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야 안아줄 수 있다^^

입력 2010-01-13 23:23 수정 2010-01-13 23:23


인간은 학습하는 동물이다. 모든 동물이 저마다의 배우고 익히는 과정을 통해 자연환경에 적응하고 공동체에 필요한 가치관과 규범을 이해한다. 배우고 익히는 과정은 인간이 살아 숨 쉬는 동안 결코 멈출 수 없는 부단한 자기 변신의 과정이다. ‘배움’을 세상에 대한 ‘의문’과 ‘질문’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배우는 사람은 단순히 ‘의심’을 품는 단계를 넘어서 강한 문제의식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질문’으로 연결시킨다.
 
‘배움’은 ‘의심’이 ‘의문’으로, 다시 ‘의문’이 구체적인 ‘질문’으로 연결되는 과정이다. ‘의심’은 상대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지만 ‘의문’은 대상에 대한 지적 호기심에서 비롯된다. ‘의문’은 다시 미지의 세계를 밝혀보려는 구체적인 ‘질문’으로 구체화되어야 비로소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다. ‘의심’은 ‘편견’과 결탁되어 걷잡을 수 없는 불신의 늪으로 빠지게 만드는 장본인이다. ‘의문’은 한 개인의 ‘의견’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나의 ‘의견’도 하나의 ‘편견’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을 필요가 있다. ‘의심’은 ‘편견’에서 생기고 ‘편견’과 손잡은 ‘의심’은 다시 ‘편리’와 결탁한다. 이렇게 되면 대상의 본질을 알고 싶어 하는 ‘의문’은 치열한 문제의식으로 ‘진리’를 밝혀보려는 순수한 의도를 봉쇄해버릴 수 있다. ‘진리’가 ‘편법’을 동원해서 ‘편리’와 손잡으면 ‘무리’한 승부수를 띄우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다.

어리석은 ‘무리’는 깨지게 마련이다. 확실한 자기 주관에 근거한 ‘의견’과 ‘의문’을 품고 ‘질문’으로 연결하는 사람은 자기만의 ‘일리’가 있어서 ‘깨지지’ 않고 ‘쪼개진다’. ‘쪼개진다’는 것은 일정한 결을 유지한 채 의도된 방향으로 ‘깨지는’ 것을 말한다. 외압에 의해서 ‘깨지면’ 산산조각이 나지만 자신의 의도대로 ‘쪼개지면’ 아름다운 삶의 굴곡과 궤적을 볼 수 있다. 깨지지 않고 쪼개지기 위해서는 시련과 역경, 슬픔과 고통을 안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쪼개지는’ 사람은 스스로를 자신의 의지대로 ‘깨뜨리는’ 사람이다. 자신의 굴레와 벽을 깨뜨려야 ‘깨달음’이 온다. 깨달으려면 깨뜨려야 한다. 깨달음은 처음부터 오지 않는다. 남이 나를 깨우쳐주고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깨치면서 마침내 깨달음이 온다. 타인에 의한 ‘깨우침’이 있어야, 자신에 의한 ‘깨침’이 따라오고, ‘깨침’이 있어야 ‘깨달음’이 따라온다. ‘깨달음’은 어느 순간 갑자기 다가왔다 순식간에 사라진다. ‘깨달음’을 붙잡기 위해서는 ‘기억’에 의존하지 말고 ‘기록’해야 한다. ‘기억’은 짧고 ‘기록’은 길다. ‘기록’이 ‘기억’이 이긴다.

배우고 익히는 과정은 정보를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도처에 산재한 ‘자료’를 일정한 방향으로 구조화․체계화시키면 ‘정보’가 되고, 이런 ‘정보’를 실제 문제 상황에 적용하면서 ‘깨달음’을 얻으면 ‘지식’이 된다. 이런 점에서 ‘정보’는 ‘획득’하는 것이고 ‘지식’은 ‘체득’하는 것이다. ‘획득된 정보’는 내 몸에서 쉽게 빠져나갈 수 있지만 ‘체득된 지식’은 몸에 체화되어 있어서 쉽게 빠져나가지 못한다. ‘안다’는 것은 ‘안는다’는 것이다. 알아야 안을 수 있다. 모르는 사람을 안아주면 낭패당하기 십상이다. 상대를 안기 위해서는 상대를 알아야 한다. 많이 ‘안다’는 것은 많은 지식을 아는 것이 아니라 내 몸으로 많이 ‘안아주는’ 것이다. 상대방의 아픔과 슬픔을 ‘안아주는’ 것이 상대를 아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식은 대상이나 상대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에서 탄생한다.

‘지식’은 ‘의식적’ 노력을 통해서 탄생한다. 여기서 ‘의식’은 지적 탐구대상에 대한 지식창조 주체의 의도적 노력을 지칭한다. 의도적 노력의 이면에는 언제나 대상이나 상대에 대한 애정과 관심에 근거한 관계의 끈이 있다. ‘지식’은 ‘주식’(株式)으로 살 수 없다. ‘지식’은 오로지 지식창조 주체의 치열한 노력과 의식적 ‘깨침’과 ‘깨달음’의 과정에서 탄생한다. ‘지식’보다 ‘주식’에 투자할 경우 잘못되면 ‘주식’(主食)을 걱정할 수 도 있다. ‘지식’은 ‘주식’처럼 일확천금으로 갑자기 다가오지 않는다. 남 다른 문제의식, 핵심을 찌르는 ‘의문’과 ‘질문’, 끊임없는 탐구과정을 통해서 탄생한다.

‘지식’은 ‘휴식’을 통해서 더욱 숙성된다. 지식은 생각만큼 발 빠르게 탄생되지 않는다. 치열한 노력 끝에 잠시 멈추어 서서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앞으로 걸어갈 방향을 모색하는 가운데 더욱 튼실한 지식이 탄생될 수 있다. ‘휴식’이 없으면 ‘지식’도 나오지 않는다. 멈춤과 ‘휴식’이 없는 가운데 쏟아져 나오는 정보 덩어리는 ‘지식’으로 전환되기 이전에 인간을 ‘정보’ 더미 속에서 ‘질식’(窒息)시킬 수도 있다.

유영만, 지식생태학자, 청춘경영 저자
한양대학교에서 교육공학으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Florida State University에서 Instructional Systems 분야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즐거운 학습과 건강한 지식을 창조하여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을 5년간 경험한 후 현장에 현실이 있고 현실 속에 진실과 진리가 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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