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와 어는 비슷하지도 않다.

입력 2009-03-23 02:47 수정 2009-03-23 02:47
“손님 머리카락이 좀 짧아서 그렇게 하면 나이들어 보여요? 그래도 괜찮겠어요?”

 

제가 머리를 하는 미용실 원장님은 스스로 표현하는 것처럼 ‘이쁘게’ 말을 못합니다. 성격 만큼이나 직설적이고 강한 표현이 손님에게 거부감을 주는 것을 알면서도, 꼭 말을 하고 나서 후회를 하십니다.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보세요. 원장님이 저라면 나이들어 보인다는데 하시겠어요?”

여자 손님은 불쾌하다는 반응을 남기고 미용실을 나갔습니다.

 

손님이 나가고 나서 원장님은 손님이 해달라는 머리 스타일을 했다가 그 손님이 후회할 것을 염려해서 말한다는 것이 그렇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그 스타일을 하기에는 머리카락이 짧으니까 몇 달 후에 하시고, 우선 이렇게 하시면 어떠냐는 식이었다면 손님이 받아들이지 않았을지는 몰라도 기분 나쁘게 나갈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아무리 상대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도 상대가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표현이라면, 듣는 사람에게만 야속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분명한 뜻을 가진 단어를 놓고도 개인적인 배경이나 경험에 의해 전혀 엉뚱한 반응을 하는 것이 사람들입니다.

 

‘아버지 같으신 분’ 이라는 말에 어떤 사람은 자상하고 푸근한 아버지의 미소를 떠올리고, 어떤 사람은 엄하고 완고한 아버지를 기억하며, 어떤 사람은 난폭하고 무서운 아버지를 생각해 낼 것입니다.

 

명확한 의미라는 것은 전달하는 사람의 생각일 뿐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해석도 가능한 것이 우리가 쓰고 있는 말입니다. 그래서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는 것입니다.

 

미용실 원장님이 사용한 어휘를 똑같이 사용하더라도 말투나 억양의 부드러움에 따라 상대는 자신을 배려해서 하는 말이라고 느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분의 말투는 약간 쏘아붙이는 편이어서 단골이 아니면 충분히 오해할만 합니다.

 

손님이 나간 후, 원장님은 자신이 부드럽게 말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습니다. 제게 자신의 말버릇에 대해 하소연도 했습니다. 저는 본인에게서 문제를 찾으려 노력하는 그분의 생각을 지지하고 격려해 주었습니다.

 

사실 제 자신도 배려하는 말을 잘하는 편이 못됩니다. 그리고 제가 상대를 공격하는 말투라는 것을 알게 되어 고치려고 노력한지도 채 몇 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말버릇을 고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사소한 말다툼이나 본의아니게 불편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면 자신의 표현 방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은 유머라고 생각해서 하는 말도 많은 경우에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하거나 심지어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자신 스스로는 잘 모르는 수가 많으니 가까운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제가 쓴 방법은 번개처럼 떠오른 말들을 바로 내뱉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통제가 잘 안되고, 그렇게 한박자 늦추는 것이 내심 답답했지만 어느정도 반복되자 그리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혹시 저와 비슷한 분이 있다면 한번 노력해 보십시오.

우리가 쓰던 ‘아’가 ‘어’가 되면 얼마나 관계가 좋아지는지 실감하실 것입니다.
제 가슴이 느끼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여러분의 마음이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머리로 계산하고 이익부터 따지는 문명을 버리고, 가슴으로 생각하고 심장으로 기억하는 새로운 문명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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