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같다.

입력 2006-03-13 02:07 수정 2006-03-13 02:07
하루는 24시간이나 되고 일년은 그런 하루가 365일이나 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 달이나 일주일은 길게 느껴지는데 10년이나 20년은 짧게 느껴집니다.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특히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절대적인 공감을 합니다. 친구들과 알몸으로 시냇가에서 목욕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칠순이고 팔순이라고 하십니다. 저만 해도 초등학교 졸업한 기억이 생생한데 그건 이미 20년도 더 넘은 일입니다.

 

20년이란 시간동안 지구는 태양의 주위를 20번 돌았고, 소련이 붕괴했으며 독일이 통일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트를 타고 자전거를 타고 또는 다른 수단으로 세계일주도 했습니다. 제가 알던 코흘리개 꼬마가 청년이 되어 군대를 제대했으며 여자 애들은 시집을 가고 아이 엄마가 되었습니다. 삼십 몇 년을 살아온 제 주위에도 이렇게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40대 50대 70대이신 분들은 믿어지지 않을 만한 일들이 넘쳐 날 것입니다.

 

그럼 저는 그 20년간 뭘 했을까요?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대학을 두 번 다녔으며, 직장을 두 번 옮겼고 여러 분야의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또한 사랑에 빠졌었고 이별을 겪었으며, 저축을 하기도 했지만 큰 돈을 쓰기도 했습니다. 여러 번 이사를 다녔고 많은 여행을 했으며 새로운 것들을 보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지금은 작가가 되어있고 세권의 책을 냈습니다. 지금도 책을 쓰고 있으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있고, 그림을 배우고 있으며 자원봉사도 하고있고 컬럼도 쓰고있습니다.

저는 잘하고 있는 걸까요?

 

어떤 친구들은 요즘 제가 돈 안 되는 일만 골라서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럴 때 저는 이렇게 말해줍니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고 있어.”

저는 무책임하고 저만 아는 이기주의자일까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아니 그런 것 같습니다.

저는 알고 있습니다. 몇 십년 뒤에 저는 지금의 제 모습을 엊그제처럼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간들은 정말 짧게 느껴질 것입니다.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누군가 그랬습니다. 하고싶은 일을 못해서 하는 후회는 길지만 하고싶은 일을 해서 생긴 후회는 짧다고 말입니다.

 

팔순이 되고 아흔이 된 우리는 어떻게 살았든 조금은 또는 많은 후회를 할 것입니다. 그때 저는 긴 후회를 하긴 싫습니다.

여러분의 기억 속에 엊그제 같은 그때는 어느 때였습니까? 그 뒤로 10년간 또는 40년간 여러분은 어떻게 살았고 어떤 모습이 되어있습니까?

그리고 언젠가 오늘이 엊그제 같이 느껴질 때 여러분은 어떤 기억을 가지고 싶으십니까?

여러분이 마음속에 그리는 대로 이루어져 있을 것입니다.

 

제가 말한 20년 동안 많은 사람이 여러분과 저보다 젊은 나이에 죽었을 것입니다.

지금도 그렇고 내일도 그럴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해보고 싶은 일들이 많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가슴이 느끼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여러분의 마음이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머리로 계산하고 이익부터 따지는 문명을 버리고, 가슴으로 생각하고 심장으로 기억하는 새로운 문명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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