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힐것은 무릎이 아니라 가슴이다.

입력 2008-09-29 00:59 수정 2008-09-29 00:59
흔히 눈높이를 맞춘다고 합니다.

 

아이와의 높높이, 직원과의 눈높이, 학생들과 혹은 국민들과 눈높이를 맞추어 본다거나 맞추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일반적으로 눈높이를 맞춘다는 것은 더 높은 곳에서 보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낮은 높이에서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이해하기 위해 자신의 높이를 낮추어 본다는 것입니다.

같은 높이에서 보면 당연히 그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인다는 것을 알 수는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보이니까 그동안 그랬었구나 하고 일부분 이해가는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잠깐 높이를 낮추어 공감해 본다고 해서 항상 그 높이로 사는 사람들의 입장을 모두 이해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마치 주말 농장에 가끔 가서 흙을 만져보면서 농부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과 같은 발상이 됩니다.

 

보통 눈높이를 맞추어 본 후에는 나름대로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에 따라 지원을 하거나 기준을 바꾸기도 합니다. 그 지원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명절이나 연말에만 어려운 곳을 찾아 사진찍는 정치가나 지도층의 사람들을 비난하지만, 그렇게라도 찾아와서 주고 가는 라면 몇 박스도 분명 도움이 되긴 합니다.

그나마도 안 가보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또한 선거철에만 서민들의 생활터를 찾아가 악수로 때우는 사람들 보다 칭찬하고 싶습니다.

 

물론 눈높이를 맞추어 보는 것은 해보지 않는 것에 비하면 분명 박수를 받을만합니다.

하지만 한번 맞추어 본 눈높이로 전체의 상황을 판단한다면 엉뚱한 정책이나 부작용을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같은 높이에서 보더라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느낌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주기적으로 자주 맞추어 보고 항상 그 높이로 보는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권력을 가진 사람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가족간의 눈높이나 심지어 부부사이의 눈높이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오히려 가까운 사람들 간의 눈높이 차이가 더 큰 상처를 줍니다.

 

그렇지만 눈높이를 맞춘다고 리더가 높이서 멀리보며 판단한 일을 물러서면 안됩니다.

다만 그것이 객관적으로 옳은 일일 때의 이야기입니다. 객관적이라는 말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는 말입니다. 같은 위치에 있는 다른 사람이 맞다고 한다고 객관적이 될 수는 없습니다.

 

당장 눈앞에 펼쳐진 꽃밭만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너머에 있는 어려움을 굳이 알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도 안됩니다. 이것보다 어리석은 일도 흔치 않습니다.

 

눈높이를 맞춘다는 것은 방향을 정함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포함하여 객관적인 결정을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맞추어 주거나, 그들의 시선을 주관적으로 이해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가장 큰 문제는 그 사람들이 자신이 더 우월하고 잘났다고 생각하면서 사람들을 크게 배려하는 것처럼 무릎을 조금 굽혀 보는 것에 있습니다.

 

정말 굽혀야 할 것은 무릎이 아니라 가슴이고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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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사내들의 죽음. 독도의 비밀 - 김영범 장편역사소설 초아
제 가슴이 느끼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여러분의 마음이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머리로 계산하고 이익부터 따지는 문명을 버리고, 가슴으로 생각하고 심장으로 기억하는 새로운 문명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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