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가 되었든 다시 해야한다.

입력 2009-01-12 01:06 수정 2009-01-12 01:06
액체 상태에서는 모든 물질이 담기는 용기에 따라 모습을 바꾸게 됩니다.

 

담겨지는 그릇의 모양에 적응하여 자리를 잡고나서 굳거나 얼어서 고체가 되기 전에는 여전히 유연한 움직임을 가집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액체 상태일 때 우리는 그것이 고체가 된 후의 모습을 결정해야 합니다. 일단 굳기 시작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변형하기가 어려워지고 일단 굳어버리고 나면 몇 배의 노력이 더 필요할지 알 수 없습니다.

 

굳은 것의 모습을 바꾸는 방법은 깍아 내거나 두둘겨 맞추는 수 밖에 없어서 액체일 때 그릇만 바꾸면 되는 노력에 비해 큰 대가를 치루게 됩니다.

 

설계나 준비가 중요한 이유도 비슷합니다.

3층 정도 올린 건물의 기초를 바꾸는 일과 설계도 상태에서 고치는 일을 선택하라고 하면 누가 전자를 선택하겠습니까. 완성을 앞두고 모두 부수어 버리게 되는 일이 생기는 것은 잠깐의 귀찮음 같은 사소한 원인이 시작이었을 것입니다.

 

어느 정도 일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발견된 결정적인 결함을 놓고, 어떤 사람들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가 하면 덮어두고 끝까지 가버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완성한 후에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도 사람들은 그렇게 다른 방법으로 해결합니다.

 

우리 선조들이 도자기를 완성한 후에 결함이 있는 것을 부수어 버리지 않았다면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청자나 백자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역사상 최고의 바이올린으로 꼽히는 스트라디바리우스와 과르네리(과르네리 델 제수)는 둘다 제작자가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는 바이올린을 없애버렸기 때문에 가능해졌을 것이며, 그것은 우리의 선조들이 가졌던 생각과 다르지 않습니다.

 

흠하나 잡을 곳 없이 매끄럽고 여성스러운 소리를 낸다고 하는 스트라디바리의 바이올린과, 나뭇결이 그대로 느껴질만큼 거칠고 남성스러운 소리를 내는 과르네리의 바이올린은 이제 세상에 각각 540여개와 150여개 밖에 안남아있지만 그 가치는 숫자와 관계없이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시작이 중요했던만큼 완성한 후의 흔들림없는 결단이 수백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의 공감을 받으며 전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두 장인이 자신들이 만든 바이올린을 켜서 소리를 확인하며 수백년 후까지 사람들이 그 소리를 들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요. 저는 분명히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뭐든지 시작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때로는 끝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중요하지 않은 시간이나 부분은 없습니다. 그러나 확률은 많이 올라가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것이 물건을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일이라면 그 불확실성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많은 완성품들을 부수어 버린 후에도 장인들은 다시 처음부터 최선을 다하여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에 대해 망설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도 지금 어떤일을 시작하든, 진행중에 있든, 마무리하고 있든 관계없이 그들의 한결같던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노력도 틀림없이 두고두고 빛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 가슴이 느끼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여러분의 마음이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머리로 계산하고 이익부터 따지는 문명을 버리고, 가슴으로 생각하고 심장으로 기억하는 새로운 문명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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