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없는 ‘개념’은 ‘관념’에 지나지 않습니다!

입력 2010-01-06 19:19 수정 2010-01-06 19:40


‘신념’(信念)과 ‘개념’(槪念):
‘신념’없는 ‘개념’은 ‘관념’에 지나지 않습니다!

 ‘신념’없는 ‘개념’은 ‘설득력’이 없다. ‘개념’에 ‘신념’이 추가되지 않으면 ‘관념’의 파편으로 전락할 수 있다. ‘개념’은 어떤 사물현상의 본질을 지칭하는 단어다. ‘개념’은 ‘개념화 과정’(conceptualization)을 통해서 탄생한다. 새로운 사실이나 현상을 보고 그 것의 대표적인 본질이나 속성을 지칭하고 싶을 때 개념을 만든다. ‘개념’에는 ‘개념’이 지칭하는 사물의 본질을 담겨 있다. 자신이 포착한 사물이나 대상의 본질이 ‘개념’을 통해서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개념’은 사물이나 대상의 본질을 지칭하는 ‘컨셉’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우리가 ‘개념’을 배우는 과정은 사물이나 대상의 본질, 나아가 세상과 우주의 원리를 이해하는 재료를 배우는 과정이다. 새로운 개념을 하나 둘 씩 배우고 익혀나가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안목도 더불어 성장해나간다. 내가 배우는 개념이 점차 늘어나면서 개념과 개념간 새로운 조합이 늘어난다. 즉 단일개념이 여러 가지 개념과 쌍이나 짝을 이루어 복합개념이 생긴다. 개념에는 개념을 만드는 사람의 철학과 신념이 녹아있다.  

국어사전에 들어 있는 개념은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논리적 개념이다. 논리적 개념은 개념의 맛이 없다. 수많은 개론서에 나오는 개념들도 모두 누군가 문제의식을 갖고 정의해놓은 개념들이다. 그런데 그런 개념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겉으로 드러난 개념의 피상적 의미에 치중한다. 특정 개념이 왜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태어났는지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경영이란 무엇인가? 교육학 개론과 경영학 개론에 나오는 수많은 학자들의 개념 정의를 읽고 눈물을 흘린 사람이 있는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할정도 개념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는 개론서는 사람을 감동시킬 수 없다. 개론 책 읽고 감동받았다고 말하는 사람을 들어본 적이 없다. '개론서'가 감동을 주지 못하는 이유는 '개소리'하는 '론'(論)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치열한 문제의식과 열정으로 개념을 재정립하고 재정립된 개념에 신념과 의지를 담는다. 그런 개념만이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

바보를 논리적으로 정의하면 지능이 떨어져서 정상인에 비해 사고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통상관념 사전'이라는 책에 보면 바보를 전혀 다르게 정의한다. 바보는 “나와 같이 생각하지 않는 모든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바보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신념으로 재개념화시킨 개념이다. 이처럼 세상의 수많은 ‘개념’에는 나름의 사연과 아픔이 있다.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념을 만든 사람의 아픔을 감성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논리적 개념은 머리가 아프지만 감성적 개념은 마음이 아프다.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개념이 되기 위해서는 개념에 나의 철학과 신념을 심어야 한다. 남의 ‘개념’이 나의 ‘개념’으로 전환되려면 나의 ‘신념’이 추가되어야 한다. 자신의 철학과 혼, 열정과 체험이 사라진 ‘개념’은 떠돌아다니는 ‘관념’(觀念)의 파편에 지나지 않는다. 남의 ‘개념’이 나의 ‘개념’으로 되는 유일한 방법은 ‘재개념화’(reconceptualization)라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철학과 신념을 심어야 한다. 재개념화는 말 그대로 남의 개념이 나의 개념으로 재탄생되는 과정이다. 기존의 개념을 공부하고 그 개념을 나의 개념으로 만들지 않는 사람은 상식이 없는 사람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상식 없는 사람이 ‘개념’ 없는 놈이다. ‘개념’이 없는 놈에게는 ‘개념’을 쳐야 한다. 음식 맛을 돋우기 위해 양념을 치는 것처럼 글의 맛을 살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색깔과 맛을 지닌 ‘개념’을 쳐야 한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노력해야 될 일 중의 하나는 나를 표현하는 ‘개념’을 배우는 것이다. 내가 구사할 수 있는 ‘개념’의 숫자는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세계의 한계를 규정한다. ‘개념’은 세상을 상상하고 창조하는 원료다. 내가 어떤 개념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세상은 개념의 색깔대로 보인다. 내가 갖고 있는 개념의 다양성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의 수준을 결정한다. Words create World! 내가 갖고 있는 어휘력이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세계를 결정한다. 상상력은 어휘력에서 비롯된다. 풍부한 어휘력은 풍부한 상상력을 낳는다. 된장찌개를 먹어보고 그 맛을 표현하는데 동원할 수 있는 어휘양은 그 사람이 된장찌개에 대해서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결정한다. 된장찌개를 먹어보고 구수하다는 말 밖에 모르면 구수한 된장찌개밖에 만들 수 없다. 맛을 표현하는 우리말 어휘는 200여개가 넘는다고 한다. 맛이나 냄새가 조금 구수하다하는 우리 말 표현에 ‘엇구수하다’하다는 말이 있다. 말이나 이야기가 듣기에 그럴듯한 데가 있다. ‘엇구수하다’는 말은 하는 짓이나 차림, 또는 어떤 내용이 수수하면서도 은근한 맛이 있어 마음을 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참고: 네이버 국어사전). 

나는 오늘 나의 개념을 창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기존의 개념을 그냥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오늘 새롭게 재개념화시킨 개념은 얼마나 되는가? 혹시 나는 오늘 개념 없이 살고 있지는 않은가?
한양대학교에서 교육공학으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Florida State University에서 Instructional Systems 분야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즐거운 학습과 건강한 지식을 창조하여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을 5년간 경험한 후 현장에 현실이 있고 현실 속에 진실과 진리가 있음을 깨달았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보험설계사·택배기사 등 노동3권 보장, 어떻게 생각하세요?

  • 특수형태 근로자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교섭을 통해 권익을 보호받을 것 173명 35%
  • 4대 보험 적용 등 고용주의 부담이 늘어나면 일자리가 되레 줄 수도 우려 315명 65%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