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1000년 만의 대역전이 시작됐다

입력 2011-05-24 14:21 수정 2011-05-27 11:53
<신 일본 기행 1. 한일 1000년 만의 역전극이 시작됐다>

**머릿말**

기자가 일본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지 20년이 흘렀다. 1988년 말 한국경제신문에 입사한 뒤 두 번째 부서로 외신부로 발령을 받으면서 ‘일본’과 친해지게 됐다. 일본어 학원도 다니고, 일본 역사를 공부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일본 경제’는 욱일승천의 기세로 초고속 질주를 하던 시기였다. 일본을 배우자는 목소리가 세계 각지에서 울려퍼졌다. 자본주의 종주국으로 현대 일본을 만든 미국에서도 ‘일본 최고(Japan as number one)’이란 말이 유행했다.
 
당연히 신문사 국제부에서 일하려면 일본어가 필요했고, 일본을 배워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돌이켜보면 일본의 전성기도 1990년 초부터 꺾였지만 1990년 후반까지도 일본의 위상은 대단했다.

기자는 2002년 1년간 일본 서부 지역인 오사카, 고베에서 연수를 하면서 현지에서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또 2004년부터 3년 1개월 가량 도쿄에서 특파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일본의 최 전성기인 1990년 초부터 20년 동안 일본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올해도 일본과의 인연은 이어졌다. 1000여년 만의 대지진 발생 직후 센다이 등 지진 피해 현장에서 일주일간 취재를 했다. 일본의 강점뿐 아니라 약점도 두드러지게 드러난 시기였다.

지난 21-22일 이틀간 간사이(일본 서부) 지역인 오사카와 고베를 방문해 대지진 이후 일본인들의 변화상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일본인들은 지진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뿐 아니라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고 있었다. 

일본은 지난 20여년 동안 이어진 장기 경기침체에 이은 대지진으로 커다란 역사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일본의 변화상을 네티즌들에게 전하는 새로운 기획 시리즈인 ‘신 일본 기행’을 시작한 이유다. 역사적으로 고려 말기부터 한국이 일본에 뒤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제 1000년 만에 한일간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는 게 개인적인 판단이다. 한국이 새로운 국운 상승기를 맞은 반면 일본은 쇠약해지고 있다. 달라지고 있는 양국의 모습을 전할 계획이다.

(1)한·일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지난 주말 NHK 등 일본 방송들은 한중일 3국 정상회담 소식을 매 시간 톱 뉴스로 내보냈다. 3국 정상의 만나는 모습이 담긴 22일자 조간신문 사진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현에서 3국 정상이 체리, 오이 등의 과일을 함께 먹는 모습이었다.
 
방사능 유출로 식품안전 문제가 불거진 지역 주민들을 돕기 위한 이벤트였다. 정상들의 시식 행사를 통해 일본산 식품의 안전성을 국내외에 알리려는 일본 정부의 의지가 담긴 행사였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이명박 대통령은 당당했다.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지난 수십년 동안 한국과 일본 양국 정상이 만났을 때면 알게 모르게 조금은 위축됐던 기존 정상 회담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일본 현지에서 양국 정상회담 뉴스를 보는 순간 가슴뿌듯했다.
   
일본 측은 이번 행사를 성사시키기 위해 한국과 중국에 다각도로 공을 들였다. 도쿄에서 열리는 공식 정상회담에 앞서 최대 지진 패해 현장인 후쿠시마를 방문토록 여러 통로를 통해 요청했다고 한다. 일본이 한국의 국가원수를 이번처럼 극진히 모신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반영한 정상회담이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22일 오전 일본 도쿄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3국 정상은 회담에서 일본 지진 지원 외에 남북 관계, 북한 비핵화 문제 등을 논의했다. 원총리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과 관련, “중국 발전상을 이해하고 북한에 활용하는 기회를 주기 위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일본의 지진 전문가들은 이번 동일본 지진이 헤안시대인 서기 869년 발생한 ‘조간지진’ 이후 1150여년 만의 최악의 지진으로 분석했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향후 30년 안에 또다른 초대형 지진이 올 가능성이 70% 이상이란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들도 많다.(교토대 후지이 사토시 교수)

일본은 대지진 이후 경제적 피해는 물론 대외 신인도 저하 등 여러 분야에서 타격을 입고 있다. 잇따른 대지진으로 체념에 빠진 국민들도 많은 듯 하다. 이웃 나라 일본이 빨리 위기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하지만 역으로 한국에 큰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미 많은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이 일본 도쿄에서 서울로 아시아 지역본부를 옮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피해복구 과정에서 필요한 산업용 제품을 한국에서 수입해 가는 일본 업체들도 많다.
가뜩이나 장기 침체로 경쟁력을 잃어가는 일본 기업에 비해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으로 무장한 ‘한국인’들에 대한 세계인들의 평가도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다.
 중세 이후 항상 일본에 밀렸던 한국이 1000년 만에 대역전의 기회를 잡았다면 과언일까.
 
상당수 일본인들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한반도에서 건너갔다는 증거도 많다. 근대화 과정에서 뒤처졌던 한국이 일본을 다시 따라잡을 수 있는 시기가 눈 앞에 다가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적어도 일본과 대등한 관계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상

1988년 말 한국경제신문에 입사했습니다.
2004년 3월 도쿄특파원으로 발령받아 2007년 3월 말까지 도쿄에서 근무했습니다. 2004년 3월 도쿄특파원으로 발령, 도쿄특파원 근무를 마친 후 2011년 3월부터 한경닷컴 뉴스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숙명여대, 선문대 등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교양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 '일본 기업 재발견(중앙경제평론사)' '다시 일어나는 경제대국,일본(미래에셋연구소)' '창업으로 하류사회 탈출하기(중앙경제평론사)'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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