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기다림’ 뒤에 찾아옵니다

입력 2010-01-04 11:21 수정 2010-01-04 11:21
인간의 겨울은 잔뜩 움츠려 조금만 추워도 두꺼운 옷을 준비합니다. 나약한 인간은 실내온도를 20도 전후로 맞춰야 활동을 왕성하게 준비합니다. 인간에 비하면 나무는 한없이 강인합니다. 나무의 겨울눈은 봄에 준비하지 않고 혹독한 추위 속에서 겨울에 준비합니다. 뜨겁게 불타오르던 단풍도 찬바람이 불면서 하나 둘씩 낙엽이라는 선물로 자연에게 돌려줍니다. 자신을 키워줬던 땅에게 보답과 감사의 뜻으로 마지막 남은 잎새도 떨어뜨려 줍니다. 낙엽은 모든 생명체의 밑거름이자 에너지원으로 작용합니다. 이제 나무는 나목의 몸으로 홀로 추운 겨울을 온몸으로 견뎌냅니다. 나무가 혹독한 추위와 살을 에는 듯한 눈보라를 견뎌내는 힘은 새 봄에 새싹을 키워내겠다는 뜨거운 의지와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포장했던 모든 거품을 걷어낸 나무는 오랜 침묵의 시간을 갖습니다. 아무것도 안하는 것처럼 겨울나무, 사실은 조용한 가운데 미래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나무는 우선 겨울눈에서 희망의 싹을 틔울 준비를 합니다. 겨울눈은 겨울에 만들지 않습니다. 영양분이 턱없이 부족하고 주변 환경도 최악인 상황에서 겨울눈은 틔우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나무는 영양분이 가장 풍부하고 성장이 가장 왕성하게 일어나는 봄과 여름부터 겨울눈을 준비합니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가장 먼저 새봄에 싹을 틔울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늦게 싹을 틔우면 햇볕이 부족할 수 있고 수분을 해주는 벌과 나비를 유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뒤늦게 출발하면 뒤늦게 도착하거나 아예 기회를 상실할 수 있습니다. 잘 나가다가 침몰하거나 추락한 다음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하면 늦습니다. 가장 잘 나갈 때 다음을 기약하는 준비를 미리 서두르지 않으면 순식간에 추락할 수 있습니다. 기업도 잘 나갈 때 다음 성장 동력을 준비하지 않고 잠시 안주하거나 머뭇거리면 순식간에 쇠락의 길로 빠져들 수 있습니다.

겨울눈을 가만히 살펴보면 보송보송한 털로 뒤덮인 외투를 입고 있고, 외투 안을 들여다보면 여러 겹으로 된 겉껍질, 갑옷을 입고 있습니다. 갑옷을 잘라보면 그 안에 잎눈과 꽃눈이 가지각색으로 겹겹이 포개져 있습니다. 겨울눈에는 봄에 잎이 나오는 잎눈과 꽃이 피는 꽃눈이 있습니다. 잎눈에서는 잎이 먼저 나와서 자라면서 꽃봉오리가 생기고 나중에 거기서 꽃이 핍니다. 꽃눈에서는 꽃이 먼저 피고 진 다음 잎이 자랍니다. 겨울눈 속에는 꽃은 언제 필 것이며 꽃봉오리는 몇 개로 할 것인지도 이미 결정되어 있습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겨울눈의 치밀한 계산과 철저한 대비의 비밀을 알고 나면 참으로 숙연해집니다. 나무는 삶의 교훈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지혜의 보고가 아닐 수 없습니다. 나무는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자연에서 생존해오면서 생존의 지혜를 온몸으로 터득하고 어떤 시련과 역경이 와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자연이 주는 경이로운 세계, 놀라움 그 자체이지 않습니까. 자연은 치열한 생존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생명체들의 축제의 장입니다. 자연에는 원래 그런 것이 없고, 당연히 거기에 존재하는 생명체도 없습니다. 모두 거기에 존재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봄소식을 알리는 꽆은 개나리와 진달래입니다. 개나리와 진달래는 추운 겨울을 나면서 모든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가 봄이 오면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트립니다. 겨울눈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낸 덕분입니다. 즉 눈에 보이는 결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운데 조용히 준비한 결과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모습입니다. 경쟁은 꽃이 만개하는 봄부터 시작되지 않습니다. 봄에 준비하는 꽃은 봄에 꽃을 피우지 못합니다. 봄 이전의 봄부터 여름까지 치밀한 준비를 해야 진한 향기를 지닌 아름다운 꽃을 봄에 피울 수 있습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남보다 먼저 준비를 시작해야 합니다. 준비에 실패하면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진리를 나무는 잘 알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피는 꽃은 추운 겨울이라는 시련과 역경이 오기 전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꽃눈을 준비한 나무입니다. 긴 기다림 속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짧은 기회를 준비합니다. 기다림은 길지만 기회는 짧은 순간에 지나갑니다. 짧은 순간, 순식간에 찾아오는 기회는 긴 기다림 속에서 인고의 시절을 보낸 덕분에 찾아오는 선물입니다. 봄은 짧고 겨울은 깁니다. 짧은 봄을 준비하기 위해 긴 겨울의 준비기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긴 겨울을 겨울잠으로 허비하고서 용솟음치는 새봄의 기운을 기대하지 말아야 합니다. 겨울은 그저 움츠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폭풍전야의 전운이 감도는 치열한 준비기간입니다. 가을은 짧고 여름은 깁니다. 짧은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거둬들이기 위해서는 긴 여름동안 활화산 같은 열정을 불태워야 됩니다. 봄은 오행으로 보면 ‘木’입니다. 나무가 새싹을 틔우는 시기라는 뜻입니다. 여름은 오행의 ‘火’에 해당합니다. 불같은 열정으로 신록을 우거지게 만들어야 하고, 작렬하는 태양과 더불어 천둥과 번개 속이 두려움과 공포를 온몸으로 견뎌내야 하는 시기입니다. 여름을 열정적으로 보내지 않고서는 가을의 풍성한 수확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보통 준비기간은 깁니다. 승리의 환호와 축제는 짧게 끝납니다. 준비기간을 짧게 하고 승리의 축배시간을 길게 잡으면 다음 승리는 바로 물 건너갑니다. 바닥에서 오랫동안 준비한 사람은 기회가 오면 절대로 놓치지 않습니다. 설혹 기회를 놓쳤다고 할지라도 준비기간에 자신 보여준 성실하지 못함을 탓하면서 스스로에게 채찍을 가합니다. 칼을 쓰는 시간보다 칼을 가는 시간이 길어야 됩니다. 그래야 단칼에 승부수를 던질 수 있습니다. 대패질하는 시간보다 대팻날을 가는 시간이 길어야 됩니다. 그래야 나뭇결에 따라 아름다운 대패질을 할 수 있습니다. 기다리는 시간에 내가 무엇을 준비했는지가 기다림의 끝에 맛볼 수 있는 승리의 맛을 결정합니다.
한양대학교에서 교육공학으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Florida State University에서 Instructional Systems 분야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즐거운 학습과 건강한 지식을 창조하여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을 5년간 경험한 후 현장에 현실이 있고 현실 속에 진실과 진리가 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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