긋는다면.

입력 2006-07-03 01:42 수정 2006-07-03 01:42
존 올린 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군수산업체로 큰 돈을 번 미국의 사업가였습니다.

멋진 부자들과 마찬가지로 올린도 부의 축적에 힘을 쏟다가 어느 순간 베푸는 일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그는 올린 재단을 설립하고 진보주의 세력을 견제하는, 보수적인 연구소와 학자들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후원합니다.

지금의 미국이 공화당 중심의 보수파 세력이 강한 주류로 자리잡은 이유 중의 하나도 올린 재단의 힘을 꼽고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보통의 재단이나 단체들이 오래 존재하길 원하고, 영향력을 넓히고 싶어하는 반면 올린 재단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존 올린은 자신의 재단이 한없이 지속 되기를 원치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자신의 설립 이념을 잘 이해하는 멤버들이 존재하는 동안만 재단이 유지되기를 바랬습니다.

 

그 뜻에 따라 지난 2000년 이사장이던 윌리엄 사이먼이라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서 재단도 폐지를 위한 준비를 하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물론 재원이 고갈된 것도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결국 2005년 말에 올린 재단은 몇 가지 남은 프로젝트의 재정지원을 마무리 하면서 문을 닫았습니다. 올린 재단은 미국의 여러 재단들 중에서 지원 금액으로는 큰손에 들지 못했지만, 1953년 설립되어 약 50 여년간 자신의 할 일을 한 후에 없어진 것입니다.

 

저는 위와 같은 내용의 기사를 읽고 가슴 한구석에 뭔가 와닿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기까지”

라고 선을 그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멋진 일이지만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는 “조금만 더, 한번만 더, 하나만 더”라고 말하다가 때를 놓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특히 그 과실이 달콤할수록, 영향력이 클수록 종지부를 찍고 물러서기는 어렵습니다.

 

멋진 등장이나 시작은 쉽지만 멋진 퇴장과 끝은 과감한 결단이 필요합니다.

어떤 일이나 행동은 우리가 그 선을 긋는 결단을 실행으로 옮길 때 완성되는 것입니다.

 

저는 알맞은 때에 선을 긋지 못하고 펜을 들고 망설이고 있는 바보가 될까 두렵습니다.

 

* 올린 재단의 이야기는 2006년 1월 22일 조선닷컴의 강인선 기자의 기사에서 읽은 내용입니다.
제 가슴이 느끼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여러분의 마음이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머리로 계산하고 이익부터 따지는 문명을 버리고, 가슴으로 생각하고 심장으로 기억하는 새로운 문명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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