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움이 더 많이 필요하다.

입력 2009-01-05 01:35 수정 2009-01-05 01:35
여러분은 어떤지 몰라도 저는 잔디밭을 보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출입금지’ 입니다.

 

잔디는 화본과의 여러해살이 풀로 건조한 땅에서도 비교적 잘 자라며 사람이 자주 밟아도 문제되지 않습니다. 대부분 응달이나 습지에서는 잘 자라지 못하고 일조량도 6-7시간이 필요한 식물입니다.

 

잔디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지만 외래종을 제외하고 한국 잔디만 봐도 들잔디와 금잔디, 비로드잔디, 갯잔디 등이 있습니다.

들잔디는 우리가 가장 흔하게 보는 종으로 잎이 넓고 거칠며 줄기 사이도 넓습니다. 대부분의 땅에서 잘 자라고 다른 품종들에 비해 강한 잔디입니다.

 

금잔디는 정원에 주로 사용되는데 환경적응은 떨어져도 빨리 자란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잎이 좁고 촘촘하게 자라는 종이라서 카펫처럼 부드러운 느낌을 줍니다.

비로드잔디는 관상용으로 주로 쓰입니다. 잎이 가장 좁아서 바늘같고 성장이 매우 느리며 환경에 따라 중간중간 덩이가 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갯잔디는 경기도 서해안 지역에 자생하는 품종입니다.

 

어린시절 친구들과 제가 잔디밭에 들어가는 일은 심기 위해서이거나 잡초를 뽑기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없었습니다. 그 외에 잔디밭에 들어가는 것은 스스로 매를 버는 행위에 속했을 뿐입니다. 우리가 맘놓고 놀던 산소들 외의 모든 잔디밭은 보기에 좋기 위해서 만들어지는 이상한 공간이었습니다. 물론 산소에서 놀다가도 혼난 기억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한번은 잔디보다 풀이 훨씬 더 많은 잔디밭의 잡초를 제거하다가 함께 있던 친구에게 차라리 잔디를 뽑는 것이 빠르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습니다. 옆에서 들으신 선생님께 이해못할 꾸중을 들으면서도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어린시절의 잔디밭은 그저 가까이 갈 수 있는 거리를 돌아가게 만드는 장애물이며, 한여름 더위에 억지로 동원되어 잡초를 뽑아내야 하는 불필요한 존재였습니다. 게다가 방학숙제로 잔디 씨를 편지봉투로 반씩 모아 갔어야 했으니 잔디를 싫어했던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자연스러운 것이 좋다고 하면서도 실상은 인위적인 자연스러움이라는 모순된 상황을 연출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실 세상 어디에도 사람이 개입하지 않은 상황에서 잔디밖에 없는 잔디밭은 없을 것입니다. 거기에는 클로버도 있고 제비꽃도 함께 어울려 있는 것이 정말 자연스럽습니다. 그저 그렇게 어울려 있는 모습을 깨끗하지 못하다고 보는 생각이 자연스럽지 못할뿐입니다.

 

그렇게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위해 나무나 바위가 원래 있던 곳에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제 모습을 유지하지 못하고 가지가 잘리거나 잎이 깍여 나갑니다.

그런 모습이 보기 좋은지 사람들마저도 줄을 맞춰 세워놓거나 심지어 어린 아이들을 운동장에 줄세워 놓고 줄에서 벗어나면 혼을 냅니다.

 

저는 지금도 그 추운 겨울아침에 왜 운동장에서 주머니에 손도 못넣게 하면서 줄을 맞추라고 소리를 질러대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한여름 뙤약볕 아래 땀을 흘리며 조회를 섯던 기억도 절대로 유쾌한 일이 아닙니다.

 

자연스럽다는 말은 억지로 꾸미지 않고 어색함이 없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안전이나 목적에 따라 통제가 필요한 곳이 있지만 사람들이 머무는 공간에서 몇몇 사람이 보기 좋으라고, 혹은 권위를 내세우기위해 억지로 사람들을 조정하는 일들은 모두 없어져야 합니다.

 

자연스러움과 자유로움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때 우리사회는 한 단계 더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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