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와 '잡사'의 차이

입력 2010-01-24 10:30 수정 2010-01-24 10:30


‘박사’(博士)와 ‘잡사’(雜士):
‘박사’는 ‘잡사’가 되어야 생존경쟁력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회사에 취업한 ‘박사’가 직원들을 모아놓고 강의를 한다. 자신이 유학시절 갈고 닦은 전문 지식과 그 과정에서 깨달은 바를 솔직담백하게 전달한다. 강의 도중에 사용되는 언어나 개념도 전문 용어가 많아진다. 어려운 전문 지식이기에 쉽게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설명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가장 이론적인 사람은 가장 실천적인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 정도 내공을 갖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박사의 강의가 시간이 지나면서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지기 시작한다. 청중은 졸음을 참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서서히 눈까풀에 작용하는 엄청난 만유인력은 마침내 졸음으로 연결된다. 그래도 박사는 자신의 전문 지식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에 바쁘다. 이제 청중들은 거의 졸고 있거나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짓기 시작한다. 자신이 이제까지 갈고 닦은 개념을 활용하여 논리적으로 ‘설명’하지만 감성적으로 ‘설득’되지 않는 강의는 마침내 대단원의 막을 내리지만 청중들의 표정을 그리 밝지 않다. 본래 ‘박사’(博士)의 ‘박’(博)은 ‘넓다’, ‘크다’, ‘많다’를 의미한다. ‘박사’는 넓게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기에 보통 사람이 우러러보는 ‘큰’ 사람이다. 그런데 ‘박사’의 현실적 의미는 다르게 이해되고 있다. 즉 ‘박사’는 좁고 깊게 아는 사람이다. 한 분야의 세부 전공을 선택, 그 분야를 깊게 파고들어야 박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박사’는 폭 넓은 지식을 갖고 있기 보다는 특정 분야에 대해 세부적이고 심층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박사’는 자신이 전공한 분야에 대한 ‘깊이’는 있어도 ‘넓이’는 없다.

‘박사’(博士)의 ‘박’(博)은 얇을 ‘박’(薄)자로 바뀌어야 맞는 말이 아닐까? 박사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부분의 여정이 인식의 넓이를 확산시키는 노력보다 인식의 깊이를 심화시키는 여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사’가 보유하고 있는 지식은 현실변화와 현장이해에 설득력 있는 지식을 제공해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깊이 없는 넓이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며, 넓이 없는 깊이는 대화하기 어려운 무거움이다. 한 분야를 깊이 파되 주변을 살피면서 파야 된다. 이론적 지식을 습득하되 현실변화에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박사’는 본래의 뜻대로 ‘넓다’, ‘크다’, ‘많다’는 뜻을 갖고 있는 큰 사람이 되려면 ‘잡사’가 되어야 한다.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들어 남 다른 전문성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자신이 전공하는 분야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는 전공지식도 동시에 습득하고 있어야 한다. 동시에 진정한 의미의 전문성은 자신의 전문성이 실제 현장에 어떤 방식으로 접목될 수 있는지를 쉽게 풀어서 설득할 수 있는 현실성과 실천성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전문가는 전문가가 아닌 사람에게 자신의 전문성을 비전문가에게도 쉽게 이해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잡학지식의 풍부함이 ‘잡사’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잡학지식의 설득력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깊이 파되 넓이를 잊지 않고, 넓이를 확장시키되 깊이를 추구해야 한다. 아래로 내려 뻗은 뿌리의 깊이와 옆으로 뻗은 줄기의 넓이가 나무의 결실을 보장해준다.

나는 지금 현실변화와 무관한 고리타분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지는 않은가? 한 우물을 판다는 미명하에 주변을 살피지 않는 옹졸하고 속 좁은 전문성을 추구하고 있지는 않은가? 넓이를 추구하되 깊이와의 연관성을 고려하고 있는가? 전문가의 진정한 경쟁력은 깊이 파되 넓이를 잊지 않는 가운데 나온다.
한양대학교에서 교육공학으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Florida State University에서 Instructional Systems 분야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즐거운 학습과 건강한 지식을 창조하여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을 5년간 경험한 후 현장에 현실이 있고 현실 속에 진실과 진리가 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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