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둘때.

입력 2008-02-04 00:42 수정 2008-02-04 00:44
사람들은 많은 것을 뒤로 미룹니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것이 그리 바람직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우리는 살면서 어떤 일들은 조금씩은 미루어도 좋습니다. 아니 미룬다기 보다는 약간의 여유를 갖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기는 합니다.

 

일사천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이 단번에 천리를 흘러내린다는 말로, 어떤 일의 진행이 조금의 망설임이나 거침이 없음을 말합니다. 모두 알다시피 이렇게 날아가는 총알처럼 몰아치는 일은 언제나 문제가 생기거나 부작용이 발생하는 법입니다.

 

공장에서는 컨베이어 벨트를 돌리면서 사람들을 눈코 뜰새 없이 만들고, 가능하다면 창고에 재고 하나 없이 나오는 대로 실어 나르려 합니다. 사무실에서는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끝도 없이 일이 밀려옵니다. 일을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정말 끝이 없는 게임처럼 그렇게 해치워도 계속 쌓이기만 합니다.

 

더 높은 효율과 생산성을 위해 몰아붙이는 사무실이나 공장을 나와서도 우리는 그 긴장이 몸에 배어있습니다. 그래서 퇴근 후에도 쉽사리 여유를 갖지 못하고 빨리 뭔가를 하고 싶거나, 누구를 만나고 싶거나, 심지어 빨리 집에 가고 싶습니다. 하루종일 긴장 속에 지쳤으니 빨리 벗어나고 싶은 것은 당연합니다.

 

일을 하다 보면 시간 내에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감선이 있거나 특정 일자를 지켜주어야 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그런 일은 밤을 새우거나 휴일까지 일을 해서라도 맞춰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게 정신없이 해치워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일들이 조금 미루거나 좀 더 미루어도 괜찮기도 합니다. 서로가 다른 일들이겠지만 우리는 그런 것들을 알고 있습니다. 2시간이면 할 수 있지만 3시간을 해도 괜찮은 경우는 더 많습니다.

 

그럴 때는 조금 미루면서 해도 좋습니다.

게을러지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약간의 여유가 주는 느긋함을 가지자는 것입니다. 작은 여유는 우리에게 전체를 볼 수 있는 시야를 주고, 다른 각도에서 생각할 수 있는 틈을 줍니다.

 

하루종일 주야장천 일에 매달린다고 능률이 오르고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2,3시간 일거리를 가지고 하루종일 자리에 앉아서 일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들이 나쁜 것이 아니라 시스템과 분위기가 그렇게 만듭니다.

 

음표사이에 침묵이 없으면 음악은 그렇게 아름답지 못합니다.

때로는 조금씩 미루는 여유를 통해 음악처럼 우리 일도, 생활도 리듬을 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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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범 장편소설 초아 - DAUM에서 '초아'를 검색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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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로 계산하고 이익부터 따지는 문명을 버리고, 가슴으로 생각하고 심장으로 기억하는 새로운 문명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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