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다면.

입력 2006-07-10 11:23 수정 2006-07-10 11:23
저는 조금 불편한 몸을 가지고 삽니다.

 

언뜻 보기엔 그저 좀 마르고 뻣뻣해 보일 뿐이지만 다 써놓으면 한 뼘도 넘는 병명이라서 다 기억도 못합니다.

 

가장 싫어하는 말이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입니다.

사실 고대 로마의 시인 유베날리스(Juvenalis)의 이 명언은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까지 깃들면 바람직 할 것이다.’가 완전한 문장이며, 그는 로마시대 검투사들이 근육만 키우는 것을 풍자하는 말로 이 말을 했다고 합니다.

 

저의 가장 큰 적은 중력입니다.

하지만 저는 걸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에 살면서 크게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걷지도 못하는 불편함을 가지고 삽니다. 그들은 계단 한,두개 때문에 외출도 못합니다.

그에 비하면 저는 상당히 운이 좋은 편이므로 투덜대긴 해도 불행하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소아 암 병동에 가보면 열 살도 안된 아이들이 서로의 병을 자랑하며 복도를 누비고 있습니다. 걷기는커녕 휠체어에 앉을 수 있는 것이 꿈인 사람들도 있습니다.
치료방법이 없어 손 놓고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들에게 이 세상은 힘든 곳입니다.

 

또 힘든 부분은 사람들의 시선입니다.

다르다는 것과 불편하다는 것은 이상하다는 공식이 성립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불편한 사람들이 세상을 활보하지 못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계단이나 문턱만큼이나 잘 걸어다니는 사람들의 어색한 시선입니다.

게다가 이 땅은 정신적인 아름다움이나 성숙함 보다는 몸짱, 얼짱 식의 겉모습에 집착하는 문화가 휩쓸고 있습니다.

물론 영국 속담에 '미녀가 끄는 힘은 황소보다 강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자신을 가꾸고 건강에 투자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지나친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후배들이나 친구들이 삶의 어려움을 호소할 때마다 저는 오히려 구박을 하는 편입니다.

건강한 몸을 가진 사람들도 나름대로 힘들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입에 먹을 것을 잔뜩 물고 볼멘소리하는 투정으로만 보입니다.

 

가끔 건강하다면 무엇도 해보고, 무엇도 해볼텐데 라는 상상을 하다가도 고개를 젓곤 합니다. 지금 하지 않는다면 건강하다 해도 안 할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자신을 합리화 하기 위해서 그저 핑계를 대고 싶을 뿐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되도록 이면 더 다니고, 더 배우고, 더 부딪히려 자신을 내몰지만 타고난 게으름은 자꾸만 발목을 잡습니다.

 

여러분은 분명히 하나씩은 사정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핑계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사람이란 그런가 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당신에게 무슨 병이 있거나 잔병치레가 많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걸을 수 있고 계단 한,두개 정도는 거뜬히 올라설 수 있다면 장담컨대 축복받은 삶을 살고 계신 것입니다.

이 세상에는 당신과 같은 정도의 건강함으로 일주일만 살아보고 싶은 사람이 많습니다.

 

그들이 부러워 하는 당신의 일주일이 또 시작됩니다.

낭비하지도 비관하지도 말고 당신의 행운을 누리기 바랍니다.
제 가슴이 느끼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여러분의 마음이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머리로 계산하고 이익부터 따지는 문명을 버리고, 가슴으로 생각하고 심장으로 기억하는 새로운 문명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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