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입력 2008-12-29 01:35 수정 2008-12-29 01:35
한 폴란드 남자가 속달우편을 받았습니다.

 

11.1km를 오는데 자그마치 14일이나 걸려 도착해서 이름도 무색하게 한 속달우편을 놓고, 열이 뻗친 남자는 계산을 시작합니다. 11.1km 나누기 292시간을 해보니 그 속달우편의 배달 속도는 시속 37.75미터로 달팽이의 이동 속도인 시속 48미터 보다도 느렸다고 합니다.

 

여기서 유래된 말이 스네일메일(Snail Mail)입니다.

유래된 이야기에서 보듯이 엄청나게 느리기는 해도 정확히 전달된다는 뜻으로 사용되었는데, 요즘은 보내는 순간 가버리는 이메일(e-mail)에 비해, 며칠씩 걸리는 기존의 배달 우편을 두고 지칭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사실 일을 하는데 있어서는 이메일처럼 빠른 수단이 더 없이 좋습니다. 요즘은 상대가 읽기전에 취소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하고 있어서 클릭하자마자 ‘아차!’하는 일도 없어졌습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외국에서 일하는 한 친구에게 이메일을 보내면 항상 전달되지 못했다는 반송 메시지가 돌아옵니다. 보통의 경우 상대 계정이나 메일 서버에 문제가 있어서 메일이 전달되지 못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친구에게는 메일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저는 별 문제없이 편리한 포탈사이트의 메일을 사용하라고 말하지만 그 친구는 요지부동입니다. 업무상 급하거나 불편한 메일이 왔을 때, 메일을 받은 일이 없다고 해도 상대가 믿을 수 밖에 없어서 시간을 벌기에 편리하기 때문이라면서, 물론 한 사람에게 2번 정도 밖에는 써먹을 수 없는 거짓말이라고 농담을 합니다.

 

농담을 하던 친구는 자신에게 이메일을 보내면 항상 반송 메시지가 가기 때문에 상대는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 전화를 하게 되고, 통화를 하면 대부분 일이 더 부드럽게 진행되거나 어려운 일의 경우 사정을 설명할 수도 있어서 훨씬 좋다고 했습니다.

 

굉장히 빨리 도착하지만 허구한날 엉뚱한 곳으로 도착하는 운전기사와, 시간이 두 배는 걸리지만 단 한번도 도착지가 틀린일이 없는 운전기사가 운전하는 택시 두 대를 놓고 선택하라면, 여러분은 어떤 택시를 타시겠습니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빠르고 정확한 것을 원하지만, 우리는 빠르게 처리하는 일이 항상 더 많은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사실 그렇게 빠른 것은 빠른 것이 아닙니다.

 

어린시절 집안일을 도우려 밭에 나가면 저는 빨리 일을 마치고 친구들과 놀고 싶어서 무리하게 속도를 내어 일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렇게 정신없이 해놓은 일이 잘못 되어서 아버지가 처음부터 다시 해야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버지는 그럴때마다 두 번 일하게 할 거면 아예 처음부터 하지도 말라고 꾸짖으시곤 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남이 망쳐놓은 일을 하는 것은, 처음부터 자신이 하는 것보다 더 힘들고 짜증나는 일입니다.

 

스네일 메일은 느리지만 정확히 도착합니다.

요즘처럼 빠른 세상에 느리다는 것은 낭비와 약한 경쟁력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저는 자꾸만 이 말에 정이 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도 그렇게 서두루는 모습이 제게는 많이 보입니다. 저 또한 자주 그러는 사람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 말하기를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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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가슴이 느끼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여러분의 마음이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머리로 계산하고 이익부터 따지는 문명을 버리고, 가슴으로 생각하고 심장으로 기억하는 새로운 문명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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