속에 진실과 진리가 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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